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씨, 님' 띄어쓰기

성제훈 박사 | 기사입력 2005/10/20 [23:37]

우리말) '씨, 님' 띄어쓰기

성제훈 박사 | 입력 : 2005/10/20 [23:37]

맞춤법에서 띄어쓰기가 참 어렵죠.
사실 원리는 간단한데 막상 그것을 적용하면 어렵더군요.
차분히 시간 날때마다 하나씩 풀어가기로 하죠.
그게 어디 도망가기야 하겠어요? ^^*
 
오늘은 호칭어 띄어쓰기를 설명드릴게요.
며칠 전에 보내드린 메일 중,
'홍길동의원님'이라고 쓰면 안 되고, '홍길동 의원님'이라고 써야한다고 말씀드렸죠?
 그 근거로, 한글 맞춤법 제48항에 있는,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라는 구절을 들었고요.  
 
이를 좀더 자세히 보면,
1. 성과 이름은 '홍 길동'으로 띄어쓰면 안 되고 '홍길동'으로 붙여 쓴다.
2. 관직명과 호칭은 앞에 오는 고유 명사와  별개의 단위이므로, '홍길동 과장'처럼 띄어쓴다.
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씨'나 '님'은 어떨까요?
'홍길동 씨'할 때의 '씨'는 호칭이므로 '홍길동 씨, 홍 씨, 길동 씨'처럼 띄어써야 합니다.
'님'은 어떨까요?
씨와 마찬가지로 띄어씁니다. '홍길동 님'이 맞습니다.
 
다만, 성이나 이름이 아닌
직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는 '님'은 접미사이므로 붙여씁니다.
'사장님, 청장님, 과장님, 계장님, 실장님'처럼 써야 합니다.
 
사람이 아닌 일부 명사 뒤에 그 대상을 인격화하여 높여 부르는
'달님, 해님, 별님, 토끼님'의 '님'도 접미사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좀 정리가 되셨나요? ^^*
 
성제훈 드림
 
 
오늘은 덧붙이는 글이 좀 기네요.
며칠 전에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그 다음 날은 국회의원들이 또 참배하고...
이렇게 우리 속을 긁고 있는데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본말을 많이 씁니다.
일본 사람들을 욕하기 전에 우리가 쓰는 일본말부터 찾아서 없애야 합니다.
몇 년 전에 썼던 글이 있어서 붙입니다. ^^*
 
[우리말 속 일본 말 찌꺼기]
 

요즘 일본이 미쳤나 보다. 연초에 일본 총리가 2차대전 전범의 유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사람 속을 긁어놓더니, 이제는 우리나라 땅을 우리나라 우표에 넣는 것을 가지고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말도 안 되는 ‘덴깡’1)을 부린다. 얼마 전에는 댜오위섬이 자기네 땅이라고 생떼를 썼다. 일본이 정 그렇게 원하면 이번 참에 아예 독도를 일본에 주고, 울릉도도 주고, 쓰시마도 주고, 댜오위도 주고, 하와이도 주자. 다 주고 그 대신 일본을 ‘접수’하자.
 
우리나라는 아직도 과거 식민지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일본이 우리 역사를 희롱할 구실을 주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는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일본말 찌꺼기가 흩어져 있어 우리말을 짓밟고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속에 똬리 틀 듯 들어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알아보자. 뭣이 찌꺼기고 뭣이 쓰레기인지 알아야 안 쓸 수 있다.


일본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지도 벌써 60년이 지났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이런 주제로 글을 써야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이는 어쩌면 식민지배가 남긴 독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도 식민지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도 같다. 어떤 이유에서 건 간에 이 글을 쓰는 글쓴이의 가슴은 저리다.
 
