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34) - 後天(후천)을 숨긴 삼복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7/16 [13:00]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34) - 後天(후천)을 숨긴 삼복

이응국 | 입력 : 2007/07/16 [13:00]
  세시풍속으로서의 삼복의 의미를 단순하게 보자면,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고[避暑(피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전승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그 의미를 부여하자면, 선후천이 바뀌는 시기에 선천을 무사히 마치고 후천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예전의 선인들이 삼복제를 통해서 은밀히 후세에 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1년의 돌아가는 이치를 나무가 생장하고 결실을 이루는 모습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하도의 원리에서 살펴보았듯이 동방은 3․8木(목)이 위치한 자리요 계절로는 봄이니 동방은 만물이 始生(시생)하는 근원을 이루는 자리이다. 봄에 나무가 생해서 여름에는 火(화)기운으로 쑥쑥 자라고, 가을에는 金(금)기운으로 벌목되고 겨울에는 水(수)기운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를 天干(천간)으로도 설명할 수 있으니 甲乙(갑을)은 동방목이다. 이 나무가 남방의 병정화로 자라고 무기 중앙토로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나무라는 것이 처음 자랄 때는 하늘의 양기로 자라지만 뿌리를 내린 뒤에는 땅의 음기로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선천은 양이 주장하고 후천은 음이 주장한다는 말이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에 서방의 경신금으로 伐木(벌목)이 되니 즉 나무는 경금에 의해 棟樑(동량)으로 재목을 이룬다. 그리고 나무는 북방의 임계수에서 잠시 숨어 있다가 다시 봄에 소생하는 것이다.

  갑목이 경금으로 벌목되는 이치를 ‘新(신)’이라는 글자로 살펴볼 수가 있다. ‘新(신)’이라는 글자는 立+木+斤(근)의 합성어니, 立木은 ‘木(목)의 기운이 들어선다’는 의미로 ‘立木之節’ 즉 立春(입춘)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름의 성장을 거쳐 가을에 이르러서는 도끼(斤)로 伐木(벌목)되어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도끼는 쇠로 만드는 것이니 경금을 의미한다. 또한 나무를 벤다는 것은 나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金克木(금극목)으로 나무가 잘려나가긴 하지만 재목감으로서의 용도를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나무가 革新(혁신)된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陰氣(음기)가 盛(성)하기 때문에 만물이 죽기 시작한다. 음기가 성하므로 白露(백로)가 서리[霜]되니 서리는 바로 살벌함을 드러낸 것이다. 계절에 따라서 모든 동물들도 이때가 되면 殺氣(살기)가 등등해진다. 봄철에 순해 보이던 새나 매들이 가을 기운이 일어나면서 사나워지는 이유도 또한 이 때문이다. 천지자연의 이치가 이와 같음을 살펴보면, 조물주는 만물을 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기까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生殺與奪權(생살여탈권)을 하늘이 쥐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하늘의 명을 계승해서 대신 행하는 자를 天子(천자)라 이름하였다. 代行(대행)한다는 의미로서 ‘하늘 천’자에 ‘아들 자’자를 붙인 것이다. 또는 德(덕)을 상징해서 王(왕)이라고도 불렀다. ‘王(왕)’이라는 글자는 천지인 三才(삼재)에 丨(곤)자를 합한 것이니 즉 삼재를 통한 자를 말한 것이다. 하늘을 대신해서 천자의 자리에 앉은 王者(왕자)는 時節(시절)과 더불어 정사를 다스렸다. 때를 따르는 길이 곧 天道(천도)에 부합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을이 되면 왕자는 어진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기보다는 병사를 모아서 不義(불의)를 처벌하고 紀綱(기강)을 엄정히 해서 백성을 편안케 했으니 모두가 조물주의 道(도)를 좇아서 살벌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때에 따르는 살벌한 도라는 것도, 반드시 義(의)에 應(응)해야만 되는 것이니 의리에 응하는 것이 경금의 金氣(금기)를 순하게 하는 이치를 담고 있다. 왜 그러한가? 세상사는 천도와 인사가 반드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나아가는 법이므로, 이 땅에 질서가 이루어지면 하늘은 아름다운 징조를 보이고 반대로 세상이 어지러우면 하늘은 재앙으로 벌주는 법이다. 이를 소위 ‘天人合發(천인합발)’ 혹은 ‘天人合一(천인합일)’이라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세상사의 중요한 일들이 대개 왕자와 연루되어 있었으므로 이 같은 표현을 했겠지만 어찌 왕자만 천도와 응하겠는가? ‘民心(민심)이 곧 天心(천심)’말도 있듯이, 더욱이 지금의 民主(민주)사회에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면 곧 天心(천심)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민심만이 아니다. 匹夫(필부)의 한 마음도 정성을 들이면 하늘이 감동한다[至誠感天(지성감천)] 했으니 바로 하늘과 사람이 서로 통하는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에 사람들이 이때를 당하여 義(의)로써 나가지 않고 싸우기만을 좋아하고 利害(이해)에 집착하고 생명을 가벼이 여긴다면, 가을에 들어서 金(금)기운은 그 성질을 잃을 것이니 금은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하늘은 살기를 발해서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고 세상사도 살기를 발해서 질서를 잃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비유하자면, 가을의 금기가 순하면 만물이 모두 成熟(성숙)하고 百穀(백곡)이 잘 익겠지만 만약 금기를 거스르게 되면 만물이 제대로 成熟(성숙)하지 못하게 되는 이치인 것이다.

  선천은 乾道(건도)가 주장이 되고 후천은 坤道(곤도)가 주장이 된다 하였으니 선천에는 木道(목도)로 세상을 다스리고 후천에는 金道(금도)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다. 天干(천간)으로 표현하자면 목도는 甲木(갑목)을 말하고 금도는 庚金(경금)을 가리킨다. 후천의 시작은 陰氣(음기)가 시생하는 夏至(하지)에서부터 이루어지지만, 후천에 쓰일 수 있는 경금은 입추를 지나야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전술하였듯이 비록 천기가 움직여서 하지 때부터 음기가 생하기 시작하지만 이때는 염천의 불볕더위이기 때문에 화극금으로 녹아서 정작 가을이 되어도 제대로 금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하지 후인 삼복 기간 동안 경금을 땅 속에 잘 숨겨 두었다가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 후에 이 경금을 캐내어 써야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金氣(금기)를 잘 다스리는 법이다. 以前(이전) 聖人(성인)들은 삼복의 의미를 여기에 둔 것이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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