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폭염을 몰고가는 눈보라

솔향 김종태 | 기사입력 2024/09/19 [20:26]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폭염을 몰고가는 눈보라

솔향 김종태 | 입력 : 2024/09/19 [20:26]

  솔향 김종태 겨울


폭염이 지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태풍이 지나고 모든 정황을 살펴봐야 앞으로의 일기를 예측하는데 그 속에 열기를 식힐 찬 북쪽의 고기압이 내려와야 한다고 연일 전문가들이 나와 심층 분석하며 말한다. 그만큼 지금 견디는 열기가 물러나는 것이 싶지 않다는 뜻이고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추울거라는 전망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폭염과 혹한의 일상, 얼음을 타고 흘러내리는 검붉은 커피의 색이 영롱하다. 커피향을 맡으며 스비리도프의 올드 로망스겨울 눈보라 날리는 나목의 텅 빈 숲을 상상 하며 폭염을 식히는 심정으로 듣는다. 

 

  눈보라 날리는 연산

 

스비리도프는 쇼스타코비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푸시킨 탄생 200주년 기념하여 그의 소설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눈보라에 삽입된 올드 로망스는 슬프고 어두운 단조 선율로 한겨울 시린 날에 듣고 싶은 곡이지만 이렇게 뜨거운 폭염이 지속되는 날에도 문득 떠올려진다.

 

  눈쌓인 언덕너머 황산성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숲을 눈보라가 휘몰아치다가 멈춘 설경의 쓸쓸하고 적막하고 구슬픈 러시아 특유의 음색은 한국인들의 이라는 정서에 잘 스며들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애잔하고 구슬픈 음률의 사이사이에 배인, 가슴 한편이 저린 듯 시리도록 차갑고 싸늘한 정서가 묵직하고 축축하게 적셔진다.

 

 

  다시 내리는 논보라



당신을 사랑했소,

어쩌면 사랑은 내 가슴속에서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을지 모르오.

하지만 당신이 그로 인해 근심치 않기를

무엇으로도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소.

당신을 사랑했소.

말없이, 기대 없이, 때로는 소심하게,

때로는 질투로 괴로워하면서

당신을 사랑했소,

진심으로 절실하게,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바랄만큼. 

          -푸시킨 단편집 눈보라에서

 

  깊은밤을 지나는 눈보라

 

사랑, 지독하게 조국을 사랑했었던 애국지사들, 모든 것 다 바쳐 사랑하고 사랑한 나라를 위하여 헌신했던 사람들, 그 쓸쓸하고 서글픈 음률에 문득, 홍범도 장군이 떠올려진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숨도 못 쉴만큼 울게 만들었던 죽어가던 의병들의 모습, 그 큰 아픔을 가슴에 묻고 다시 타오를 것이라고 외쳤던 동지들이 이들이었다

 

  홍범도 장군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대승을 거두어 일본국에 두려움과 수치심을 심어주고 교전 당사국이 될 수 없었던 시절의 의병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보여 주었던 대한민국 독립군 사령관, 부인과 자식들도 독립운동으로 다 잃고 이국땅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고난의 시간들을 어찌 먼 시선으로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으랴. 그런데 수십 년 지난 지금 홍범도 장군의 삶의 시간을 비틀어 바라보는 시선과 옥에 티 찾아내듯 흠집을 잡아 그들의 희생이 별것 아니라는듯한 천박한 말들이 으르내리는 상황이 미안하고 죄스럽고 암울하게 가슴에 저며 든다.

 

'올드 로망스' 후반부에 현악기와 목관악기를 뚫고 나오는 트럼펫사운드가 카자흐스탄에서 쓸쓸히 스러져간 노 영웅과 함께 했던 의병들의 진혼곡처럼 사무친다. 어찌 홍범도장군뿐이랴.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

 

김훈 작가는 그의 산문집 허송세월에서 이렇게 말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순간은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인간은 자신의 생명 앞으로 다가온 미래의 시간 위에서만 음과 선율을 불러낼 수 있다. 지나간 시간 위에서는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 한 개의 음은 창세기의 새벽처럼 이 세상에 태어나고 또 소멸한다. 모든 악기들은 아직 당도하지 않았으나 곧 다가올 미래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악기는 살아있는 인간의 생명과 시간을 연결해서 시간을 지속된 흐름으로 흘러가게 하고 그 흐름 위에서 선율은 태어난다.”

 

옛사람들의 희생위에 우리는 진화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을 가질 수 있었다. 생명과 시간의 지속된 흐름으로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창조해 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세계로 나아가며 고귀한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늘 그렇듯이 한쪽의 일방적인 소리를 못견뎌하며 때론 불협화음과 아귀다툼을 일삼기도 한다. 그래서 소음이 되어 시끄럽게 울린다.

 

사람들은 또다시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 선율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일 것이다. 지나간 시간속에 아름답게 희생하며 소멸된 시간의 선율에 자격도 없는 자들이 망상의 음표를 덧 칠을 하거나 불협화음을 덧 씌우지 않았으면 한다.