얼마 전 뉴스에서 어린아이의 영어 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아이 혀를 길게 하는 수술이 유행이라는 말을 들었다. 기절초풍할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모르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가 커서 뭣이 될 건가? 영어나 한자를 모르면 국제화 시대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 밖으로 많다. 그러나 나라밖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외국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 한글이 뛰어남을 실감한다고 한다. 일본어는 홀소리가 5개뿐이지만 한글은 겹홀소리까지 합쳐 21개다. 이에 따라 한글은 8,778가지 소리를 적을 수 있는데 반해 일본어는 200여 가지 소리밖에 표현할 수 없고, 중국어도 400여 가지 소리만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대지’라는 소설로 유명한 미국 작가 펄 벅(pearl s. buck, 1892~1973)은 우리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글자라고 말한 바 있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우리글을 높게 평가하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 “남들도 다 쓰는데 뭐”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바르게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본이 이 땅을 떠난 지 60년이 지나도록 우리글 속에 일본말 찌꺼기가 뒤범벅된 채 나뒹굴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누군가 우리말을 잘 못 쓰면 그 자리에서 지적해 옳게 고쳐야 하고, 충고를 받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과 글이 바로 선다.


<국어순화의 의미>
 
국어 순화에 대해서 한글학회 부회장인 김석득 님은 “순화란, 잡스러운 것을 걸러서 순수하게 하는 일이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어 순화란, 잡스러운 것으로 알려진 들어온 말을 가능한 한 토박이말로 재정리 하는 것이요, 비속한 말과 틀린 말을 고운 말과 표준어 및 말의 법대로 바르게 쓰는 것이다. 또, 그것은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어려운 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말로 고쳐 쓰는 일도 된다. 한 마디로 하면, 우리말을 다듬는 일, 그것이 바로 국어의 순화이다.”라고 했다.
 
거창하게 ‘민족문화의 발전 및 전승은 언어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국어순화가 필요하다’라는 필요성 말고도 우리가 사용하는 우리말을 올바로 써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필요성에 앞서 무엇보다 일본말의 찌꺼기부터 없애고 나서 복잡한 말을 단순하게 만들고, 들어온 말을 고유어로 바꾸며, 비속한 말을 고운 말로 고치자. 우리부터 나서자. 우리가 쓰는 농업관련 용어와 일상용어에서 일본말 찌꺼기를 도려내자.


<왜 일본말 찌꺼기를 찾아서 없애야 하나>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며칠 전에 작고한 허 웅(1918∼2004) 전 한글학회 회장이 쓴 ‘한글 새소식’ 창간사 일부를 인용한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은 이 나라 백성들의 얼을 빼고, 순종하는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우리에게서 역사를 뺏고, 우리에게서 말을 뺏으려고 했던 것이다. -중간 생략- 이 나라 지식인들은, 출세의 길을 찾기 위해서 그 말과 그 글을 배우는 데에만 열중하고, 제 말과 제 글을 모르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해방이 되었다. 악마들은 물러갔다. -중간 생략- 일제 침략 시대에는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언어 침략을 당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손톱의 자취가 역력하다. 요리점에서는 지금도 ‘다이지리’나 ‘스끼야끼’를 먹고 ‘요지’로 이를 쑤시는 점잖은 지식인들이 많다. 거리에는 ‘우와기’를 입지 않고, ‘한소데’로 활보하는 일제 잔재들이 아직 존재한다. -중간 생략- 대학의 교수 회의에서까지 서양말 우리말을 반반씩 섞?! ? 쓰는 최고급 학자가 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들으면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지경이다. 상품 광고들을 보면 여기가 어느 나라인지 정신을 잃어버릴 형편이다. -중간 생략- 우리는 이 역사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들어 오는 외국 세력과 외국 문화의 조류 속에서 자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다시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중심?>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대륙과 접해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표현할 때 흔히 ‘해외’라는 단어를 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해외(海外)’는 일본말 찌꺼기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는 모두 ‘해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륙과 접해있는데 다른 나라가 왜 ‘해외’인가? 이는 마땅히 ‘나라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해외여행’이 아니고 ‘나라밖 나들이’다. ‘나라밖’이 싫다면 ‘국외’나 ‘외국’으로 표현하자. 이렇게 우리가 쓰는 단어 중에는 일본식 또는 일본위주의 단어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 일본이 결코 우리나라의 중심이 아닌데 왜 아직도 일본 위주의 말을 쓰는가. 이런 말은 하나하나 찾아내 없애야 한다. 일단 알자. 먼저 무엇이 일본말 찌꺼기인지를 알자. 알아야 ?! ?면장’도 할 수 있다.


