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30)

주역에서 보는 端午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6/18 [15:44]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30)

주역에서 보는 端午

이응국 | 입력 : 2007/06/18 [15:44]
 2. 단오절의 여러 행사
  단오절의 풍속과 행사를「동국세시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신윤복의 「단오풍정」, 소장처:간송미술관     © 이응국



* 창포에 머리 감기

  민가에서는 이 날 음식을 장만하여 창포가 무성한 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하였다. 창포를 삶은 물[菖蒲湯(창포탕)]에 목욕을 하면 피부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소담스러워지고 윤기가 생기며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월 하지 이후가 되면 음습한 기운이 생하기 시작하며 비가 많이 오므로 피부병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또한 端午粧(단오장)이라 하여 단옷날에 새 옷을 입어 단장하기도 하였다.「동국세시기」에 보면 ‘남녀 아동들이 창포탕에 얼굴을 씻고 모두 홍색과 녹색의 새 옷을 입었다. 창포 뿌리를 잘라서 비녀를 만들어 혹 壽福(수복)자를 쓰고 그 끝에 臙脂(연지)를 칠하여 瘟病(온병)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머리에 꽂았으니[菖蒲簪(창포잠)] 이를 端午粧(단오장)이라 부른다’고 하였다.「大戴禮(대대례)」라는 책에도 ‘5월 5일에 蓄蘭(축란:창포)으로 목욕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바로 단오일이 갖는 벽사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민가에서는 창포 대신에 단옷날 상추 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분바르기도 하였다. 옛날 여자들은, 박하분이라는 가루분에 단옷날 상추에 맺힌 이슬을 받아 섞어 얼굴에 바르면 버짐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단옷날의 아침 이슬은 陰氣(음기)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益母草(익모초). 약쑥 뜯어 말리기

  단옷날 중에서도 午時(오시)는 음이 바야흐로 싹 트는 때이다. 농가에서는 이때 익모초와 쑥을 뜯어서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익모초는 주로 더위를 먹어 입맛이 없거나 속이 냉하거나 더부룩한 증상이 있을 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모초를 베어 말려 두었다가 삶은 물을 먹기도 하고 익모초를 찧어 생즙을 내어 먹기도 하였다. 이 날 익모초를 먹으면 더위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단오 전 날에 익모초를 뜯어서 즙을 내어 바깥에 두어 단옷날 아침 이슬을 맞혀서 먹으면 더욱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를 먹으면 ‘세상 없어도 속이 넘어오지 않는다’ 할 정도로 맛은 굉장히 쓰지만 효과는 탁월하다는 것이다.

  오월이 되면 들이나 강변 여기저기에서 쑥이 많이 자란다. 쑥은 산후 조리용이나 배가 아플 때 사용하기도 하며, 여름에 모기를 쫓기 위하여 마당에서 약쑥을 태우기도 한다.

  쑥을 베어서 액막이용으로 대문에 묶어두는 집도 더러 있다. 단옷날 쑥은 주로 동티가 났을 때 고추와 목화씨와 함께 불을 피우는 데 사용한다. 옛말에 만약 동티가 났으면 쑥을 피워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약쑥은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단오 이후의 음기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또한 쑥을 뜯어서 찹쌀에 넣고 쑥떡을 찌기도 하였다. 이 때 쑥떡을 수레바퀴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어 먹기 때문에 단오를 수릿날(수렛날 또는 술의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때 둥근 쑥떡을 ‘수리치’라고 말한다. 「동국세시기」에서 말하기를 ‘「本草綱目(본초강목)」에는 ‘천 년된 쑥을 중국 사람들은 狗舌草(구설초)라 한다’ 했으니 바로 이것이고, 쑥잎의 등이 흰 것을 볕에 쬐어 말려 잘 비벼 火絨(화융:부싯깃)을 만드니 이것을 수리치(戌衣草)라 한다’ 하였으니, 수리치는 따뜻한 성분을 지닌 쑥을 말한다. 이러한 이치로 수리치떡을 먹으면 오장에 병충해가 없어진다고 하여 예방차원에서 많이 먹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네뛰기[鞦韆(추천)]

  그네뛰기를 한자로는 鞦韆戱(추천희)라 한다. 혹 뛰는 모습이 공중을 나는 듯하다 하여 ‘半仙戱(반선희)’라고도 한다. 그네뛰기는 주로 여자들이 노는 놀이다. 과거에 외출이 여의치 못했던 부녀자들이 이 날만은 여자들의 명절이라 할 정도로 밖에 나와 그네뛰기를 할 수 있었다. 이는 무슨 의미에서일까? 생각건대 단오일은 음양이 만나는 때이므로 춘향이가 이도령을 만난 것이고, 음이 비로소 생하는 때이므로 시절에 부쳐서 여자의 외출을 허락하였을 것이다. 「동국세시기」에는「宛署雜記(완서잡기)」의 책을 인용하여 말하기를, ‘燕都(연도:지금의 북경)에서는 5월1일부터 5일까지 작은 閨女(규녀)들이 모양을 내어 아주 예쁘고, 이미 출가한 여자들도 친정에 覲親(근친)간다. 그래서 이 날을 女兒節(여아절)이라 한다’ 했으니 우리의 풍속과 유사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의 가사는 홍성지방에서 전해져 오는 노랫말이다. 그네를 뛰면서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오월이라 단옷날에 뻐꾹새야 왜 우느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높게 높게 그네 매고

임이 뛰면 내가 밀고 내가 뛰면 임이 밀어

얼씨구나 절씨구나 단옷날의 아가씨

살살 밀어라 끈 떨어지면 임 떨어진다.



