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온통 회색!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07/01/26 [09:45]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온통 회색!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 입력 : 2007/01/26 [09:45]

흔히 ‘보는 만큼 안다’고 한다. 보는 능력이 생각의 폭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얻는 정보 중에 눈을 통한 것이 80%라고 하니 사람의 감각기관 중 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사람의 눈은 무려 1만7000가지 색을 구분하고 1km 떨어진 거리에서 촛불의 1천분의 1밖에 안 되는 빛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의 눈도 0.4~0.75μm 크기 이상의 파장으로 만들어지는 빛이 망막에 맺힌 상을 볼 뿐이다.
 
즉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생각하겠지만 이는 세상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동물의 눈은 사람과 다르다. 보는 것이 다르니 느끼는 세상도 달라진다. 과연 동물은 어떤 세상을 보며 살고 있을까?
 
하늘을 날며 세상을 둘러보는 새는 사람보다 색채가 풍부하고, 넓고, 또렷한 세상을 본다. 새의 머리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만 눈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새 중에서 육식조류가 가장 좋은 시력을 갖고 있는데 공중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사냥하려면 날카로운 시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매는 사람보다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
 
매의 눈이 좋은 이유는 물체의 상이 맺히는 ‘황반’이라는 부분에 시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이다. 매의 황반에는 사람보다 5배 더 많은 시세포가 존재한다.
 
게다가 매는 황반이 두 개다. 매가 사람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보는데, 정면을 응시할 때 사용하는 황반과 좌우를 폭넓게 볼 때 사용하는 황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유류에서 눈이 얼굴의 옆에 달린 초식동물은 넓게 보고, 눈이 얼굴의 정면에 달린 육식동물은 목표물을 집중해서 정확히 보는 장점을 가졌는데 매의 눈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가졌다.
 
하지만 매의 눈에도 단점은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시세포 중에 밝은 곳에서 작동하는 ‘원추세포’만 많고 어두운 곳에서 작동하는 ‘간상세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포유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색깔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개가 그렇다.
 
개가 보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지상에서 50cm 정도로 얼굴을 낮추고 특수 안경을 끼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특수 안경은 색구별이 잘 안 되는 필터를 달고 있고 30~60cm 거리는 초점이 잘 안 맞도록 하는 안경이다.
 
거의 흑백에 가깝고 가까운 주변은 뿌옇게 보여 물건을 정확히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개가 색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빨강-주황-초록’과 ‘파랑-보라’를 함께 인식한다. 즉 빨강과 파랑은 구별하지만 빨강과 노랑은 구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실 개가 보는 세계는 시각과 후각이 섞인 세계다. 우리가 생김새로 사람을 구별하듯 개는 냄새로 사람을 구별한다. 시각에 대부분의 감각을 의존하는 사람이 개가 보는 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고양이는 밤에 사람보다 훨씬 밝은 세상을 본다. 밝은 곳에서 본 고양이 눈의 눈동자는 세로로 길쭉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활짝 열린다.
 
밤이 되면 카메라의 조리개를 열어 빛을 많이 받아들이듯 고양이 눈은 밤에 사람보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상이 맺히는 망막 뒤에 거울 같은 반사막이 있다. 미처 흡수하지 못한 빛까지 다시 흡수하기 위해서다. 집에 거울을 많이 달아 놓으면 집이 환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고양이 눈이 빛나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고양이의 시력은 사람보다 수십 배 높다.
 
고양이처럼 어둠에 특화된 눈을 갖지는 못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어둠을 보는 동물도 있다. 바로 초음파로 세상을 보는 박쥐다. 사실 이 능력은 시력이라기보다는 청력이지만 박쥐의 세상에서는 시력 이상의 역할을 차지한다.
 
놀라운 것은 초음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초음파를 구별하는 능력이다.
 
박쥐가 사는 동굴에는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마리의 박쥐가 있다. 모든 박쥐가 초음파를 내서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구분하는 가운데 박쥐는 자신이 만든 초음파를 정확히 구별해 낸다.
 
다른 박쥐가 만든 소리를 듣고 착각하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수많은 음파의 반사로 그려진 세상이 바로 박쥐가 보는 세상이다.
 
포유류 동물보다 하등한 파충류, 양서류 등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 파충류 중에서 뱀은 아주 특별한 시력을 갖고 있다. 뱀은 사람이 볼 수 없는 적외선까지 본다.
 
tv에서 특수부대가 테러범을 제압하기 위해 적외선 고글을 끼고 작전에 투입되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뱀이 보는 세상은 이와 비슷하다.
 
뱀의 눈 아래 있는 구멍에 ‘골레이세포’(golay cell)이라는 특수한 신경세포가 적외선을 감지한다.
 
양서류인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더 이채롭다. 개구리는 온통 회색으로 뒤덮인 세상을 본다. 개구리의 눈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는 사물만 인식한다.
 
이것은 처음 들어간 빛은 개구리의 시세포를 자극해 인지되지만 계속 비춰지는 빛, 즉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앞에 파리가 앉아 있어도 알아챌 수 없다.
 
그러나 일단 파리가 움직이면 개구리가 보는 회색 세상에 움직이는 것은 파리뿐이다. 개구리는 꼭 필요한 것만 보는 셈이다.
 
모든 동물은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에 꼭 맞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 다른 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니 동물의 세상을 인간 세상에 억지로 끼워 맞춰서는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눈높이를 맞추면 상대방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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