<우리말 속에 남아 있는 일본말 찌꺼기>
 
우리나라 국보1호는 숭례문(崇禮門)이다. 조선시대 서울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대문’으로 더 잘 알려졌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화성에는 팔달문(八達門)이 있다. 사방팔방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의미인데, 안타깝게도 ‘남문’으로 더 잘 알려졌다. 글쓴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화산’북‘국민학교’다. 이렇게 고유명사에 동서남북 방향이 들어간 것은 거지반 일본말 찌꺼기다. 우리말을 단순화시켜버리기 위해 일제가 저지른 만행의 흔적이다.
 
우리말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일본말 찌꺼기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일본말 발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를 매개로 하여 남아 있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외국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단어가 남아있는 것이다.


- 일본말 발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일본말 찌꺼기를 거론할 때에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구루마, 다대기, 사시미, 아나고, 우동’ 따위다. 이러한 단어는 일본말 발음을 우리가 그대로 쓰는 것이다. 이들은 ‘손수레, 다진 양념, 생선회, 붕장어, 가락국수’와 같이 얼마든지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일본말 발음이 그대로 우리말에 남아 있는 찌꺼기는 오봉(쟁반), 쇼부(승부), 나가리(무효), 자바라(주름대롱), 야미(뒷거래), 몸뻬(일바지, 허드렛바지), 기스(흠), 찌라시(광고지), 쿠사리(비웃음), 가라(가짜, 헛것), 분빠이(분배), 가다(거푸집), 단도리(준비), 시아게(마무리), 한소데(반소매), 소라색(하늘색), 곤색(청색), 시로도(풋내기), 곤죠(성깔), 유도리(이해심, 여유), 모도시(되돌리기), 반까이(만회), 사시미(생선회), 사라(접시), 시마이(마감), 시다(보조원) 따위다.


-일본식 ‘한자’가 그대로 남이 있는 것
 
일본 글자 ‘가나’는 자유로운 글자살이를 하기에 다소 불충분한 글자다. 때문에 그들은 한자를 버릴 수 없는 숙명을 떠안고 있다. 그들이 쓰는 한자의 음이나 뜻은 우리와는 다르다. 더군다나 그들은 한자를 음으로 읽기도 하고 뜻으로 읽기도 한다. 일본식 방법대로 표기한 한자를 들여다가 그대로 쓰거나, 우리의 한자음대로 읽어 버린 데서 비롯된 일본말 찌꺼기는 ‘거래, 검사, 과학, 국회, 농구, 물리, 방송, 배구, 야구, 철학, 판사, 화학, 회사’ 따위와 같이 우리가 날마다 쓰고 있는 말들이 사실은 그런 것들이다. 이들은 이미 우리말에 거의 녹아들어 일본식 한자말이라는 이유로 몰아내기는 어렵게 된 것들이다. 그러나 한자를 매개로 한 일본말 찌꺼기 가운데에는 이제부터라도 얼마든지 바꾸어 쓸 수 있는 말들이 많다. 우리말을 더럽히는 일본! 말 찌꺼기는 한자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출처 : 한말글(http://www.hanmalgeul.org))
 
일본식 한자가 그대로 우리말에 남아 있는 찌꺼기는 견적서(추산서), 경합(경쟁), 굴삭기(굴착기), 기합(얼차려), 나대지(빈집터), 납득하다(알아듣다/이해하다), 매표구(표파는곳), 세대(가구), 수속(절차), 시건장치(잠금장치), 절사하다(잘라버리다), 추월하다(앞지르다), 특단의(특별한), 행선지(갈곳), 가봉(시침질), 각서(다짐글/약정서), 견적(어림셈/추산), 견출지(찾음표), 고지(알림), 고참(선임자), 공임(품삯), 납기(내는날/기한), 내역(명세), 대금(값/돈), 대합실(기다리는 곳/기다림방), 매립(매움), 매물(팔물건/팔것), 매점(가게), 부지(터/대지), 수당(덤삯/별급), 수순(차례), 수취인(받는이), 육교(구름다리), 인상(올림), 입장(처지), 절취선(자르는선), 지분(몫), 축제(잔치), 회람(돌려보기) 따위다.


