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3)

태극과 무궁화 1, 2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2/16 [12:51]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3)

태극과 무궁화 1, 2

이응국 | 입력 : 2007/02/16 [12:51]
 * 태극과 무궁화 1 

  무궁화는 나라꽃(國花)이다. 해마다 늦여름이 되면 무궁화는 삼천리 강토를 물들인다. 단군 이래로 나라의 역사와 더불어 국토를 화려하게 장식해 온 무궁화는 그래서인지 꽃 속에 우리의 민족성을 담뿍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홀대 받는 것이 또한 무궁화다. 國花라고 하기에는 왠지 꽃 모양도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고 나무의 크기 또한 왜소해서, 모양을 중시하고 크기만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무궁화 홀대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간간이 무궁화에 대한 국화 선정의 시비 논란이 제기되어 오기도 했다. 아마도 이러한 논란은 무궁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무궁화 꽃을 잠시라도 그윽하게 관찰해 보면 의외로 무궁화가 지닌 덕성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궁화는 모란처럼 화려한 꽃이 아니고 양귀비나 장미처럼 요염하지도 않으며 순간에 활짝 피고 순간에 지고 마는 벚꽃과 같은 무상함도 찾아볼 수도 없다. 소박하면서도 점잖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무궁화, 비록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朝開暮落花)이라고 말할 정도로 수명은 짧지만 나무 전체로 볼 때는 백 일(7월부터 10월까지)이 넘게 새로운 꽃을 피우는 영광을 누린다. 또한 지는 모습도 깨끗하다. 단정히 피었다가 질 때에는 꽃잎을 흐트리지 않고 역시 단정하게 모은 뒤 고운 자태로 있다가 소리 없이 떨어진다. 그저 ‘유종의 미’를 중시하는 군자다운 풍모이다. 무궁화의 덕성이 어찌 이 뿐이랴!

  무궁화의 잎은 5개이며 꽃술 하나가 중앙에 솟아 있다. 마치 태극이 五極(오극)을 거느린 모습이다. 색 또한 멋있다. 무궁화의 꽃잎 색깔은 다양하나 그 花心部는 붉은 색을 띠고 있어 白色丹心의 그야말로 ‘一片丹心’을 의미한다. 이를 보면, 우리의 정서와 사상에 맞는 무궁화를 有德君子(유덕군자)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를 ‘무궁화 꽃이 피는 나라’로 불러왔다.「山海經」을 보면,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君子之國有薰花草 朝生夕死).’고 하였다. 예로부터 중국은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러왔고, 공자도 군자가 거처하는 곳이라 했으니 군자지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신라 효공왕 때 쓴 국서 가운데에도 신라가 스스로를 가리켜 ‘槿花鄕(근화향)’이라 부른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기록들을 볼 때, 신라시대에 이미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古今註」에도 ‘군자의 나라 지방 천리에 목근화가 많다(君子之國地方千里 多木槿花)’라는 글이 있다.

  또한 고려 고종 때 李奎報(이규보)의 문집에 무궁화를 논한 글이 있다. 그의 친구 중에 文(문)이라는 사람과 朴(박)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는 無窮花(무궁화)가 맞다 하고, 하나는 舞宮花(무궁화)가 맞다고 고집하여 결정을 짓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손관성의『나의꽃 문화산책』참조)

  화훼에 대한 저술로는 세종 때의 학자인 강희안의「養花小錄(양화소록)」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런데 처음 이 책에 무궁화에 대한 언급이 없자, 安士亨이란 선비가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글을 올리자 이에 대해 저자가 정중히 사과하는 글이 실려 있다. 安 선비가 완곡하게 말하기를, “우리나라에는 단군께서 나라를 여실 때 이미 목근화(무궁화)가 나왔기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 동방을 일컬을 때 반드시 槿域(근역)이라고 하였으니 槿花는 옛날부터 우리 동토의 봄을 장식하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라고 하였다.

  단군 시대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國花는 고려조까지만 하더라도 사랑을 받았었는데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李花 그늘에 가려 점차 세력을 잃었으나 경술국치 즈음에 애국가를 부르면서 무궁화는 다시 우리나라의 국화가 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무궁화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역사를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 태극과 무궁화 2 

  무궁화에 대한 명칭은 다양하다. 木槿(목근), 舜英(순영), 舜華(순화), 薰花草(훈화초), 朝開暮落花(조개모락화), 藩籬草(번리초) 등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無窮花(무궁화)라고 부른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궁화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끝이 없이 계속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듯이 꽃이란 잠시 피었다가 지는 법인데, ‘무궁한 꽃’이란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무궁’이란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자. 무궁이란 太極(태극)을 의미한다. 窮則通(궁즉통)이란 말이 있듯이, 태극이란 음이 궁하면 양으로 생하고 양이 궁하면 음으로 생하는 이치를 말한다. 하루가 음양의 낮과 밤으로 돌고, 일 년은 음양의 더위와 추위로 돌고 돈다. 천만 년이 흘러도 무궁토록 끝이 없이 돌고 도는 것이 태극의 이치이고 모습이다. 끝났는가 싶었는데 다시 생하는 이치, 그래서 태극을 으로 표현한다. 무궁화 씨앗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잔털이 나 있는 무궁화 씨앗이 태극 모양이기에 나무 이름을 무궁화라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옛날 조상들이, 씨앗이 태극 모양이라는 것만 갖고 국화로 정하고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무궁화 꽃이 단군 이후에 세인의 입에 회자되어 온 것을 고려해 본다면, 단군께서 윷판을 통하여 장래의 국운을 예견하셨듯이 아마도 무궁화를 보고서 우리의 국토가 영원무궁하리라는 것을 통찰하셨을 것이다.

태극의 이치를 간직한 곳이 동북 간방의 이곳 우리나라이다. 주역에서 ‘만물을 마치고 만물을 시작하는 곳이 간방보다 더 성한 곳이 없다(終萬物始萬物者 莫盛乎艮)’ 하니 밤이 끝나고 새벽이 오는 자리, 선천을 마치고 후천이 오는 자리가 바로 간방인 것이다. 艮은 日+氏의 합성자로서 해가 돋는 근원의 자리다. 뿌리를 뜻하는 根(근)자 역시 木+艮의 합성자이다. 근원의 자리가 艮方(간방)이므로 간방은 태극을 간직한 곳이다. 때문에 태극의 이치를 간직한 우리나라 간방에서 태극기를 國旗(국기)로 사용하고 무궁화를 국화로 삼아 이 땅을 장식함은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또한 무궁화는 여름과 가을 사이에 활짝 핀다. 무궁화는, 대부분 봄에 피는 꽃들과는 달리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양하며 다투지 아니하면서 군자의 모습을 간직하다 염천 더위에 모든 꽃들이 자취를 감추는 때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三伏(삼복) 炎天(염천)은 일 년의 절기로 말하자면 夏至(하지)후 세 번째 오는 庚日(경일) 이후의 때이므로 가을이 들어서는 때이다. 선천·후천으로 비유하자면 후천이 들어서는 때다. 아마도 오랜 옛날 단군께서는 후천이 이르는 그때까지도 우리 민족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영광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궁화를 심었으리라 여겨진다. 우리 민족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씨앗’으로써 ‘무궁’한 특혜를 받은 민족일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는 하늘의 축복을 받은, 선택된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응국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