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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 수요자 관점이 필요하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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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김정환 기자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 수요자 관점이 필요하다

영원히 망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 절대 망하지 않는, ‘영생기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런 기업이 엄연히 존재한다. 대전에도 있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적으로도 많다. 오랫동안 영업결손이 나도 까딱없다. 적자가 나면, 난 만큼 자치단체에서 메꿔 준다.

 
그러니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 없다.
 
‘시민의 발’이라는 시내버스 회사들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손실액을 시민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덕분이다. 누가 보아도 공정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제도인 것이다.

대전시가 말 많고 탈 많은 시내버스 준공영제도의 손질에 나섰다. 21일 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이르면 11월 중이나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조례를 만들기로 했다.
 
올해만 해도 시내버스 회사에게 지급된 재정지원 보조금이 620억 원을 넘어섰으나, 이를 관리하는 법규는 행정적인 운영지침뿐이었다. 지침만 있으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번에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지난 2005년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이래, 늦었지만 보조금 사용에 대한 본격 관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재 시가 마련한 '대전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살펴보면 시는 수입금 공동관리, 표준운송원가 결정 및 적용, 경영 및 서비스평가 등 지침의 중요사항을 보완했다. 또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운영과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수입금 관리에 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특히 조사·감사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 준공영제 재정지원 전반에 대해 조사 또는 감사할 수 있도록 하고, 매년 전문 회계기관을 통한 회계감사를 하도록 했다. 준공영제 제외·중지에 대한 규정도 신설해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3회 이상 받은 운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준공영제 영구 또는 일정기간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례안은 버스 사업조합이 임원 인건비를 과다 책정하는 등 각종 비용 부풀리기로 표준운송원가를 과다하게 산정하고 있다는 의혹을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보조금 부정사용에 대한 징벌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보조금에 대한 효율적 활용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에는 경영혁신을 강제하는 내용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면이 보인다. 경영혁신 노력 등의 평가를 통해 보조금 지원을 차등화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망하지 않는 회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보조금의 효과적 사용을 담보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방만한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방지책이 미약한 셈이다.

또 많은 시내버스 회사가 가족회사인 특성을 반영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지적사항이 될 수 있다. 근무도 하지 않으면서 가족의 한 사람을 임원으로 등재시켜 인건비 지출을 발생시키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
 
이 경우는 보조금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것이기도 하지만, 잘 훈련된 직원 채용기회를 박탈한다는 면에서 시내버스 회사의 경영쇄신을 방해하는 요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반드시 이런 요소가 경영혁신을 가져오지 못하는 요인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영 손실을 보전해 안정적인 회사경영이 가능해졌음에도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은 여전히 오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용승객이 줄어들고 있다.
 
대전 시내버스 이용객은 하루 40만 5000명 내외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9%씩 감소해 왔다. 경영혁신이 이뤄지지 않아도 책임질 일이 없고, 책임지지 않아도 손실액을 보전 받는, 블라인드 체제의 맹점인 것이다. 망하지 않고, 망할 수 없는 기업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은 시내버스가 시민의 발 역할을 하면서 공익적 사업이라는 인식에서 이뤄졌다. 시내버스는 간선교통체계의 주역이면서도 자가용 보급 등 교통수단과 체계의 변화 등으로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원리에만 맡길 수 없는 비탄력적 사업인데다, 시민의 교통복지 확대를 위한 행정서비스 제공이라는 복지국가적 과제도 밑바탕이 됐다. 시내버스 요금의 인상 없이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시혜적 발상은 시 재정에 의한 보조금 지원 사업을 합리화시켰다. 이는 교통행정 당국자와 시내버스 사업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공급자 중심의 사고였다.

이런 공급자 중심의 준공영제 도입 당시 대전시는 시내버스의 정시성 확보와 운행시간 단축 등을 위한 버스개혁을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노선과 버스개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지원 제도만을 도입한 것이다. 버스개혁의 시기를 놓쳐버린 셈이다.
 
공급자 중심의 대 시민 시혜적 발상에서 나온 정책도입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수요자인 시민중심으로 시내버스 운영체계와 제도를 바라봐야 한다.

시민은 요금 이외에 세금을 통해 보조금까지 부담한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가 통행하는 도로 건설도 세금으로 담당한다. 도로는 도시계획으로 시민의 혈세를 투자해 만든 공간으로, 공공재이다. 이를 시내버스가 공익적 사업이라는 이름하에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심지어 버스전용차로제를 통해 공공재의 일부는 독점적으로 점용하고 있다. 거기에 회사별로 최소 수익보장까지 해주고 있다. 모든 것을 시민에게 의존하는 의존경영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럼에도 버스 노선을 획기적으로 개편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이동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경영혁신 등을 통해 시민세금을 절약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수요자인 시민의 처지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에 제정하는 조례 내용이 미흡하다는 평가는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요인은 또 있다. 2025년쯤 예정된 도시철도 2, 3호선의 개통이다. 도시철도 2, 3호선의 완전개통은 대중교통체계의 혁명적 변화를 야기한다. 시내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간선망이 도시철도로 완전하게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가 되면 시내버스는 독점적인 간선교통체계의 지위를 잃고 보조적인 위치로 떨어지게 된다. 마을버스처럼 간선교통망인 도시철도로 승객을 이동시키는 보조 교통수단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준공영제에서 완전공영제로의 체제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 때보다 더 충격적인 시내버스의 대변신을 강제로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대한 사전준비 방안을 이번 조례에 조금이라도 담아내야 한다.

대전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에 도입한 서울시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론적 검증이나 실험을 통해 그 타당성과 정당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준(準)’ 공영제라는 어정쩡한 제도를 답습하다보니 문제점을 걸러낼 여유와 장치가 부족했다.
 
문제해결 도출보다는 버스운행 체계의 안정을 위해 계속 퍼줘야 했다. 재정보조금 지원의 적정성문제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비교해서 불공정 지원문제가 지적받아도 시정할 수가 없었다. 공급자 중심의 시혜적 사고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제정은 그런 시행착오를 걷어내고 관점을 전환하는 기회가 됐다. 수요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이 해답이다.(2019. 10, 23.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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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3 [17:49]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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