-일본식 외래어가 그대로 남이 있는 것
 
일본말 발음이나 일본식 한자 찌꺼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 사람들이 다른 나라 말(특히 영어)을 자기네들의 소리 체계에 맞추어 받아들여 쓰는 것을 우리가 다시 그대로 받아들여 쓰고 있는 단어다. 일본말은 홀소리가〔a〕,〔i〕,〔u〕,〔e〕,〔o〕다섯 개뿐인 데다가 이마저도 대부분이 받침소리가 없는 음절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서양말의 소리를 제대로 발음하고 표기할 수 없어서, 서양말을 줄이거나 받침 없는 비슷한 소리로 흉내 내서 쓰고 있다. 그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말은 소리가 풍부하여 세계의 어떤 말도 거의 그대로 발음해 낼 수 있다. 혀 짧은 일본 사람을 흉내 낼 아무런 이유가 없다.(출처 : 한말글(http://www.hanmalgeul.org))
 
일본식 외래어가 그대로 우리말에 남아 있는 찌꺼기는 난닝구(running-shirts, 런닝셔츠), 레미콘(ready-mixed-concret, 양회반죽), 레자(leather, 인조가죽), 메리야스(madias:스페인어, 속옷), 미싱(sewing machine, 재봉틀), 백미러(rear-view-mirror, 뒷거울), 빵꾸(punchure, 구멍),  뼁끼(pek(네델란드어), 칠), 사라다(salad, 샐러드), 스덴(stainless, 녹막이), 엑기스(extract, 농축액/진액), 오바(over coat, 외투), 츄리닝(training, 운동복), 후앙(fan, 환풍기) 따위다.


<일본식 문장 표현>
 
우리가 버려야할 일본말 찌꺼기는 글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식 문장표현이 ‘~의’이다. ‘의’는 일본말 ‘노(の)’를 우리말에 잘못 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일제 교육을 받고 우리말 교육을 바로 알지 못한 이들이 저지르는 일본식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격조사 ‘의’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말에서는 명사나 수사 뒤에 주격인 ‘~이, ~가’가 온다. ‘나의 살던 고향’이 뭔가 ‘내가 살던 고향’이지. ‘초대의 말씀’이 아니고 그냥 ‘초대 말씀’이다.
 
‘~ 에 있어서’도 큰 문제다. 이는 일본어에서 중국 글을 새겨 읽으면서 쓰게 된 말이다. ‘우리 농장에 있어서...’는 ‘우리 농장에서...’로 간단히 쓰면 된다. ‘그에게 있어서는...’은 ‘그에게는...’이라 쓰면 된다.
 
예로부터 우리말에도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방법이 있었다. ‘~어지다, ~되다, ~받다, ~당하다’ 따위를 사용하여 피동의 뜻을 나타냈다. 즉, 우리 언어생활에서 피동 표현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피동 표현을 전부 능동 표현으로 바꾸면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중피동이다. ‘이루어지게 되다, 요구되어 지다’ 따위와 같이 피동의 뜻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표현을 쓰는 게 큰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극복되어져야 한다.’가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이고,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실험’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실험’이다.
 
그리고 굳이 피동으로 쓰지 않아도 되는 ‘발전되다/발전하다’나 ‘생각되다/생각하다’와 같이 경우도 문제다. ‘되다’를 ‘하다’로 바꿔서 말이 되면 ‘하다’로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극복돼야’는 ‘극복해야’로, ‘시정돼야’는 ‘시정해야’로 바꿔야 한다. ‘농민의 순수한 바람이 악용돼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농민의 순수한 바람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이다.
 
