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어제 오늘 내일(1)

첨단 병기 국산화 선도

신인호 | 기사입력 2005/02/16 [01:26]

국방과학연구소 어제 오늘 내일(1)

첨단 병기 국산화 선도

신인호 | 입력 : 2005/02/16 [01:26]
 철모에서 미사일 까지〈1〉- 국방과학연구소 어제 오늘 내일
  첨단 兵器 국산화 선도

“총포·탄약 등 재래식 경무기와 주요 군수장비를 4개월 안에 국산화하라.”
1971년 11월 7일,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add)에 긴급병기개발을 구두로 지시했다. 국과연이 창설(1970년 8월6일)된 지 불과 1년 3개월. 날벼락 같은 지시였지만 이 명령은 13일 `번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곧바로 실행돼야만 했다.

당시 국내에는 금속, 기계, 전기, 전자, 화공학 등 무기 생산의 기초가 되는 산업 기반과 기술축적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칼빈소총, 기관총, 박격포, 수류탄, 지뢰 등을 비록 모방이었지만 국산화한다는 것은 여건상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국과연은 인력의 태반을 `엄명' 수행에 투입했다. 금성사 등 시제업체와 국방부 방위산업 담당부서도 마찬가지. 병기를 분해해 역설계하고, 알맞은 재질을 찾아 헤매는 등 당시로서는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력을 밤낮으로 쏟아부었다.

국과연은 수차에 걸쳐 시험사격을 거친 끝에 72년 4월 3일 종합사격시험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그것은 하나의 `경이'였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추진한 번개사업을 통해 국과연은 이 때부터 기본병기의 국산화와 향후 고유의 무기체계 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후 재외 과학자 유치 및 초빙 등으로 연구인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보다 체계적인 연구개발에 전력했다. 그 결과 78년 9월 세계에서 7번째로 지대지미사일 `백곰'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하는 등 `자주국방'의 초석을 확실히 다져나갔다.

그러나 80년대 초 단행된 국과연의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뼈 아픈' 것이었다. 85년 말까지 국과연의 연구인력은 872명으로서 다른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비해 석·박사 학위자가 적었다. 당연히 무기체계 개발은 침체됐다. 최초의 잠수정 `돌고래', 함대함 미사일 `해룡', 지대지 미사일 `현무'가 이 시기에 개발됐으나 8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국과연은 주목할 만한 무기체계를 내놓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과연은 장병과 국민들은 물론 외국의 무기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무기체계를 잇따라 선보였다. 공군기본훈련기 kt-1 웅비를 비롯해 155㎜ 자주곡사포 k-9, 자주대공미사일 k-sam 천마, 정찰용 무인항공기와 정찰용 열상센서, 날개안정분리 철갑탄, 적 어뢰로부터 함정을 보호하는 음향대항장비체계 등이 그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 탐색 개발하기 시작, 성과로 나타난 이 같은 무기체계들는 어느 것 하나 외국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과연 연구기술력으로 각각의 무기체계를 설계하고 시제품을 제작, 이를 시험 및 평가해 양산시킨 것들이다.
기술과 성능이 동종의 세계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자랑이다.

국과연은 창설 이후 지금까지 총기와 화포류 등 400여 종의 병기와 물자를 국산화시켰다. 어떤 무기체계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를 모두 국내 개발할 수는 없다.
또 각각의 무기체계를 100% 국산화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 무기체계를 국내 개발할 것인지, 조립생산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 외국으로부터 도입할 것인지는 국방뿐만 아니라 산업경제까지도 포함한 `투자 대 효과'면에서 추진돼야 할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그 무기체계를 구성하는 `핵심기술'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현재 조용수(趙鏞洙) 소장을 중심으로 21세기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소로 나아가기 위해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엔 차기 보병소총을 비롯해 차기 장갑차 및 전차, 항공기 등 미래 핵심전력체계를 집중 연구개발해 국방과학 핵심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군사기술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욕이 담겨있다.

오늘도 연구소는 조용하다. 그들은 과거 어느 순간에도 결코 소란스럽지 않았다. 장병들 앞에, 국민들 앞에 놀랄 만한 `작품' 하나를 내놓고는 오히려 그들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곤 했다. `자주국방'의 초석으로서 아직 해야 할 그 임무가 많이 남아 있다는 국과연 특유의 겸허함이다.
조만간 그들은 `번개사업' 때부터 안으로 무장해 왔을 열정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또다시 놀랄 만한 그 `무엇'을 조용히 선보일 것이다.

〈신인호 기자 idmz@dapis.go.kr>
* 본 시리즈는 국방일보에서 연재중인 기사로써 신인호기자의 허락을 받아 미디어대전에 싣습니다. 옥고를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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