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보는 세상 읽기(38) - 허튼 육갑의 일제 36년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8/13 [17:16]

주역으로보는 세상 읽기(38) - 허튼 육갑의 일제 36년

이응국 | 입력 : 2007/08/13 [17:16]
  허튼 육갑의 일제 36년


  옛날 사람들은 가끔 이러한 농담을 하곤 한다. “자네 나이가 허튼 육갑의 方丑生(방축생)이지?”라고. ‘허튼 육갑’이라는 말은 육십갑자를 흩어 놓았다는 것이고, ‘방축’이라는 글자는 ‘경’자를 파자한 것이다. 이는 육십갑자의 순서를 제멋대로 흐트려 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름 아닌 나이를 속인 것을 의미한 말이다. 옛날 사람들은 농담을 하더라도 이렇게 격조 있는 언어를 구사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言中有骨(언중유골)이라 했던가? 이 말 속에는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 있으니 이는 다름 아닌 庚(경)자에 관한 秘傳(비전)이다. ‘갑’을 ‘경’으로 고쳐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이치에 의하면, 육십갑자의 원리에서 ‘갑’을 ‘경’으로 고치는 과정 속에서 자연히 36수가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갑신년의 갑을 경으로 고치게 되면 경신년이 되는 것이니, 갑신년과 경신년 사이에는 36년의 간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36년이 비워지게 됨으로써 기존의 육십갑자의 체계가 흩어져 버렸으므로 ‘허튼 육갑’이라 말하는 것이다. 이 모두가 갑을 경으로 고침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靑鶴集(청학집)』이란 책을 보면 碧落子(벽락자)라는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世運(세운)이 장차 쇠함에 그 기미가 東南(동남)에서 먼저 동하니 동남은 왜적이 아닌가? 썩은 나무에 벌레가 생하고 벽에 틈이 가면 바람이 생기는 법, 난적의 무리들이 이 때를 틈타 몰려올 것이다’

  이는 무엇을 비유한 말인가? 동남방이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일본이 위치한 곳을 이른다. 동남의 巽卦(손괘)는 일본을 상징하고 동북방의 艮卦(간괘)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를 나무와 벽으로 비유한 것이다. 손괘를 또한 바람으로 벌레로 비유한 것이다. ‘風’(풍)자는 凡(범)․虫(충)의 합성자로서 바람이 불면서 벌레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이와 같음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가 국력이 약해지거나 분열의 조짐이 있게 되면 항시 그 틈을 타서 들어오는 곳이 동남 손방의 일본이라는 것이다.    주역에 山風蠱卦(산풍고괘)가 있는데 아마도 벽락자가 주역의 이 괘를 통해서 당시의 지리적 상황을 말하지 않았는가 싶다. 고괘는 山(산)이 위에 있고 바람이 아래에 있는 형상이니, 산 아래에 바람이 들었다는 것이다. 봄에 부는 바람이라면 만물을 살리겠지만 가을에 부는 바람은 만물을 죽이는 것이다. 지금 蠱卦(고괘)에서 말하는 이 바람은 만물을 죽이는 가을바람이다. 산 아래에 바람이 들었으니 나무에 벌레가 생겨서 점차 병이 들고 부패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침탈당하는 모습과 그대로 부합이 되는 괘다. 즉 蠱卦(고괘)에서 艮(간)은 산으로 우리나라를 가리키고, 바람은 일본으로 풀이할 수가 있다.

  卦名(괘명)인 ‘蠱’(고)자 역시 파자로 풀어 보면, ‘蠱’는 그릇[皿(명)] 위에 ‘벌레 충’자가 셋이 있으니, 이는 木器(목기) 안에 벌레 세 마리가 나무를 갉아 먹고 있는 모습이다. 그릇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벌레 세 마리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주역의 글을 너무 단정적으로 풀이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이전의 선배들은 이를 일본과 미국, 소련으로 빗대어 풀이했다.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고괘의 형상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당시 우리 민족이 망할 듯 망할 듯한 국운이었지만 주역에서는 고괘를 두고 亨通(형통)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蠱(고)를 다스릴 방도를 제시했고 蠱(고)에서 벗어날 때가 언제라는 것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으나 이는 甲(갑)을 庚(경)으로 고치는 이치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갑을 경으로 고치게 되면 36년만큼의 시간이 비워지게 된다. 혹자는 일제 강점의 기간이 35년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음력으로 말하면 윤달까지 합해서 정확하게 432개월인 36년이 된다. 한 달의 착오도 허용하지 않았다. 옛날의 선인들은 일제의 36년을 헛된 36년으로 본 것이다. 단지 바램으로서가 아니고 천도가 그러한 것이다. 人事(인사)가 神道(신도)와 들어맞는 것이 이처럼 妙(묘)하다.
이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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