공무원들이 특히 잘못 쓰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및’이다. 이 ‘및’은 한자 문화권에서 쓰는 말로 한자로는 ‘及’인데 현재는 일본에서만 쓴다. 우리말로 ‘와’나 ‘과’로 적으면 된다. ‘주간업무 및 계획’이 아니라 ‘주간업무와 계획’이고, ‘앞부분 및 뒷부분’이 아니고 ‘앞부분과 뒷부분’이다. 한 자라도 더 배웠다는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


<농업 속의 일본어> 
 
농업은 어떤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일본 글, 말, 문화 따위의 찌꺼기가 한 데 버무려져 뭐가 찌꺼기고 뭐가 쓰레기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 지경까지 오기에는 농업학자들의 잘 못이 가장 크다.
 
과학자, 특히 농업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농업에 응용할 수 있도록 대중 속으로 끌어내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다. 자연현상이나 농업관련 지식을 일반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기쁨을 함께 즐기는 것이 농업과학자가 사회로부터 받은 의무이자 선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업학자는 실험실에서는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밀담’을 나누고, 전문학회에서는 어려운 말로 범벅이 된 논문을 발표하는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그것이 다인 것으로 생각한다. 기자들도 문제다. 하이에나처럼 썩은 내 나는 정치권 기사나 사회의 비리를 찾아 조지는 데만 신경 쓰고다녔지 어느 누가 농업에 대해 신경 쓰고 먹을거리에 대해 신경 썼던가. 단 하루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진데, 먹는 것보다 쓰레기에 더 관심이 많아서야 되겠는가? 쓰레기를 먹고 살 ! 생각이 아니라면 농업관련 소식에 좀 더 자주 귀를 기울여야 한다.
 
농업 속에 똬리 틀고 있는 일본말 찌꺼기 몇 가지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고 있는 찌꺼기 중의 하나가 ‘장해’다. ‘거치적거리어 방해가 되는 일’은 장애(障碍)다. 그런데 일본에서 자기네 상용한자에 없는 ‘애(碍)’ 대신에 일본 발음이 ‘가이’로 같은 ‘해(害)’를 써서 만든 말이 ‘장해(障害)’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앞으로 ‘생육장해’라고 쓸 것인가?
 
몇 년 전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 농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농업용어 2,386단어를 모아 ‘알기 쉬운 농업용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 책에 따르면 ‘제정된 용어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쓰임새에 따라 알맞은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바꾸어’ 쓰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수’를 ‘이삭패기’로 바꾼다고 해서 ‘출수(出穗)가 지연된다.’를 ‘이삭패기가 지연된다.’로 바꾸지 말고 ‘이삭이 늦게 팬다.’로 바꾸라는 말이다. 몇 가지 예를 더 보면;
다비재배(多肥栽培)하면 도장한다. → 걸게 가꾸기하면 웃자란다.(×) 비료를 많이 주어 재배하면 웃자란다.(○)
과습하면 열과(裂果)가 많이 발생한다. → 과습하면 열매터짐이 많이 발생한다.(×) 너무 습하면 터진열매(열과)가 많이 발생한다.(○)
처럼 쓰임새에 맞게 고쳐서 쓰도록 했다.
‘알기 쉬운 농업용어’에 있는 단어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안 쓸 말

쓸 말

안 쓸 말

쓸 말

개화기(開花期)

 →  꽃필때

제초(除草)

 →  김매기

건물중(乾物重)

 →  마른무게

조사료(粗飼料)

 →  거친먹이

결구(結球)

 →  알들이

종자(種子)

 →  씨앗, 씨

경운(耕耘)

 →  갈이, 경운

중경제초(中耕除草)

 →  김매기

과채류(果菜類)

 →  열매채소

지엽(止葉)

 →  끝잎

내냉성(耐冷性)

 →  찬기견딜성

차광(遮光)

 →  볕가림

다년생(多年生)

 →  여러해살이

천립중(千粒重)

 →  천알무게

담수직파(湛水直播)

 →  무논뿌림

추대(抽臺)

 →  장다리

도장(徒長)

 →  옷자람

추비(追肥)

 →  웃거름

미질(米質)

 →  쌀의 질

추수(秋收)

 →  가을걷이

배수(排水)

 →  물빼기

축사(畜舍)

 →  가축우리

분얼(分蘖)

