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뒷얘기-똥으로 찾은 토생원

전동혁 과학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07/01/14 [15:59]

별주부전 뒷얘기-똥으로 찾은 토생원

전동혁 과학전문 기자 | 입력 : 2007/01/14 [15:59]

별주부가 토끼의 간을 찾으러 떠억~하니 뭍으로 올라왔는데, 아니 사방천지 어디에서 토끼를 찾는단 말이오.
 
막막하고 막막해 천지신명에게 빌 제 인근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필시 토끼라. 별주부가 기뻐하며 목을 길게 빼 수풀을 바라보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자 토끼가 아니라 사냥꾼이더라. (얼~쑤!)

“어이, 납작한 친구. 혹시 이리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나?”
“사슴이라 함은 붉은 갈색 털에 나뭇가지 뿔 달린 짐승인데, 저는 보지 못했소.”
“역시 나무꾼이 거짓말을 한 게로구나. 하기야 그 후부터 사슴의 똥이 보이지 않으니.”
“똥 말이오?”
“동물을 추적할 때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똥이지. 동물들은 모두 다른 똥을 누기 때문에 똥을 찾으면 동물을 찾을 수 있지.”
“그럼 혹시 토끼도 찾을 수 있소? 토끼를 찾아주면 후하게 사례하리다.”
 

별주부 말에 사냥꾼이 혹해 숲 속 깊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 말 많은 사냥꾼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더라. 마침 사냥꾼이 커다란 똥을 보고 냄새를 맡고 윤기를 살피더니 더럭 겁을 먹으며 말하기를.

“쉿. 아직 윤기가 남아있고 냄새가 심한 것을 보니 호랑이가 근처에 있군. 일단 피하세.”
“호랑이의 똥인 줄 어떻게 아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똥은 달라

아따, 별주부의 질문에 말 많은 사냥꾼 말 보따리 터졌네. 사냥꾼이 별주부를 이고 똥줄 빠지게 뛰면서도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으니.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먹는 것이 다르니 똥도 다르지. 육식동물은 단백질을 섭취해 냄새가 심하고~,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이 분비돼 표면이 부드럽고~, 장의 길이가 짧아 수분 흡수 덜 되니 똥의 점성이 높고~, 동물의 털이나 뼈가 섞여 있지. ”
“똥은 크기나 모양에 차이가 있는데 이 정도 크기면 필시 호랑이의 똥이라. 반면 초식동물의 똥은 식물에 있는 셀룰로오스가 잘 분해 안돼 똥의 표면이 거칠고~, 장의 길이도 길어 수분 흡수 많이 되니 똥이 단단하고 잘 부스러지지~.”
“아니 셀룰로오스는 또 뭐요?”
“하이고 이 무지한 동물 보게나. 셀룰로오스가 뭔고 하니,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이 β-결합을 통해 사슬모양으로 묶인 물질이네.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흡수하려면 셀룰로오스의 β-결합을 끊어줘야 하는데 세상천지 어떤 동물도 β-결합을 끊는 효소가 없단 말이지.”
“어허, 여보시오. 그럼 초식동물은 어떻게 풀만 먹고 산단 말이오?”
“걸음은 느린 것이 성깔은 급하구먼.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시오. 그래서 초식동물은 β-결합을 끊어주는 효소를 만드는 세균의 도움을 받는데 이 세균은 위나 장에 살면서 초식동물의 소화를 돕는 것이지.”
“이리 질겅, 저리 질겅, 되새김질 하는 소나 사슴 같은 반추 동물은 위가 여러 방으로 나누어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길다란 장을 가진 말이나 토끼는 대장이나 맹장에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알았소. 내 알았소. 토끼의 똥은 맹장이 길어 수분 흡수가 많이 돼 단단한 것이로군.”

초식동물의 똥 구별법
훠이~ 달리던 사냥꾼 무거운지 지쳤는지 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는데. 아니, 마른 풀 사이로 작고 동글동글한 똥이 보이네. 헐떡이던 사냥꾼 말 보따리 또 터졌네.

