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건하다와 거나하다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성제훈 박사 | 기사입력 2007/05/31 [14:16]

우리말, 건하다와 거나하다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성제훈 박사 | 입력 : 2007/05/31 [14:16]

안녕하세요.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어제저녁에 술을 마셨거든요.
 
어제저녁은 그동안 우리 과에서 일했던 머드러기 박남건 박사가 제주도 난지농업연구소로 돌아가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3년이 넘게 타향에서 남들을 위해 고생하다
이제야 돌아가게 된 박 박사님의 눈가가 촉촉하더군요.
 
어제는 다들 건하게 먹었습니다.
그러니 다들 거나해졌죠. 해닥사그리한겁니다.
오늘은 건하다와 거나하다를 알아볼게요.
흔히,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을 때 '거나하게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건하게 먹었다'고 해야 합니다.
 
'건하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아주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거한 술자리'는 '건한 술자리'라고 해야 하고,
'거한 환송회'는 '건한 환송회'라고 해야 합니다.

어젯밤 박 박사님 환송회 때 건하게 먹었습니다. ^^*
'거나하다'도
그림씨(형용사)로 "술 따위에 취한 그 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거나한 목소리, 거나하게 취한 얼굴, 술기운이 거나하게 돌다처럼 씁니다.
어젯밤에 건하게 먹고 거나한 얼굴로 들어갔습니다. ^^*
이 '거나하다'의 준말이 '건하다'입니다.
앞에서 본 넉넉하다는 것과 같은 '건하다'죠.
 
그래서 헷갈리나 봅니다.
정리하면,
'거나하다'는 술 취한 것을 뜻하고,
'건하다'는 넉넉한 것을 뜻합니다.
다만' 거나하다의 준말이 건하다이므로 건하게 취한 얼굴도 말이 됩니다.
 
다시 한번
박남건 박사님의 복귀를 축하드리고,
박 박사님의 앞날에 항상 기쁨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분향소/빈소]
 
어떤 분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십니다.
하루에 두 번씩 우리말편지를 보내면 읽는 사람이 소화불량에 걸린다고...
그러나 저는 꼭 보내고 싶은 내용을 보내지 않으면,
밤에 잠이 안 오고,
낮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어젯밤에 상상플러스 내용을 보내지 않았으면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이 우리말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오늘 하루가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싫으시면 '수신거부'를 살포시 눌러주세요.
오늘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셨던 고 이종욱 님의 장례가 있는 날입니다.

평생을 빈곤국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세계보건기구에 몸을 바친 고 이종욱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세계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애도에 동참하면서,
'빈소'와 '분향소'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으로,
사람이 죽으면 빈소는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고 이종욱 님의 빈소는 아마도 제네바에 있을 겁니다.
 
'분향소'는,
'영정을 모셔놓고 향을 피우면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곳'으로,
여기저기에 많이 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 이종욱 님의 분향소가 un 본부에도 있고, 서울대학교에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어제, 5월 23일 자 경향신문 1면에 '이종욱 who 사무총장 순직'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는데,
맨 끝 문장이,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구내 함춘회관 1층 사랑방에 마련됐다.'이네요.
 
아마도,
기사를 쓴 기자가 '빈소'와 '분향소'를 착각했나 봅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연합뉴스도 그런 착각을 했네요.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_new?0420060522101002001 20060522 2001
서울대 의대에 있는 것은,
고 이종욱 님의 시신이 있는 '빈소'가 아니라,
명복을 비는 '분향소'입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애도(哀悼) :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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