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32)-미수 허목의 <척주동해비문> 2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7/02 [12:57]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32)-미수 허목의 <척주동해비문> 2

이응국 | 입력 : 2007/07/02 [12:57]
 * 미수 허목의 <척주동해비문> 2

  영조 때의 학자인 洪良浩(홍양호)는 말하기를 “지금 동해비를 보니 그 文辭(문사)의 크기가 큰 바다와 같고, 그 소리가 노도와 같아 만약 바다에 신령이 있다면 그 글씨에 황홀해질 것이니 허목이 아니면 누가 다시 이 글과 글씨를 썼겠는가?”라고 감탄하였다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참조) 지금의 삼척 사람들은 이 비문을 ‘水火不侵(수화불침)’의 벽사문으로 여기고 곳곳마다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불안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전설에 의하면, 미수 선생이 동해비를 세우면서 말하기를 “작은 해일은 내가 막을 수 있지만, 앞으로 오는 큰 해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 해일이 올 때에는 두타산에 큰 불이 날 것이니 만약 해일이 몰려오면 솥을 들고 두타산 정상으로 피해야 살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大自然(대자연)에 의한 재해를 어느 누가 막을 수 있으랴! 그러나 간혹 異人(이인)의 정성이 담긴 글로서 영험한 일이 일어난 경우는 더러 있었다. ‘至誠(지성)이면 感天(감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天人合發(천인합발)’이라는 말이 바로 이에 부합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정성을 들이면 못해낼 일이 없거늘 하물며 미수와 같은 하늘이 낸 도학자의 정성이 담긴 글을 어찌 영험하지 않다 말할 수 있으랴! 다만 길흉화복이라는 것은 각자의 정성 여하에 따라서 출입하는 것이니 만약 사람들이 이 같은 좋은 글을 정성을 담아서 소장한다면 邪氣(사기)를 막아내고 상서로운 기운이 깃들 것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시대는 역학적 원리로 보면 ‘火旺之節(화왕지절)’의 運世(운세)이다. 1년으로 비유하자면 炎天(염천)의 여름철 더위 속에서 사는 이치와 같다. 이 같은 시대에는 火氣(화기)로 오는 재해가 심할 것이니, 火(화)를 克(극)할 수 있는 것이 水(수)라고 보면 水氣(수기)를 간직한 동해비문이 예방의 한 방편은 되리라 본다.

  동해비문 이외에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이 비문 약간 아래에 대한평수토찬비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 비문 역시 허목이 짓고 쓴 것이라 한다. 안내문에 의하면, 이 서체는 중국 衡山碑(형산비)의 大禹手篆(대우수전) 77자 가운데 48자를 가려서 새긴 것으로 임금의 은총과 수령으로서의 자신의 치적을 기린 글이다. 현종 원년(1661)에 목판에 새겨 邑司(읍사)에 보관되어 오다가 240여 년 후인 광무 8년(1904) 勅使(칙사) 강홍대와 삼척군수 정운철 등이 왕명에 의해 석각해서 죽관도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비각의 전면에 ‘禹篆閣(우전각)’ 제액이 게판되어 있다. 禹(우)는 누구인가? 요순 시대에 9년 홍수를 다스렸으며 그 공으로 夏(하)나라를 세운 사람이다. 이 서체가 바로 당시에 禹(우)가 썼던 글씨체라는 것이다. 이 역시 범상한 서체는 아니지만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후일에 이 글을 다시 접할 수 있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제 <척주동해비문>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으려고 한다. 글자는 192자이다.




陟州東海碑文



瀛海茫瀁은 百川朝宗이니 其大無窮이라

  아득한 영해는 백천의 조종이니 그 큼이 한없구나.   

東北沙海는 無潮無汐이라 號爲大澤이라

  동북 사해는 밀물 없고 썰물 없으니 큰못이라 이름 한다네.

積水稽天에 浡潏汪濊하니 海動有曀라 

  물은 모여 하늘과 맞닿음에 출렁됨이 넓고도 깊으니 바닷물 움직임이 음산하구나.

明明暘谷은 太陽之門이라 羲伯司賓하고

  밝고도 밝은 양곡은 태양의 문이라 희백이 관장하고

析木之次는 牝牛之宮이니 日本無東이라

  석목의 분야는 빈우의 집이니 해는 본래 동쪽에 없느니라.

鮫人之珍과 涵海百産이 汗汗漫漫이라 

  교인의 보배와 바닷속 온갖 산물은 한없이 많이 있고

奇物譎詭ㅣ 宛宛之祥이니 興德而章이라 

  기물이 조화 부려 꿈틀거리며 상서로움 깃드니  덕을 일으켜 빛이 나네. 

蚌之胎珠는 與月盛衰하니 旁氣昇霏라

  구슬을 밴 조개는 달과 함께 차고 주니 서기를 퍼뜨리며 오르락내리락 하고

天吳九首와 怪夔一股ㅣ 颷回且雨라   

  머리 아홉 달린 천오와 외다리 짐승 기는 폭풍과 비를 일으키느니라.

出日朝暾에 轇軋炫煌하고 紫赤滄滄이라

  해돋는 아침 햇살 멀리까지 비추고 자주빛 붉은빛 으스스 하여라.

三五月盈하니 水鏡圓靈하고 列宿韜光이라 

  십오야 달 밝으니 물속에 비친 달은 신령스럽고 뭇별들은 빛을 감추네.

扶桑沙華와 黑齒麻羅와 撮髻莆家와   

  부상의 사화와 흑치의 마라와 머리 튼 보가와

蜒蠻之蠔와 爪蛙之猴와 佛齊之牛라

  연만의 굴조개와 조와의 원숭이와 불제족의 소라

海外雜種이 絶黨殊俗이나 同囿咸育이라  

  해외의 잡종들이 종류를 달리 하고 풍속도 다르지만 함께 모여 다 같이 자란다네.

古聖遠德을 百蠻重譯하니 無遠不服이라

  옛 성인의 멀리 미친 덕화를 모든 종족이 거듭 번역하니 멀리 복종하지 않는 이 없구나.

皇哉熙哉여 大治廣博하니 遺風邈哉로다  

  황이여 희여, 큰 다스림 넓고 넓으니 성인의 끼치신 풍속이 한없이 멀기만 하구나.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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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료 : 50,000원 /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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