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2)

윷놀이와 후천개벽 2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2/12 [13:55]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2)

윷놀이와 후천개벽 2

이응국 | 입력 : 2007/02/12 [13:55]

  근세의 역학자였던 也山 先生은 ‘馬田章(마전장)’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五極三才槿火熱(오극삼재근화열) 오극 삼재 무궁화꽃 활짝 피었는데  
     誰人試手對相觀(수인시수대상관) 어느 누가 윷을 던져 상대해 보겠는가?

이 시에서,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가리키고, 오극삼재는 五皇極(오황극)과 천·지·인 삼재를 말한다. ‘오황극’은「서경」홍범구주 편에 나오는 말로 황극의 도를 세운 것을 의미하고, ‘삼재’는 [주역]의 천·지·인 삼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이들 모두가 활짝 피었다는 것이다. 도·개·걸·윷·모로 노는 윷판의 놀이가 무궁화의 꽃술 하나에 다섯 꽃받침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中宮인 꽃술은 태극을 상징하고 다섯 꽃잎은 오극을 비유한 것이다. ‘화열’은 무궁화가 활짝 꽃핀 모습을 형용한 것으로, 무궁화는 본시 삼복염천에 피는 꽃이다. 염천 더위에 활짝 피는 것이 무궁화 꽃이니 무궁화 꽃이 피었다는 말은 오회중천의 선후천이 변화하는 金火交易(금화교역)의 시기가 이르렀다는 뜻이다. 즉 태극의 이치를 간직한 우리나라에 후천이 왔다는 것이다. 윷판 속에서 야산 선생은 이러한 이치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 윷판 속에는 어떤 수가 담겨 있을까? 둘레 28수는 국토로서 밭을 상징한 것이다. 밭은 오행의 원리로 말하자면, 中央土(중앙토)이다. 토는 5를 生數(생수)로 하고 10을 成數(성수)로 쓴다. 밭(田)이 10인 성수를 쓰므로 네모(□) 안에 十을 붙인 것이다. 따라서 每点(매점)마다 땅의 成數(성수)인 十(십)을 쓰니 28×10=280이 되고, 윷말을 ‘동’이라 말하니 ‘한 접’이 100이 되듯이 묶음 단위로 ‘한 동’은 1000이 되니 네 동은 4천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윷판 속에서 4,280의 수가 나온다. 이 4280의 수 역시 야산 선생이 말한 것이다. 

  戊辰年(무진년)인 서기전 2333년은 檀君王儉(단군왕검)께서 開天(개천)하신 해다. 개천이란 새 나라를 연다는 뜻으로 이로부터 국호를 朝鮮(조선)이라 이름한 것이다. 동쪽의 해 뜨는 밝은 곳, 조선은 이로부터 반만년 역사를 지켜왔다. 비록 왕조는 교체되고 이 땅이 나누어지긴 했지만 단군조선이란 이름 아래 민족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던 것이다. 이 뜻을 윷판의 원리로 설명해 보자. 

  윷판은 첫밭을 출발하여 끝밭까지 4280수를 다함으로써 한 판을 마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즉 개천한 해로부터 4280년이 되는 때까지를 단군조선의 한 판의 숙명적인 역사로 본 것이다. 개천 후 4280년이 되는 해는 서기로 1947년(정해년)이다. 윷판으로 말하면, 끝밭에 서 있는 자리이다. 그렇게 보면 1948년(무자년)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해이다. 주역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先天(선천)을 마치고 後天(후천)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해에 大韓民國(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을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군주제에서 민주제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를 주역에서는 天地(천지)가 바뀐 泰卦(태괘)로 표현한다. 국조이신 단군께서는 바로 이 해를 바라보신 것이다. 우리 민족이 선천을 마치고 후천에 이를 것임을 예견한 것이다. 이 땅의 미래를 어찌 단황께서 몰랐겠는가? 단황께서는 개천의 날을 기념하고 그 뜻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 윷판을 만든 것이다. 그 뜻을 윷판 속에 비결로써 은밀히 담아 전한 것이다.   

  주역의 문왕 팔괘에서 艮卦(간괘)는 동북방에 위치해 있다. 동북방은 만물이 終始(종시)하는 곳이다. 만물이 생을 마치고 다시 시작하는 자리, 이러한 동북 간방은 우리 나라를 뜻한다. 따라서 윷놀이를 할 때 出口(출구:끝밭)가 되는 동시에 다시 入口(입구:첫밭)의 시작하는 자리를 간방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주역에서 팔괘로서 신체를 분류하자면, 艮卦는 손(手)이 된다. 이 윷가락은 손으로 노는 것이지 발로 노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윷은 간방인 우리 민족이 갖고 노는 물건이지 다른 나라에서 갖고 놀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윷가락을 손바닥 위에서 놀리며 힘차게 던져보자. 진리가 生生(생생)하니 오행이 변화하고 선후천이 운용되는 것이다. 

  이제 후천은 시작되었다. 문명의 밝은 시대를 맞이한 후천의 새로운 시대에 다시 한번 윷놀이를 해보자. 선천에는 조선이란 이름으로 윷판을 벌였지만 후천에는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윷판을 벌여보는 것이다. 또 한번 반만년 역사의 길고 긴 말밭(馬田) 속에서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것이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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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료 : 50,000원 /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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