 →  새끼치기

춘경(春耕)

 →  봄갈이

사료(飼料)

 →  먹이

출수(出穗)

 →  이삭패기

수경재배(水耕栽培)

 →  물가꾸기

탈립성(脫粒性)

 →  알떨림성

식재거리(植栽距離)

 →  심는거리

토성(土性)

 →  흙성질

엽록소(葉綠素)

 →  잎파랑이

토양(土壤)

 →  흙

이모작(二毛作)

 →  두그루갈이

표토(表土)

 →  겉흙

저장(貯藏)

 →  갈무리

해충(害蟲)

 →  해로운 벌레

저항성(低抗性)

 →  버틸성

화분(花粉)

 →  꽃가루

적과(摘果)

 →  열매솎기

화학비료(化學肥料)

 →  화학거름

적기(適期)

 →  제때, 제철

휴립(畦立)

 →  이랑세우기

전시포(展示圃)

 →  본보기논/밭

휴폭(畦幅)

 →  이랑나비





<기타>
이 외에도 고쳐 써야 할 말은 많다. 식탁→밥상,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런데도, 이따금씩→이따금, 교육이란 미명으로→교육이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입장→처지, 주방→부엌, 야채→남새/채소, 획일적→판에 박은 듯이, 민초→백성 등등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릴 수 있다. ‘감사(感謝)합니다’도 그렇다.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말끝 마다 한자를 섞어 써야만 유식한 사람으로 봐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는 심지어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도 많다. 일의 순서를 의미할 때 쓰는 ‘수순(手順)’, 물건의 조목을 의미할 때 쓰는 ‘사양(使樣)’, 일의 구실을 의미할 때 쓰는 ‘역활(役活)’ 따위는 우리 사전에 없는 단어다.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인 줄 알면서도 쓸 것인가? 더 기가 막힌 것은 ‘이해심, 여유’를 의미할 때 쓰는 ‘유도리’다. 우리말로 알고 있는 이 말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 아니라 아예 일본말이다. ‘다대기, 사시미, 아나고’ 따위와 같은 일본말인데도 우리는 우리말인 것처럼 그냥 쓰고 있다.
 
이런 것을 하나씩 들추다보면 가슴이 저리고 답답하다. 그러나 찾아내야 한다.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먹고, 길거리에 침 뱉듯 아무렇게나 뱉어버리기에는 우리말이 너무도 곱고 아름답다. 하루빨리 일본말 찌꺼기를 도려내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곧추세워야 한다.


<내 농사에 활용>
이 글에는 글쓴이도 모르게 일본식 단어나 표현이 들어있을 수 있다. ‘무식’해서 그런다. 알아야 한다. 뭣이 찌꺼기고 뭣이 쓰레기인지 알아야 안 쓸 수 있다. 일본사람들이 잊을 만하면 한마디씩 지껄여서 우리 속을 긁는다고 툴툴대기 전에 우리말 속에 있는 일본말 찌꺼기부터 찾아 없애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생산한 먹을거리에, 우리말이 있는 것은 일본말을 버리고 우리말을 쓰고, 우리말이 없는 것은 옛말을 찾아 쓰자, 옛말에도 없는 것은 다른 말에서 비슷한 것을 얻어 새로 만들어 쓰자.
 
내가 생산한 먹을거리에 순 우리말로 가격을 쓰고, 우리말로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먹다 남은 음식을 갈무리 하는 방법을 우리말로 설명하면 얼마나 좋은가.

1) 덴깡은 한자 ‘전간(癲癎)’을 일본어로 읽는 것으로 지랄병, 간질병을 의미하는 일본말이다. 흔히 어린애가 칭얼거릴 때 ‘덴깡 부린다, 덴깡 쓴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남의 자식이든 내 자식이든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다. ‘생떼, 어거지, 투정, 행패’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다. 절대로, 절대로 ‘덴깡’이란 단어를 쓰지 말자. 다만, 지금 이 글, 이 문장에서는 ‘덴깡’이 참으로 잘 어울리므로 마지막으로 여기에 그 단어를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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