 

  루벤스의 메두사의 머리/ 피에서 새끼 뱀들이 생겨나오듯  해방후 기득세력으로 퍼진 친일파를 연상한다

 

그러나 지금의 느끼는 아픔도 폭염도 소멸하고 또 다른 시간의 지속된 흐름으로 다시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어 상념에 끝에 이를 수 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독하고 무겁게 짓누르는 폭염이 곧 수천 년 지속되었던 찬바람에 소멸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솔향 김종태)

 

 < 솔향 김종태 약력 >

픽모아문화관광뉴스 회장

동구, 대덕구축제위원회위원, 위원장

대전세종연구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위원

대전킥복싱연맹고문/ 스포츠공정위원

대전척수장애인협회 허브센터장

CMB대전방송위원, TRA미디어지사장

대전폴리텍대학홍보대사

`93대전엑스포동우회 간사

브레이크뉴스/원데일리뉴스 논설고문

대전관광공사이사회의장

 

*네이버에 솔향 김종태 검색하면 더 많은 글 볼 수 있습니다.Solhyang Kim Jong-tae Winter

They say the heat wave will continue. After the typhoon passes, we need to look at all the circumstances to predict the weather ahead, and experts are coming out every day and analyzing in depth that a cold high pressure from the north should come down to cool down the heat. That means the heat we are enduring now doesn’t want to go away. I listen to Sviridov’s ‘Old Romance’ with my hands, feeling the scent of dark red coffee cooling off through the ice, and imagining an empty forest of bare trees in a winter snowstorm, feeling like I’m cooling off from the heat wave. Yeonsan with a snowstorm It is said that Sviridov was greatly influenced by Shostakovich. ‘Old Romance’, which was inserted into the movie ‘Snowstorm’ based on his novel to commemorate the 200th anniversary of Pushkin’s birth, is a sad and dark minor melody that I want to listen to on a cold winter day, but it comes to mind even on a day like this when the hot heat wave continues. Hwangsanseong beyond the snow-covered hills The lonely, desolate, and sorrowful Russian tone of the endless birch forest, where a snowstorm sweeps over and stops, seems to be well-infused with the Korean sentiment of ‘han’ and is liked by many people. The cold and chilly emotion that seems to make one’s heart tingle as if it were being soaked in between the sad and sorrowful melodies is heavily and moistly soaked. The falling rice fields again I loved you, Maybe love has not completely died out in my heart But I hope you don’t worry because of it I don’t want to make you sad with anything. I loved you. Silence, without expectations, sometimes timidly, Sometimes tormented by jealousy I loved you, Truly and earnestly, Enough to want you to be loved by others. - From Pushkin's short story collection Snowstorm Snowstorm passing through the deep night Love, patriotic martyrs who loved their country desperately, people who loved and devoted everything for the country they loved, suddenly, in that lonely and sad melody, General Hong Beom-do comes to mind. General Hong Beom-do The commander of the Korean independence army who won a great victory in the Battle of Bongodong and the Battle of Cheongsanri, instilled fear and shame in Japan, and showed the pride of the nation as a volunteer soldier in a time when it could not become a belligerent party, how can we fathom the hardships and suffering he experienced in a foreign land after losing his wife and children in the independence movement? Now, decades later, the gazes and vulgar words looking at General Hong Beom-do make me feel sorry, guilty, and gloomy. The sound of the trumpet piercing through the strings and woodwinds is like a requiem for the lonely hero who fell in Kazakhstan. How could it be only General Hong Beom-do? Repatriation of General Hong Beom-do’s Remains Writer Kim Hoon says this in his collection of essays, Heosongseol. “The moment when you play a musical instrument or sing a song is a beautiful aspect of a human being. A human being who plays a musical instrument can only call forth sounds and melodies from the future time that has come before his life. You cannot play a musical instrument from the past. A single note is born and dies in this world like the dawn of Genesis. All musical instruments are waiting for the future time that has not yet arrived but will soon come. Musical instruments connect the lives of living humans and time, making time flow as a continuous flow, and melodies are born from that flow.” On the sacrifices of the ancients, we were able to have a foundation for evolving and advancing further. However, as we advance into the world and become overflowing with abundance, we sometimes engage in a fight over food. That is why sounds and melodies are sometimes made into noise. People will be singing or playing musical instruments again, and the melodies will not be right or wrong, but differences. I hope that the dissonance of incitement is not added to the melody that has disappeared in the past. Rubens' Medusa's Head/ Blood flows from the severed head and baby snakes emerge from the blood. However, the pain and heat wave that I feel now can disappear and I can have the expectation that another melody can be born in the continued flow of time, so I can reach the end of my thoughts. I hope that the terrible and heavy heat wave that seems to never end will soon disappear in the cold wind that has lasted for thousands of years. (Solhyang Kim Jong-tae) President of Pickmore Culture and Tourism News Dong-gu, Daedeok-gu Festival Committee Member, Chairman Daejeon Sejong Research Institute/Information and Culture Industry Promotion Agency Member Daejeon Kickboxing Federation Advisor/Sports Fair Committee Member Daejeon Spinal Cord Injury Association Hub Center Director CMB Daejeon Broadcasting Committee Member, TRA Media Branch Manager Daejeon Polytechnic University Public Relations Ambassador '93 Daejeon Expo Alumni Association Secretary Break News/One Daily News Editorial Advisor Former Daejeon Tourism Organization Board of Directors Chairman *You can see more articles by searching for Solhyang Kim Jong-tae on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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