“보소, 보소 별주부야. 눈 있으면 이것 보소. 마른 풀잎 낙엽 아래 묻혀있는 이 똥 보소. 이는 필시 사향노루의 똥인데, 사향노루는 자신의 배설물을 직접 풀이나 낙엽으로 덮는 습성이 있지.”
“다른 초식동물들도 이와 비슷한 동글동글한 똥을 누는데, 그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달라. 사향노루 똥보다 고라니 똥이 크고, 고라니 똥보다 노루 똥이 크고, 노루 똥보다 산양 똥이 크고, 산양 똥보다 사슴 똥이 큰데….”
“큰데?”
“똥이 발견되는 곳이 또 동물마다 달라. 물가 사는 고라니 똥 물가에서 발견되고, 산에 사는 산양의 똥 바위에서 발견되지. 근데 이 산양이란 놈이 한 번 싼 데 계속 싸서 새 똥 묵은 똥 한 데 섞여있다는 거 아니겠소.”
토끼 똥은 두 종류
“아이고 세상에 유식한 사냥꾼 양반. 토끼 똥은 어떻소?”
“이놈의 토끼는 몸집도 작은 것이 사슴만한 똥을 누네. 대개 먹이인 풀이 많은 무덤가 주변에서 발견되는데, 토끼가 두 종류의 똥을 눈다는 걸 알고 있는감?”
“두 종류라고 했소?”
“토끼는 단단한 똥 말고 묽은 똥도 싸지. 토끼의 맹장이 길어도 모든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지 못하니, 소화가 덜 돼 영양소가 흡수되지 않은 묽은 똥은…. 놀라지 말라고. 토끼가 다시 먹네!”
“우웩~ 똥을 다시 먹는다고.”

안 그래도 사냥꾼에게 들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메스껍던 별주부가 기어이 토악질을 해대는데. 아니 이 근처에 연못은 어디 있나, 개울은 어디 있나. 사냥꾼이 별주부의 등딱지를 두드리며 설명을 해주는데.

“소화가 덜 된 셀룰로오스를 다시 분해하는 것이지. 반추 동물이 되새김질해서 다시 잘게 분해하듯 토끼는 이런 방법으로 셀룰로오스를 제대로 소화시켜 영양분을 흡수하지.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아니겠나.”
“그럼 대장이나 맹장에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동물은 모두 똥을 다시 먹소? 우웩~.”
“별주부 선생. 일단 근처 연못으로 가야겠구먼.”

사냥꾼이 별주부를 끌고 연못으로 가는데… 이 말 많은 사냥꾼 말이 청산유수라.

“모든 동물이 그렇지는 않지. 저기 아프리카라는 곳에 사는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동물은 그냥 배설만 한다네. 장의 길이가 짧아 먹은 것의 반 이상이 소화되지 않아서 소화되지 않은 풀들이 똥에 많이 섞여 나오는데 대신 그런 동물은 많이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하지라.”
“다른 동물도 많이 먹으면 되지 않겠소.”
“아이고 이 무지한 양반아. 코끼리나 코뿔소야 천천히 먹어도 안전하지만 사슴이나 토끼가 그럴 여유가 있나?”

사냥꾼과 별주부가 연못으로 향할 제, 아니 요것 봐라. 밤톨만한 것이 동글동글, 윤기가 자르르르, 약간 타원형인 똥의 무더기가 여기 있네. 요것이 바로 토끼 똥인데 윤기를 보아하니 근처에 있구나. (얼~쑤!)

조심조심 살금살금 사냥꾼이 풀숲을 헤치니, 아따 토끼가 여기 있네. 근데 요놈 보소. 토끼와 사냥꾼이 찾던 사슴이 함께 모여 선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게 아닌가!

“네 이놈, 사슴아!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벼락같은 사냥꾼의 외침에 연못가가 난장판이 되니…. 사슴은 놀라 달아나고, 사냥꾼은 사슴을 쫓아 달려가고, 선녀들은 너울너울 날개옷을 챙겨 입고 하늘로 올라가고, 한 선녀는 날개옷을 찾지 못해 연못 안에 웅크리고, 토끼는 수풀에 머리 박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별주부 토끼 어깨를 두드리며.

“여보게. 토생원~ 나랑 같이 용궁으로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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