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9)

結者解之(결자해지) 1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4/02 [14:55]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9)

結者解之(결자해지) 1

이응국 | 입력 : 2007/04/02 [14:55]

   결자해지라는 秘語(비어)가 언제부터인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는 ‘처음 일을 벌여 놓은 사람이 그것을 풀어야 한다’라는 뜻이다. 結(결)이란 끈으로 매는 것이고, 解(해)는 묶은 끈을 푼다는 것이다. 사람의 일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사에 이리저리 얽히기(結) 시작하지만 죽을 때에는 그 모든 것을 풀고(解之) 가야 한다.
 
   世上事(세상사)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이사이에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어 있으니, 너와 내가 얽히고 상하가 얽히고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關係(관계)라는 단어에도 ‘실사(糸)’가 들어 있듯이 사람들은 이러한 끈으로 서로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佛家(불가)에서 말하는 因緣(인연)이란 말로 표현해도 좋을 듯싶다. 좋게 얽혀 있으면 무슨 문제랴마는 만약 원한으로 맺혀 있다면 어찌 감당하랴!

  복희씨는 끈을 엮어서 그물을 만들었다. 복희씨는 괘를 만들고 여러 괘중 離卦(이괘)의 상에서 착안하여 그물을 만든 것이다. 공자께서 계사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끈을 매듭지어서 그물과 덫을 만들어서(作結繩而爲網罟) 짐승을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으니(以田以漁) 대개 離卦에서 취한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離卦는 불(火)을 상징하는 것인데 불과 그물은 무슨 유사성이 있을까? 주역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유추해석을 잘해야 한다. 불이라는 것은 본래 陰體(음체)이므로 自生(자생)하지는 못하고 나무나 다른 물체에 붙어서(걸려서) 살아나 빛을 밝힌다. ‘걸린다’는 뜻은 그물에서도 통용되고 있으므로 공자께서는 ‘離(이)’는 걸린다는 뜻이다-離(이)는 麗也(리야)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때의 ‘麗(려)’는 ‘고울 려’의 뜻이라기보다는 ‘걸릴 리’로 이해해야 한다.
 
   주역에서는 이 글자를 ‘고울 려’자의 뜻으로 쓰지는 않는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국사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고구려’나 ‘고려’는 ‘고구리’나 ‘고리’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소위 한 나라의 국호를 정하는 데 있어서, 단지 금수강산이 아름답다는 ‘려’자의 의미로서가 아니고 태양이 중천에 높이 걸려서 천하를 빛낸다는 의미를 지닌 ‘리’자의 뜻으로서 국호를 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구려나 고려라고 발음한 시점이 언제부터였는지 자못 궁금하다.

  어쨌거나 離卦의 德(덕)은 ‘걸리다(麗:걸릴 리)’는 뜻이다. 하늘의 日月星辰(일월성신)이 빛나는 것도 주역 離卦에서는 마치 그물에 걸려있는 것처럼 ‘하늘에 걸려있다(麗乎天)’로 표현하고, 땅 위에 百穀草木(백곡초목)이 자라는 것도 역시 ‘땅에 걸렸다(麗乎土)’라고 표현한다. 사람도 일생을 통해서 훌륭한 선생이 있으면 찾아가 배우고 좋은 친구가 있으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쳐서 밝은 세상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다시 말하면 그들에게 ‘걸려서’ 빛을 내는 것이다. 즉 지혜를 밝힌다는 뜻이다. 이 모두가 복희씨의 그물 속에서 걸려 있는 것이다. 佛家(불가)에도 ‘帝網刹海(제망찰해)’라는 말이 있다. 즉 ‘상제의 그물로 육지(刹), 바다(海) 할 것 없이 온 누리를 건져 올린다(구제한다).’는 뜻이니 아마도 복희씨의 그물과 다른 그물은 아닐 것이다.

  상고시대에 복희씨께서 팔괘를 만들고, 문자를 만들고, 남녀 혼인하는 법을 만들고, 犧牲(희생)을 길러서 제사 지내는 법 등 많은 것들을 만들어, 마치 끈으로 엮어(結繩(결승)) 세상을 밝힌 것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밝은 곳에 걸리게 하였다. 세상을 문명한 곳에 걸리게 한 것이다. 적어도 공자께서는 문명의 시점을 복희씨로부터라고 기록하였다. 복희씨로부터 시작된 결승의 역사가 오천 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흘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매듭지을 일이 있으면 풀어야 할 일 또한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게 묶은 끈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좋지 않게 변할 수도 있다. 좋은 매듭이야 상관할 바 없겠지만 잘못 묶였다면 풀어야 한다. 얽힌 일이 많을수록 풀 일도 많은 법이다. 언 땅이 풀린다 해서 解凍(해동), 근심을 푼다 해서 解憂(해우), 원한을 푼다 해서 解寃(해원) 등,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얽어야 할 일도 많지만 풀어야 할 일도 참으로 많다.

  그런데 ‘結’ 자를 놓고 끈으로 묶는다는 뜻은 이해가 되지만 ‘푼다’는 의미의 글자를 왜 解(해)자로 썼을까? 解(해)를 파자해 보면 角+刀+牛가 합성한 글자로 이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글자다. 글자대로 해석하자면 소뿔을 칼로 자른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푼다’는 뜻의 解字(해자)와 소뿔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다음호에 계속..)
이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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