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庚(경)’에 대해서 많은 말을 했지만 정작 ‘庚’의 뜻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번 호에는 ‘庚(경)’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庚(경)을 ‘쇠 경’자로도 부른다. 오행으로 金(금)이기 때문이다. 금을『서경』홍범구주에서는 從革(종혁)이라 말하고 있다. 從革이라 하는 말은 ‘좇아서 고친다’라는 뜻이다. 쇠를 화로의 도가니에 넣어 從革을 할 때, 그 틀에 따라서 甲型(갑형)에서 乙(을)과 丙型(병형)으로 임의적으로 改造(개조)하게 되는데 이를 從革이라 하는 것이다. 四柱八字(사주팔자)를 논하는 곳에서도 종혁의 경금을 말하고 있다. 흔히들 ‘八字(팔자)가 기구하면 七字(칠자)로 고쳐라’는 말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말하기를, 사람의 타고난 팔자는 마치 연월일시의 4개의 기둥(柱)처럼 박혀 있으므로 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해도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팔자 안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사람의 운세를 여덟 글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더욱이 사람의 일생은 天道(천도)와 人事(인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나아가는 법이므로 선천운이 있다면 당연히 후천운도 있어야 할 것이다. 선천운이 정해진 운이라면 후천운은 改運(개운)을 말한다. 따라서 비록 사주팔자를 잘못 타고 나왔다 할지라도 덕을 쌓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속에서 팔자를 고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八字를 七字로 고쳐라’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七’자는 다름 아닌 ‘庚(경)’을 뜻한다. 庚이 天干(천간) 중 일곱 번째에 있기 때문이다. 즉 경금의 쇠로서 종혁하라는 것이니 선천의 甲型(갑형)을 후천의 乙型(을형)으로 고치라는 秘傳(비전)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終始(종시)가 있는 법,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야 되겠지만 그러나 始終(시종) 사이에 革新(혁신)이 없이는 절대 終(종)을 이룰 수 없다. 비유하면, 봄이 시작이라면 겨울은 끝이라 할 수 있는데 봄과 여름은 陽氣(양기)로서 만물이 생장하지만 가을과 겨울은 陰氣(음기)가 아니면 만물을 성숙시키고 감출 수가 없다. 양기에서 음기로 바뀌는 이치, 이것이 바로 革新(혁신) 즉 고쳐서 새롭게 함을 의미한다. 하루로 말하자면 오전에서 오후로 바뀌는 이치, 일년으로 말하자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이치, 129,600년의 一元(일원)으로 말하자면 선천에서 후천으로 바뀌는 이치, 이 모든 것이 혁신을 통해서 하루를 이루고 일년을 이루고 일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있음을 옛날의 성현들은 알아냈고, 그 뜻을 글이나 풍속을 통해서 후대에 전했던 것이다. 갑에서 경으로 바뀌는 원리를 밝힌 것도 후천이 오는 시기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갑’이 ‘경’으로 고쳐져서 나오지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갑’과 ‘경’을 같은 의미로 보기도 한다. 예로부터 나이가 같은 同年輩(동년배)를 同甲(동갑)생이라고 부르며 同甲之間(동갑지간)을 同庚生(동경생)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甲(갑)’과 ‘庚(경)’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갑’과 ‘경’을 같이 보는 것은 갑은 선천의 시작을 의미하고 경은 후천의 시작을 의미하니,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갑을 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역시 후천이 오는 이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경금’ 속에는 후천도 숨겨져 있지만 또 다른 것도 숨겨져 있다. 불 속에 들어가 백 번을 단련해도 없어지지 않고, 흙 속에 묻혀 있어도 썩지 않는 것이 경금이다. 세상 모든 것이 타 없어져도 경금은 살아남는다.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경금을 영생불멸의 상징으로 삼았다.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선도에서는 丹(단)을 가리켜 金丹(금단)이라 하였고 釋迦(석가)도 스스로를 金仙(금선)이라 이름 삼았다. 그렇다면 不老不死(불로불사)의 이 경금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眞土(진토)에서 眞金(진금)이 나오며 眞土(진토)는 곧 眞意(진의)를 말하는 것으로, 진의는 마음을 비워서[虛] 고요히[靜] 하는 속에서 나온다. 土(토)를 마음으로 비유한 것이다. 仙家(선가)에서는 진토를 단련하면 鉛(연:납)과 汞(홍:수은)을 얻는다고 하였다. 즉 진토에는 戊土(무토)와 己土(기토)가 있으니, 戊土(무토)를 단련하는 자는 坎月(감월)의 鉛(연)을 얻고 己土(기토)를 단련하는 자는 離日(이일)의 汞(홍)을 얻을 수 있으니, 연과 홍이 돌아가게 되면 금단이 스스로 맺힌다고 하였다. 이것이 『性命圭旨(성명규지)』에서 말하는 내용이다. 圭(규)는 쌍토를 가리키니 무토와 기토를 말하고 이로써 금단을 이루니 性(성)과 命(명)이 보존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선천의 금을 채취해서 후천에 금을 쓰는 것이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기를 ‘해와 달이 돌고 돌아 하루가 생기고 寒暑(한서)가 돌고 돌아 한 해가 이루어진다’ 했으니 이는 生(생)하는 원리가 음양의 상대적인 곳에서 나오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 마리의 자벌레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구부릴 줄 알고, 용이나 뱀도 봄에 활동하기 위해서는 겨울에 蟄居(칩거)할 줄 알았다. 음은 양에서 나오고 양은 음에서 나온다는 것이요, 유에서 무가 나오고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것이요, 吉(길)에서 凶(흉)이 나오고 흉에서 길이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이라고 어찌 이 원리에 벗어날 수 있겠는가? 진실로 밝은 지혜를 구하려면 먼저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見物生心(견물생심)이란 말이 있으니, 耳目口鼻(이목구비)를 열어 둔 상태로는 마음을 비우고 고요히 할 수가 없다. 불로장생의 저 경금을 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눈과 귀와 입을 닫고 자세를 바르게 한 다음 마음의 욕심을 비우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丹家(단가)의 仙藥(선약)은 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후천의 세계는 마냥 좋은 仙境世界(선경세계)만은 아닐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가 후천의 시작이라면, 삼복염천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절일 것이다. 그러나 불볕더위 속에서도 질병이 만연한 속에서도, ‘경금’은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니 聖人(성인)께서 ‘경금’ 속에 후천에서 살 수 있는 비결을 감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대전세종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응국
600444@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