*씨름[角力]

  씨름 역시 단옷날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다. 그네뛰기가 여자의 놀이라면 씨름은 남자의 놀이다. 두 사람이 마주 구부리고 각각 바른 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띠를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의 샅바를 잡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이 또한 단오절의 행사로 그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단오절은 음양이 서로 만나는 자리이므로, 음이 이기느냐 양이 이기느냐 하는 경쟁의 관계로 놀이를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도 이를 高麗伎(고려기) 또는 撓跤(요교)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금산 직지사에 모여서 씨름대회를 열었다거나, 남산이나 북악산의 씨름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한 이밖에도 김해 풍속에, “청년들이 좌우로 편을 갈라 石戰(석전)을 하였다” 하였으며, 경상북도 지방에서는 널뛰기, 윷놀이 등의 놀이를 하였다는 기록 또한 전해지고 있다. 이 모두 음양의 관계를 기초로 유희화한 것이다.



*玉樞丹(옥추단)과 醍醐湯(제호탕)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단옷날이 되면 內醫院(내의원)에서 옥추단과 제호탕을 궁중에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제호탕은 砂仁(사인), 烏梅肉(오매육), 草果(초과). 白檀香(백단향) 등의 한약재를 가루 내어 꿀에 섞어 달인 약이다. 일종의 청량제로서 더위가 심하여 건강을 해치기 쉬울 때 사용하였다 한다.

  옥추단은 일종의 구급약으로, 여름철 癨亂(곽란)이나 暑滯(서체)가 생겼을 때 물에 타서 마신다. 임금이 이 옥추단을 중신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는데, 약에다 구멍을 뚫어 오색실로 꿰어 허리띠에 차고 다니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면 급할 때 먹을 수도 있으려니와 악귀를 막고 재액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은 艾虎(애호)나 艾花(애화)를 하사하기도 하였다 하니 이 모두가 벽사의 의미에 기인한 것이다.



*단오부적(천중부적)

  觀象監(관상감)에서는 朱砂(주사)로 天中符籍(천중부적)을 만들어 대궐 안의 문설주에 붙였으며, 사대부 집에서도 이 부적을 붙였다고 한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5월 5일 천중절에, 위로는 하늘의 녹을 받고 아래로는 땅의 복을 받으며, 치우의 신 구리머리와 쇠 이마로 적구적설 404병이 일시소멸하기를 속히 속히 율령과 같이 하소서(五月五日 天中之節 上得天祿 下得地福 蚩尤之神 銅頭鐵額 赤口赤舌 四百四病 一時消滅 急急如律令)’라는 내용이다.

 한나라 때에도 5월 5일에 복숭아 나무로 만든 도장(桃印)으로 惡氣를 막았다고 하였고,「抱朴子」에도 5월 5일에 赤靈符(적령부)를 제작해서 가슴에 달면 병기를 피할 수 있다 했으니, 이러한 것들 또한 단오의 유습이다.

*端午扇(단오선)

  夏扇冬曆(하선동력)이란 말이 있다. 겨울에는 달력을 만들어 친지들에게 나누어주고 여름에는 부채를 만들어 주어 더위를 이기게 하였다는 것이다. 옛날 나라에서는 단오 무렵에, 工營(공영)에서는 대나무 생산지인 전주, 남원 등지에 부채도안 등 제작방법을 일러준 다음 부채를 만들어 진상하도록 하였다[節扇]. 임금은 이 부채를 단옷날 중신과 시종들에게 하사하였는데 이를 端午扇(단오선)이라 하였다.

  본래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白貼(백첩)을 하사하지만 이것을 얻은 자는 대개 금강산 일만이천 봉을 많이 그렸다. 그러나 일반적인 풍속으로는 꺾어진 나무[折枝], 복숭아꽃[桃花], 연꽃[芙蓉], 나비[蝴蝶], 은붕어[銀鯽], 해오라기[鷺鷥] 등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부채는 모양뿐만이 아니라 그 용도도 다양하다. 첫째 바람을 일으키고, 둘째 햇볕을 가릴 때 쓰고, 셋째 얼굴을 가릴 때 쓰고, 넷째 노래 부르고 춤출 때 사용하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부채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고려 사람은 겨울에도 부채를 가지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모양에 따라 부채의 이름도 여러 가지이지만, 일반적인 서민용으로는 八德扇(팔덕선)이라는 것이 있다. 왕골이나 풀로써 자루가 달린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바람도 일게 하고, 햇빛도 가리고, 파리도 쫓고, 음식도 덮고, 나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깔고 앉아서 방석으로도 쓰고, 불도 피우고, 내외용으로 얼굴도 가리고, 가려우면 등도 긁는 등의 많은 덕이 있다 하여, ‘팔덕선’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장수근, 한국의 세시풍속, 참조) 그 다양한 용도에 어울리는 이름이라 하겠다.

*端午祭(단오제)

  단오제는 대부분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과거에는 安邊(안변) 풍속의 霜陰神祭(상음신제), 軍威(군위) 풍속의 三將軍祭(삼장군제), 三陟(삼척) 풍속의 烏金簪祭(오금잠제) 등이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일제에 의해 단오축제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였지만 그나마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제로서 뿐만이 아니고 궁중에서도 단오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조선「세종실록」에 보면 世子가 輝德殿(휘덕전)에서 단오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세자가 지냈다는 것은 이때가 음이 생하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단오제와 더불어 단오굿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경남 靈山(영산)의 文戶長(문호장) 굿, 경북 慈仁(자인)의 韓將軍(한장군) 굿, 강릉의 단오 굿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릉의 단오 굿은 2005년 11월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으로 인정받으면서 더욱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매주 화요일 19:00~21:00 : 대학중용.(학회강의실)
※ 수강료 : 50,000원 / 월

☞ 연락처 : 대전동방문화진흥회 (042)82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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