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40) - 七夕2 (광복과 칠석)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8/27 [15:56]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40) - 七夕2 (광복과 칠석)

이응국 | 입력 : 2007/08/27 [15:56]
* 광복과 칠석  
 많은 선지식인들이 을유년의 닭이 울어 새해가 어서 오기를 기다렸지만 그 중에서 특히 야산 선생이 광복일을 맞이한 모습은 남다르다. 선생은 일제 시대에 잠시 고향 금릉군(현재 김천)에서 학동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 장소가 齋室(재실)이었다(구성면 복호동 소재). 당시 선생은 재실의 한쪽 방을 증축한 적이 있었다, 이때 대들보 가운데에 黑白(흑백)색으로 태극 문양을 손수 그려 붙였고 좌우로 서까래 7씩을 놓게 했으니 이는 7월 7일에 광복이 된다는 것을 예견한 것이다. 태극을 그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태극은 음양이 만나는 모습이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음양이 포개진 모습인 것이다. 3.1운동 때에도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만세를 외쳤고, 광복이 된 그 날도 삼천리 강토에서 사람들은 태극기를 들고 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왜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을 염원했을까? 국기인 태극기를 들고 광복이 되기를 염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태극의 원리대로 우리나라가 광복이 이루어졌기에 하는 말이다. 주역에 ‘百姓(백성)은 날로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日用而不知)’는 글이 있는 것처럼, 아마도 태극의 원리가 이러하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이 대구에 잠시 거처할 때, 봉화 내성 사람인 金炳潤(김병윤:門人인 小山 姜和의 처남)이란 자가 선생을 뵈었다. 좌정한 후에 선생께 여쭙기를 “시국이 참으로 불안하니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선생이 “일본은 망한다. 말로는 다 못하고 글이나 적어주마.” 하시며 종이에 ‘胃醒黃連’(위성황련)이라 쓰셨다. 좌중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궁금해 하니 다시 옆에다 다음의 글을 쓰셨다.
 
‘訣曰(결왈) 鷄鳴月星田(계명월성전) 田中共車之’

  무슨 뜻이냐면, ‘계명월성전’은 ‘닭이 월성전에서 운다’는 뜻이니 ‘위성’이란 글자로 다 풀 수가 있다. 즉 계명은 醒(성)자 중의 酉(유)자로 배치하고 나머지는 모두 月(월)+星(성)+田(전)으로 파자할 수 있으니 ‘계명’은 바로 닭이 우는 을유년을 가리킨 것이다. ‘월성전’은 은하수를 말하는 것으로 7월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는 뜻을 은유한 것이다. ‘전중공거지’는 ‘黃連’을 풀이한 것이다. 黃자 중의 가운데 田자가 있고 위와 아래로 합해서 共자가 되며 連은 車+之의 합성자니 ‘밭 전’자 가운데 5·10토의 의미가 있으므로 5월 10일에 공산군 수레가 지나간다는 것이다. ‘위성황련’이란 간결한 용어로 7월7일 광복이 이루어지고 5월 10일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까지 예언한 것이니 기막힌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을유년(1945년) 7월 7일이 되자 선생은 사돈인 大悟齋(대오재) 선생 및 몇 사람과 더불어 산청의 花溪里(화계리)라는 마을을 찾아가서 吳氏(오씨)라는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그날 밤 子時 경이었다. 子時(자시)는 三更(삼경)을 이른다. 선생이 불현듯 좌우를 둘러보며 “이곳 지명이 무엇인가?”라고 말하였다. 방안의 사람들이 그 뜻을 짐작하지 못했으나 대오재 선생이 말하기를 “화계리라.” 하였다. 선생이 웃으며 “有識(유식)한 선비로다.”하니 주인이 말하기를 “꽃계라고도 합니다.” 하였다. 선생이 “주인의 姓(성)이 吳氏(오씨)로구나.” 하니 말 끝나기가 무섭게 대오재 선생이 길게 목청을 돋우며 “꽃계오!” 하며 닭 우는 소리를 흉내 냈다. ‘화계’의 ‘꽃계’와 주인 성씨가 ‘오씨’이므로 합쳐서 ‘꽃계오’가 되기 때문이다. 선생이 “옳거니 닭이 한 번 울었구나.” 하니 주인이 또 한 번 “꽃계오”하고 높이 소리쳤다. 선생이 희색이 만면해서 “닭이 두 번 울었구나” 하였다. 그런데 대오재 선생이 난데없이 “꼭꾸벅꼭 꼭꾸벅꼭” 하며 암탉 소리 흉내를 냈다. 그러자 선생이 탄식하며 “닭이 이미 三唱(삼창)했구나 이제 밤은 서서히 밝아오고 도적들은 물러가리라. 그러나 세 번째가 암탉의 울음이니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차후에 다시 한 번 장닭이 울어 젖히는 날 우리나라의 완전한 독립이 비로소 이루어지리라.” 하였다.

  이때가 바로 칠석 다음날이며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기념일인 것이다. 여기에서 닭이 울었다는 것은 地支(지지)로 酉(유)가 되는 해로 乙酉(을유)년을 말한다. 일제의 36년 기간 동안 酉年(유년)이 세 번 들었으니 辛酉(신유:1921)년, 癸酉(계유:1933)년, 乙酉(을유:1945)년이 이에 해당한다. 鷄鳴三唱(계명삼창)은 이를 비유한 것이다. 단정히 앉아서 새벽을 기다리던 선생은 聞慶(문경)에 가서 광복을 맞이해야겠다며 서둘러 떠났다. ‘문경’이 무슨 뜻인가? ‘들을 문’ ‘경사 경’ 즉 ‘경사스런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니 이보다 더 적합한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선생 일행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문경으로 향했다. 그리고 聞慶郡(문경군) 聞慶面(문경면) 聞慶洞(문경동) 三聞慶(삼문경)에서 萬歲三唱(만세삼창)을 부른 것이다.

  광복일을 맞이해서 만세삼창을 소리 높여 불렀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60 갑자가 지나고도 또 두 돌을  맞이한 시점이지만 지금도 가슴 속에서부터 서서히 퍼져 나오는 감동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매주 화요일 19:00~21:00 : 대학중용.(학회강의실)
※ 수강료 : 50,000원 / 월

☞ 연락처 : 대전동방문화진흥회 (042)82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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