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인 없는 시청 기자브리핑

김기석 기자 | 기사입력 2006/06/22 [16:41]

[기자수첩] 주인 없는 시청 기자브리핑

김기석 기자 | 입력 : 2006/06/22 [16:41]
22일 오전 11시 시청 기자실에서는 대전광역시 도시철도공사 기자브리핑이 있었습니다.
 
기자브리핑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꼭' 한 번 짚어 보겠습니다.
 
[# 1]
 
도시철도공사 관련해서는 몇 가지 현안이 있었기 때문에 김광희 사장이 참석 할 줄 알았지만 간부 공무원 몇 분만 기자실을 찾았습니다.
 
김광희 사장님은 왜 안 오셨냐는 질문에 도시철도공사 측에서는 '속이 안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속이 안 좋은지는 모르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돌아오는 기자브리핑을 꼭 불참해야 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속이 불편한 게 아니라 기자브리핑 자리가 불편할까봐 그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다음부터는 이럴 거면 기자브리핑 하지 말자는 볼멘소리까지 나옵니다.
 
행정을 처리하는 입장에서 기자브리핑 자리는 시민에게 정책을 홍보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약간의 껄끄러운 질문도 있지만 대부분 정책을 준비해 온 공무원들 편에서 생각하고 이해해 주는 분위기로 진행 됩니다.
 
김광희 사장 얘기는 마지막 부분에 다시 하기로 하고요.
 
박성효 대전시장 당선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 있는 공무원은 기자실 자주 찾는다."
 
[# 2]
 
도시철도공사에서 가지고 온 보도 자료를 보고 있자면 참 거시기 합니다.
 
시민을 우습게 보는 건지 아니면 기자를 우습게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중1 정도의 수준만 되도 금방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 자료를 내 놓으며 홍보 해 달라고 요청 합니다.
 
하긴 이 문제는 꼭 도시철도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공무원의 문제지만 앞으로는 '솔직한 정책자료 배포'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에 몇 자 적습니다.
 
제목은 일단 눈에 쏙 들어옵니다. '혁신' 고삐 바싹 조인다 대대적 조직 슬림화, 비용절감 '예고' 이렇습니다.
 
조직 슬림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인원을 줄인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그렇지는 않고 나머지 인원을 채용 할 때 아웃소싱을 할 거랍니다.
 
아웃소싱 당연히 해야 합니다. 그걸 조직슬림화라고 표현 하는 건 너무 오버 한 거 아닌가 합니다. 사실과 다르니까요.
 
공사에서는 또 다른 자랑도 했습니다. 12개 역사 역무원 민간 위탁으로 연간 27억여 원의 비용 절감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건 간단히 설명 드리면 이렇습니다.
 
전체 12개 역사에서 일하는 역무원들을 공무원으로 채용 했을 경우 연간 인건비가 55억이 예상되는 데 민간역장을 공모해 29억원만을 지원했으니 연간 27억이 절약된다는 겁니다.
 
비용절감이란 있던 직원을 줄이고 아웃소싱을 했을 경우 생기는 차액을 말하는 것이지 아웃소싱을 처음부터 해 놓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와 대비해서 비용 절감이 있었다고 홍보 하는 건 말장난 밖에 안 됩니다.
 
민간역장 공모는 좋은 아이디어지만 또한 민간역장 제도로 인해 떨어지는 서비스 질에 대해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에 시민이 겪는 불편은 고려하지 않고 당연한 비용절감 얘기를 자랑처럼 말하는 건 모양새가 좀 그렇습니다.
 
작년에 민간역장 공모당시 '시민들에게 단단히 홍보해서 좋은 분들 많이 모시라'는 기자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쉬쉬하며 '알음알음' 관계자들을 채용 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도시철도공사는 홍보 할 건 안하고 홍보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홍보하나 봅니다.
 
[# 3]
 
월드컵 응원전 관련해서 도시철도공사의 입장은 변함없이 '연장 운행 계획 없다'랍니다.
 
이유를 묻자 토고와의 1차전 때 연장 운행 시 이용 승객이 1,700명 밖에 안 됐답니다. 1,700명이 적은 숫자입니까?
 
국가적인 에너지로 승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월드컵 응원전인데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적극적으로 동참해 시민에게 사랑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수송인원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연장 운행을 앞으로 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1,700명이면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자정 12시부터 1시간만 더 연장 운행하면 되는 데 굳이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시민의 발 노릇을 해야 할 도시철도공사 공무원이 시민을 위해 1시간도 더 일을 못 한 답니다.
 
공무원들 마인드 바뀌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 4]
 
다시 김광희 사장 이야기 입니다.
 
박성효 대전시장 당선자 캠프와 한나라 당에서 요구하는 '염홍철 대전시장 캠프 출신 공직자 동반퇴진 요구'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된 구문입니다.
 
브리핑에 온 도시철도공사 간부는 "도시철도 1호선 1단계 구간 개통을 무리 없이 처리했으니 2단계도 맡아야 하지 않냐. 또한 탁월한 조직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로 입장을 대신 전했습니다.
 
'한 번 한 사람은 계속 해야 한다'는 논리 같습니다. 철밥통 다운 발상입니다.
 
박성효 당선자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운 한 인사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염홍철 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계장을 과장으로 과장을 국장으로 승진 시킨 건 공무원의 근무를 평가해서 한거니까 당연히 인정하지만 선거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들어온 사람은 염 시장의 퇴임과 함께 진퇴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야 박성효 당선자도 자신과 함께 손발을 맞춰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모셔와서 4년간 같이 일할 거 아니냐. 그것으로 다음 시장 선거에서 평가받고 시민들이 잘못했다고 판단해 낙선 되면 다 같이 물러나겠다. 그게 정도고 우린 그렇게 하겠다."
 
왠지 호소력이 있지 않습니까?
 
당선자는 애써 나가라는 소리는 않겠지만 '본인들이 알아서 잘 처신 할 것'이라며 사표를 내면 굳이 말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도저히 물러 날 수 없다고 공언하며 구명운동까지 하고 다닌다는 풍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일텐데 어떻게 일손이 제대로 잡히겠습니까. 혹시나 안전사고라도 날 까봐 미리 걱정입니다.
 
어느 공무원이 그럽니다.
 
"염 시장이 낙선 되던 날 몇 분만 같이 그만 둔다는 의지만 표명 했어도 염 시장이 그래도 사람 하나는 잘 뒀구나 하는 소리도 듣고 이런 일 생기지 않았을 텐데.."
 
공무원에 거는 제 기대가 너무 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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