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카운트다운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07/01/14 [14:55]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카운트다운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 입력 : 2007/01/14 [14:55]


“우주에 가기 위해 내가 준비해야 했던 것 가운데 가장 얻기 쉬웠던 것은 돈이었다.”
2001년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soyuz)를 타고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들러 8일 동안 우주 관광을 즐겼던 미국의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가 한 말이다.
 
그는 우주여행을 하는 대가로 2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0억원을 냈다. 하지만 우주비행 전 그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했다. 비용만 지불한다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에 지원한 3만6206명 가운데 지난 12월 25일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씨와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가 선발됐다.
 
두 사람은 서류와 면접 검사를 거쳐 30명에 들었고, 정밀신체검사와 우주적성검사 통해 10명에 뽑혔다. 그리고 러시아 현지 적응훈련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발사부터 착륙까지 이들이 해야 할 과정을 따라가면 우주인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5, 4, 3, 2, 1, 0 발사!” 소유스 우주선이 불을 뿜으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우주선이 가속하면서 우주인은 엄청난 중력을 느끼게 된다.
 
평소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최대 중력이 2~3g(지구중력의 2~3배)인데 반해 우주선이 시속 2만5000km로 날아갈 때의 중력은 무려 8~9g다. 이 때문에 우주인 후보자들은 5g를 30초 동안 버티는 중력가속도 내성훈련을 받았다.

만약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지구에서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인해 다리 쪽으로 피가 쏠리는 것을 막지 못하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중력가속도에 의한 의식상실’(gloc, gravity-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10명의 후보자 중 2명이 의식을 잃었다. 또 다리와 팔뚝에 실핏줄이 터져 군데군데 붉은 반점이 생긴 후보자도 있었다.

그래서 우주선을 발사할 때는 자기 몸에 맞게 특수 제작된 좌석에 누워 다리를 모아 무릎을 맞대고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팔은 자연스럽게 가슴에 둔다. 마치 요람에 있는 갓난아기의 모습이다.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만일의 사고에 안전을 대비하기 위한 자세다.

어느새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들어섰다. 우주에 나가면 지상의 기압보다 낮은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렇게 낮은 기압에서는 몸속 구석구석에 숨어있던 가스가 팽창하면서 ‘체강통’을 일으킨다. 대장이나 위, 얼굴뼈, 심지어는 충치의 공간에 있던 기체까지 팽창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인 후보자는 저압실 훈련을 거쳐야 한다. 충치가 있는 지원자가 2차 선발과정에서 탈락된 이유다. 라식 수술을 한 지원자도 불합격이었다. 각막을 깎아서 얇아지면 낮은 기압에서 안구가 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압력이 높아질 때 고막 안쪽 중이(中耳)에 있는 공기와 외부공기의 압력을 같게 유지하지 못하면 고막이 손상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막기 위해서는 양손으로 코를 막은 상태에서 입속 공기를 강제로 유스타키오관을 통해 중이로 보내는 ‘발살바’(valsalva) 호흡법을 해야 한다.
 

또 우주에서는 저산소증에 대한 적응력이 필요하다. 비행기나 우주선 내부는 충분한 산소가 있지만 비상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인 후보자들은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산소마스크를 벗고 저산소증에 대한 적응력을 평가받았다. 일단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판단력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구구단 거꾸로 쓰기가 실시됐다. 한 대학 교수는 “8 곱하기 8을 63이라고 썼지만 쓰면서 틀린 줄 몰랐다”고 말했다.

우주에서의 생활은 매우 불편하다. 위아래가 따로 없는 무중력 우주선 안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잠을 잘 수 있지만, 둥둥 떠다니다 위험한 곳에 부딪치지 않으려면 어딘가 몸을 고정해야 한다.
 
또 우주선은 90분마다 지구를 한번씩 돌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16번이나 보게 되는데 신체리듬이 깨지기 쉽다. 우리 몸은 망막에 들어오는 빛으로 하루의 시간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주인은 이런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지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과정에도 중요한 점검 사항이 있다. 바로 저혈압증이다.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피가 머리로 몰렸다가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혈액이 제자리를 찾으면 저혈압 증상이 생긴다. 이번에는 약물로 검사한다. 먼저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심장박동이 급격히 빨라지며 혈압도 높아진다.
 
약물을 계속 투여하면 부교감신경이 반응해 반대로 혈압이 떨어지는데, 자율신경계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저혈압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자율신경계가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적응하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혈압 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우주인 선발에서 탈락했다.

우주선이 활주로에 내려앉으며 가벼운 충격이 느껴진다. 보고 싶은 가족과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하지만 곧바로 집에 갈 수 없다.
 
 아직 몸 상태가 지구중력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무
 
중력 때문에 상승했던 체액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건강상태를 모두 확인한 뒤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가족들과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아찔한 우주여행을 위해 최종 선발된 고산 씨와 이소연 씨는 앞으로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1년 동안 7g의 중력가속도 내성훈련 등 실제 우주와 동일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2008년 4월 둘중 1명이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과학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혹독한 선발 과정을 통해 뽑힌 후보생이니만큼 누가 탑승하던지 대한민국 우주인으로서 임무를 완벽히 해내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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