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

수필가 박종희 | 기사입력 2007/06/12 [10:52]

돌싱

수필가 박종희 | 입력 : 2007/06/12 [10:52]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도 돌아온 싱글을 뜻하는 "돌싱"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불리고 있다. 몇 년 전 인터넷 카페를 둘러보다가 "돌싱" 이란 단어를 보고 돌싱이 무엇인가 했었는데 알고 보니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되거나 사별을 한 경우에 다시 싱글로 돌아왔다는 의미라고  한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살기 어려워져서 그런지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자 클럽과 돌아온 싱글들이 만나는 재혼클럽이 요즘은 새롭게 뜬다고 한다. 예전처럼 이혼을 한 여자는 무슨 중죄나 지은 것처럼 쉬쉬하며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혼도 이젠 또 다른 선택의 한 부분으로 자리해 나가는 것 같다. 주위에도 보면 혼자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가정을 가지고 살았을 때 보다 더 자유스럽게 자기 인생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어 살다가 어느 날, 아이에게 고아라는 새로운 이름을 남겨준 채 자유롭게 싱글이 되어 돌아온 사람들. 물론 아이만은 버릴 수 없다고  데리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은 이혼을 할 때에도 서로 아이들을 안 맡으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결혼이 무엇인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도 없이  결혼을 무슨 조건에 맞는 상품 고르듯이 상대의 조건만 따져서 애정도 없이 결혼을 하고 나서 보이지 않게 가두어 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 결혼의 의미도 가정의 의미도 점점 퇴색 되가는 요즘은 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나서 이혼의 조정기간도 늘려버렸다고 한다. 

  남편의 귀가가 늦어지고 아이도 돌아오지 않은 시간이라 혼자 앉아 tv를 보다 우연히 한 채널에 고정을 시키게 되었다. 제목은 "돌아온 싱글' 이었다. 결혼에 실패한 여자 두 명과 사별한 여자 한 명이 이혼한 남자들과 이리 저리 얽히고설키며 이끌어 가는 드라마였다. 그래도 이 드라마에서는 아이를 맡아서 힘겹게 키우는 엄마의 모성애와 남편에게 떼어준 딸을 다시 데려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생활을 하며 이혼을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당당한 이혼녀들의 삶이 그려져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혼자 자유롭게 사는 싱글이 좋아서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고 결혼을 하더라도 구속하지 않고  서로의 사생활도 간섭하지 않으며 아이도 낳지 않고 살길 원한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한집에서 사는 부부가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면 결혼을 왜 할까.  사랑이 영원하리? 라고 믿으며 한 결혼 생활도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서로에게 무디어 지고 건조해지기 마련인데 그 긴 세월동안 아이도 낳지 않고 두 사람 얼굴만 바라보고 산다면 무슨 낙이 있을까.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의견충돌이 나도 꼬물거리는 아이의 예쁜 몸짓과 천진스런 눈망울을 보면서 금방 풀어지고 하는 것이 부부인데  일생을 살면서 출산의 기쁨과 자식 키우는 행복도 못 느껴보고 평생을 산다는 것은 참 서글프고 불행한 일일 것 같다. 

  난 내가 어른이 된 것에 대해서 아주 자랑스럽고 만족해하며 산다. 남들이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도 나를 어른이 되게 해준 우리 아이가 불러주는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울컥하며 감격스럽다. 이 세상에 내가 낳은 아이 말고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나의 패키지 상품처럼 늘어나는 재혼클럽에선 멋진 사진이 담긴 프로필을 골라서 다시 맞선을 보고 재혼을 한다고 하는데 첫 결혼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싱글로 돌아온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해서 잘 살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 결혼이란 사랑하는 두 남녀의 결합이기 전에 가정을 이룬다는 아주 큰 책임을 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충북 출생. 2000년 월간문학세계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충북여성문협회회원. 충북수필가협회회원. 한국작가회의충북지회회원. 중부매일 에세에뜨락 수필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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