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4)

바둑판에 숨어있는 숫자의 의미

이응국 | 기사입력 2007/02/26 [16:41]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14)

바둑판에 숨어있는 숫자의 의미

이응국 | 입력 : 2007/02/26 [16:41]

1. 바둑판과 책력

  바둑에는 별칭이 많다. 흔히 ‘도끼자루 썪는다’라는 爛柯(란가)를 위시해서,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손으로만 의사전달 한다는 뜻으로 手談(수담), 세상사를 잊고 바둑을 두며 숨는다는 坐隱(좌은), 천원지방을 의미하는 方圓(방원), 귤 속에 신선 네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있더라는 橘中之樂(귤중지락), 바둑알의 흑백을 상징하는 烏露(오로) 등 운치있는 표현들이 회자되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의 바둑판은 누가 만들었을까? 전하는 말에 의하면, 바둑판은 堯(요)임금이 만들어 아들 丹朱(단주)에게 물려준 것이라 한다. 바둑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으나 아들에게 천하를 물려주지 않고 대신 바둑판을 물려줬다 하니 천하를 맞바꿀 정도의 대단한 器物(기물)이라고 요임금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바둑판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일월운행의 법도를 나타내는 내력을 지니고 있다. 바둑판은 가로 19줄 세로 19줄로 교차점이 모두 361점이다. 이 교차하는 지점을 우리는 집이라고 표현하니 바둑판에 나타나는 집은 모두 361집이다. 중앙의 한 점을 태극으로 본다면 태극이 360 집을 거느리는 모습이다. 360의 수는 일 년의 날수에 해당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으로는 일년은 365일과 대략 1/4일인데 왜 360일을 일년으로 잡았을까?

  주역에 보면, 乾卦(건괘)의 策數(책수)는 노양수 36×6爻(효)로 해서 216이 되고, 坤卦(곤괘)의 책수는 노음수 24×6효로 해서 144가 된다. 건곤을 합한 책수는 360이 되니 이는 해와 달의 공전주기를 가감한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일수는 360일을 기준해서 대략 5와 1/4일을 더 지나친 모습이고[이를 氣盈(기영)수라한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동안 [一年(일년)] 동안에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일수는 360일 기준해서 대략 5.642일이 부족한 모습[이를 (朔虛(삭허)수라한다]이 되므로 기영삭허의 법수로써 360일을 잡는 것이다.

  일년에 4계절이 있듯이 바둑판도 4등분 할 수 있다. 태극을 중심으로 사방을 나누면, 동서남북이 각각 90집을 이루니 봄·여름·가을·겨울로 배속할 수 있다. 봄은 木(목)이 왕성한 절기이고, 여름은 火(화)가, 가을은 金(금)이, 겨울은 水(수)가 왕성한 절기이다. 그런데 봄·여름·가을·겨울의 목화금수는 오행상의 土(토)가 없이는 돌아가지 못한다.

  冊曆(책력)을 보면, 각각의 4계절에 18일간의 ‘土旺用事(토왕용사)’하는 기간을 두고 있다. 이 토왕용사하는 기간은 ‘四立前十八日(사립전십팔일)’에 해당한다. 四立(사립)은 입춘․ 입하․입추․입동을 말하니 각각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토왕용사하는 18일이란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일이 되기 18일전부터 이미 다른 계절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입춘일로부터 봄은 시작하지만 입춘이 되기 전 18일전부터 기운은 추운 수기를 간직하였으나 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뜻이다. 각각 여름․가을․겨울도 마찬가지로 입하, 입추, 입동이오기전 18일 전부터 이미 다른 계절의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때문에 책력에서는 토왕용사의 첫째 날에 토왕용사가 적혀 있으며 이 날에 흙일을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흙일을 하면 토기운이 상하기 때문이다.

  각 계절에 18일 간의 토왕용사가 있고 보니 사계절의 실제 일수는 각각 72일이 되는 셈이고, 토왕용사 기간을 일년 전체를 계산하면 4×18=72일이 된다. 이는 72일의 토왕용사로 인해서 일년 한 해가 돌고 또 돈다는 것이다. 그러니 4 계절은 72일 ×4계절로 288일이고 토왕용사하는 기간 18일×4계절=72일을 합하여 360일수가 나오는 것이다.

  설명이 길어졌는데 다시 바둑판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중앙 일점은 태극으로 보고, 사방의 각 변은 각각 18점으로 전체 72 토왕용사를 의미한다. 북쪽 변의 18집이 冬季(동계:丑月)에 토왕용사하니 동방의 木旺(목왕)이 72집을 司命(사명)하고, 동쪽 변의 18집이 春季(춘계:辰月)에 토왕용사하니 남방의 화왕이 72집을 사명하고, 남쪽 변의 18집이 夏季(하계:未月)에 토왕용사하니 서방의 금왕이 72집을 사명하고, 서변의 18집이 秋季(추계:戌月)에 토왕용사하니 북방의 수왕이 72집을 사명하는 이치다.

  하늘의 24절을 땅의 24방에 배속해서 바둑판을 만들었으므로 선이 교차하는 지점을 ‘집’이라 말한다. 하늘의 360일을 땅의 360집으로 배정한 것이다. 다만 바둑알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바둑판위에 흰돌과 백돌로 자웅을 겨루는 모습은 흑돌은 음으로 밤을 상징하고 백돌은 양으로 낮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면, 바둑을 두는 행위는 밤과 낮이 조금도 쉬지 않고 돌고 돌아 일년이 이루어지는 이치를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고 인생의 여정으로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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