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5)

바둑판에 숨어있는 숫자의 의미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3/05 [13:27]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5)

바둑판에 숨어있는 숫자의 의미

이응국 | 입력 : 2007/03/05 [13:27]
 2. 바둑판과 후천시대
 
  공자는 춘추에서 중국의 역사를 堯紀(요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상고시대의 문명의 극치점으로 요임금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대의 역사서인 書經(서경)에 근거한 것이다. 요 이전의 역사가 어찌 없으랴마는 공자가 육경을 정리하실 적에 서경에 堯典(요전)으로 시작삼은 것은 당시 史籍(사적)의 근거 유무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요기는 易數(역수)상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 중용에서 ‘우리 할아버지는 요순의 도를 전술하셨고 문왕과 무왕의 도를 밝히셨으며 위로는 천시를 법하고 지세를 따르셨다[仲尼는 祖述堯舜하시고 憲章文武하시고 上律天時하고 下襲水土하시다]’기술하여 공자가 요순의 도맥을 전술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북송시대 소강절도 황극경세서에서 요임금이 등극한 갑진년[서기전 2357년]으로부터 역사를 기술하고 있으니 이 해를 경세년표로 산정하면 巳會(사회)말인 夬之乾運(쾌지건운)의 小畜之大畜41(소축지대축41)년으로서 중천건괘의 천시가 지극한 가장 문명한 때인 것이다.

  공자가 요임금의 도를 계승했음은 논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논어 선진편]. 
   공자가 4명의 제자(子路(자로), 曾晳(증석), 冉有(염유), 公西華(공서화)에게 그들에게 각각 품은 뜻을 말해보라고 하셨다. “千乘(천승)의 나라가 大國(대국) 사이에 끼여서 군사를 증가하고 이로 인해서 기근이 겹쳐도, 제가 다스린다면 3년에 이르러 백성들을 용맹케 하고 또한 의리를 알게 할 수 있습니다” 자로가 말하자 공자가 빙긋이 웃으셨다. “求(구:염유)야 너는 어찌하겠느냐?” “땅 6,70리와 혹 5,60리의 나라를 제가 다스린다면 3년에 이르러 백성을 풍족케 할 수 있습니다만, 예악은 제가 감당하지 못하니 군자를 기다리겠습니다” “赤(적:공서화)아 너는 어찌하겠느냐?” “잘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배우기를 원하옵니다. 종묘의 일이라든지 제후들이 회동한다면 예복을 입고 조금이나마 돕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자가 증석에게 물었다. “點(점:증석)아 너는 어찌하겠느냐?”하시자 증석이 켜던 비파를 내려놓고 일어나며 답하길, “저는 세 사람의 의견과 다릅니다.” 공자께서 “주저하지 말아라. 각자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것이다” 하시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늦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자 오륙 인과 동자 육칠 인으로 더불어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쐬면서 시나 읊으며 돌아오겠나이다[莫春者 春服 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㷌]” 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아! 하고 탄식하시며 “내가 너와 뜻이 같도다[吾與點也]” 하셨다. 

  증석의 이 말은 무슨 뜻인가? 무슨 뜻이기에 공자는 증석의 말을 깊이 인정하셨을까? 증석의 말을 단순히 생각하면 세상사를 잊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증석의 말은 공자가 탄식할 정도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증석의 말을 바둑판으로 풀 수 있다. 그 속에는 요기의 역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요임금은 아들 단주에게 천하를 물려주지 않고 舜에게 넘겨줬다. 단주가 不肖(불초)했기 때문이라 한다. 부자상속이 아닌 有德(유덕)한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일을 禪讓(선양)이라 말한다. 대신 단주에게 바둑판을 물려줬으니 바둑판 속에는 요임금의 도가 선천의 운세를 지나서 후천에 까지 이른다는 것이 秘藏(비장)돼 있기 때문이다.

  前揭(전게) 12호에서 檀紀(단기)에 대해 밝힌 바 있지만 단기뿐만이 아니라 요기에 대해서도 선후천이 담긴 비결을 밝힌 사람 근세의 역학자인 李也山선생이다. 선생은 바둑판 속에서 井田의 이치를 살피고 선천을 마치는 丁亥年(서기1947년)에 다음과 같은 시를 쓴 적이 있다.

                  井田觀碁(정전관기)

       七二土回三六春   칠십이 토 다시 돌아 온 세상 봄이 오니

       堯何人也舜何人   요임금은 누구고 순임금은 누구인가

       我亦有丹君信否   내 또한 단 있으니 그대는 믿겠는가

       用時還解壽斯民   때를 써서 다시 푸니 우리 국민 오래 살리

  앞서 설명한 바둑판 각변의 18집에서 72토용이 나오니 1일년의 사계절은 72토용으로 순환한다. 그래서 天道는 72수로 마디삼고 人事는 干支로 계산하니 60回甲으로 마디 삼는다. 따라서 천도와 인사가 시작하여 다시 합하는 기간은 60×72=4320년이 되는 것이다. 바둑판 속에 나타나는 4320년의 수는 즉 요임금의 도가 4320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堯紀의 마디가 되는 것이다.

  요임금은 기축생[서기전2372년]이다. 16세가 되는 갑진년[서기전2357년]에 등극했으니 檀皇의 개천년도[무진년 : 서기전2333년]와 비슷하다. 요임금의 탄생일로부터 4320년이 되는 때는 다름 아닌 서기 1947년 정해년이 된다. 참으로 묘하지 아니한가! 삼국유사, 응제시주, 세종실록에 ‘與堯同時[단황과 요임금은 동시대인물]’라는 글도 있지만 단황께서는 윷판을 통해서 선천이 이 해[1947년(정해년)]로 마친다는 것을 예언하셨고, 요임금은 바둑판을 통해서 똑같이 선천의 마침을 예언하셨다. 두 분이 지역이 다르고 시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예언하신 것을 보면 역시 성인 사이에는 이심전심의 상통하는 이치가 있는 모양이다.

 요순의 법통을 계승한 공자는 요임금보다 1800년 뒤인 경술년[서기전551년]에 태어났다. 따라서 증석이 말한 관자[이미 결혼한 자] 오륙 인은 5×6=30의 30甲[先進: 1800년]으로 이미 지나간 연대를 말한 것이고, 동자[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 육칠 인은 6×7=42의 42甲[後進: 2520년]으로 앞으로 후천이 다가오는 도수를 의미한 것이다. 공자는 요임금의 도통의 연원을 밝히고 장차 후천에 이르러 자신의 도를 펼치고자 하였으며, 증석은 공자의 大意를 짐작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요순시대를 태평성세라 말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堯天舜日[요임금은 하늘과 같고 순임금은 태양과 같다]’을 노래하며 요순을 칭송했다. 요임금은 無爲의 덕으로 治世하고 천하를 순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아들 丹朱에게는 얼마나 많은 恨이 맺혔을까? 천하를 잃은 단주에게 대신 바둑판을 물려준들 위안이 되기나 했을까?

 아무튼 이제 후천시대에 들어와서 단주의 한이 다시 살아나는 모양이다. 요임금 이래로 지금처럼 碁風(기풍)이 성한 날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동북 간방의 이 땅에서 말이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매주 화요일 19:00~21:00 : 대학중용.(학회강의실)
※ 수강료 : 50,000원 / 월

☞ 연락처 : 대전동방문화진흥회 (042)82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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