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개조식/서술식

성제훈 박사 | 기사입력 2007/02/09 [15:49]

우리말) 개조식/서술식

성제훈 박사 | 입력 : 2007/02/09 [15:49]

오늘은 어제 받은 편지를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한+ 국어대사전>(남영신, 성안당)를 아직 장만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거기에는 올라 있습니다.

봄-동[-똥] {명} 얼갈이 배추. 이른봄에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키가 작고 달다.
봄동-배추[-똥배:-] {명} = 봄동.
<토박이말 쓰임사전>(이근술, 최기호, 동광출판사)에도 올라 있습니다.
봄동 {이} 봄배추.
 
* 봄동 무침의 준비물 : 봄동 간장 멸치액젓 설탕 식초 식용유 깨소금 고춧가루 파 마늘. (한국일보 95. 3. 7.)
님은 표준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신문에 났기에 옮깁니다.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0443581&cp=nv

그는 또 사전을 만들 때, 범위나 규범을 미리 정해 놓은(프리디스크립티브) 방식보다는 실제로 사용되는 사례 위주의 서술적인(디스크립티브) 방식이 점점 힘을 얻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사전들에 일종의 권위를 부여해 사용 방법이나 잘못 등을 규범화해 놓은 데 비해 최근 영미권에서는 현재 쓰이고 있는 용어와 용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
 
“옛날 사전들은 속어나 은어 등을 잘 싣지 않았지만 요즘 사전 편찬자들은 가능하면 사용자 입장에 서려고 합니다.

특히 남북한의 언어를 모으는 겨레말큰사전은 더욱 개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표준'이라는 이름을 달 사전을 만드는 데 얼마만 한 품을 들였을까요?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누비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들을 모았을까요?
책상머리에서 바삐 허둥지둥 만든 사전이 '표준말'을 정하다니, 우스운 일 아닙니까?
 
어떤 한자쟁이가 어쩌다 쓴 한자말은 신주 모시듯 받들고, 시골 무지렁이가 흔히 쓰는 우리말은 헌신짝 보듯 하는,

그런 사전쟁이가 만든 사전에 감히 '표준'이라는 말을 집어넣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치밉니다.

아니, 도대체 19세기도 아닌 21세기에, 나라를 등에 업고 '표준말'을 정하다니! 그것부터가 어이없습니다.
 
답장)

고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는 표준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까닭은 제가 보내는 편지에서 표준말이 아닌것을 설명할 깜냥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지는
표준말인 얼갈이만 쓰자는 게 아니라,
봄동이나 봄똥이 아직 표준어로 오르지 않아 아깝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편지에 선생님의 편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은 뭐 이리 내라는 자료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무슨 자료를 개조식으로 정리해서 주말까지 보내달라고 하네요.

개조식이라...
느낌에 우리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개조식이 아니면 서술식일텐데
서술식도 사전에 없을 것 같고...
오늘은 개조식을 좀 뜯어볼게요.
 
개조(個條)는 "낱낱의 조목을 세는 단위."라는 뜻의 의존명사로
12개조로 이루어진 회칙처럼 씁니다.
이 개조에 어떤 방식을 뜻하는 '-식(式)'을 붙여 개조식이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개조식은 "조목조목 쓰는 방식" 또는 "조목이나 조항을 나누어 쓰는 방식"정도의 뜻이 되겠죠.

또,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개조식은 일본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정확한 근거를 대지는 못하겠네요.
아마 사회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데, 권위를 좋아하는 공무원들만 쓰는 낱말일 겁니다.

이런 것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제 딴에는 유식과 권위를 뽐내려고 쓰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기의 무식을 드러낼뿐입니다.
 
하루빨리 학자들이 모여서 개조식을 다듬어서 좋은 우리말로 고쳐야할 겁니다.
저라면......
서술식은 풀어쓰기로,
개조식은 끊어쓰기로 바꾸고 싶네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5년 전만 해도
ic나 인터체인지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그때 '나들목'이라고 쓰는 사람은 아마 욕 좀 들었을 겁니다.
"너는 그러면, 비행기는 날틀이고, 이화여자대학교는 배꽃계집큰서당이라고 하냐? 세상을 너 혼자 사냐?"라는 말로 핀잔을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들목이라고 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낍니다.
이렇게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깨끗한 우리말을 찾아내야 합니다.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기에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다듬어 나가야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사전에 따라 개조식과 서술식이 올라있는 것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빠삭하다]
 
저도 십여 년 전에는 컴퓨터 잘 다룬다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은 어디 가서 컴퓨터 'ㅋ'자도 못 꺼냅니다.
도저히 못 따라가겠더군요.
어제 한 후배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컴퓨터에 대해 빠삭합니다.
 
특히 프로그램 분야는 따라갈 사람이 없죠.
요즘 그 친구가 애가 없어서 고생이 많은데,
다음 주에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합니다.
다음 주에 듣게 될 그 친구의 '시험관 임신 성공' 소식을 기대하면서
오늘은 '빠삭하다'를 소개드릴게요.
 
'빠삭하다'의 뜻은 다 아시죠?
어떤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통달한 것을 말합니다.
왠지 사투리 같죠?
 
'빠삭'에는,
"가랑잎이나 마른 검불 따위의 잘 마른 물건을 가볍게 밟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는 뜻이 있고,
 
'빠삭하다'에는,
 
1. 어떤 일을 자세히 알고 있어서 그 일에 대하여 환하다. 그는 컴퓨터에 빠삭하다. 이분은 자동차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 대중가요는 빠삭한 모양이야.
 
2. 조금 빳빳하다. 만져보니 빠삭한 새 돈이야. 돌이는 빠삭하게 생긴 종이에 글씨를 쓴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모두 표준어입니다.

'거시기'와 마찬가지로 '빠삭하다'도 표준어니까,
맘 편하게 쓰셔도 됩니다. 
 
보태기)
 
여기에 소개한 후배가 그때 한 시험관 임신에 성공해서,
지금은 애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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