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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분노, 그 포용책이 시급하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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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청년들의 분노, 그 포용책이 시급하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식성향으로 보아 각각 진보와 보수층을 대표하는 주류급 인사들이다. 대중적 평가도 그렇고 정치적으로 나눠도 그렇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이며, 가정과 가문의 부가 막대하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 또한 이들을 뛰어넘을 자가 많지 않을 정도로 높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쪽으로 보아도 기득권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장관의 부인은 딸의 고등교육기관 입학 비리혐의로 기소됐다. 또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아들을 불법으로 조기유학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그 아들의 대학진학을 위해 국립 서울대 시설과 장비 등을 멋대로 사용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이들을 통해 주류급 상류층의 기득권 세습을 위한 불법탈법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들의 기득권 세습을 위한 세밀한 설계는 주로 대학진학 과정에 집중됐다. 교육은 전통적으로 신분상승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였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교육학습이 신분을 새롭게 규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소시민적 희망을 담은 메시지였다.

 
따라서 교육은 출발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 보장된다면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신분상승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상류층사회에서 불법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교육세습을 통한 기득권 유지나 확대에 나섬으로써 용은커녕 개천의 물마저 말라버리게 했다.

두 사람은 주어진 조건의 활용이라고 강변하겠지만, 이런 교육세습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욕망의 사다리였음을 여실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개천의 물마저 마르게 한 사실을 확인한 같은 또래의 청년들은 좌절과 상실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정보의 비대칭과 경로탐색의 결핍, 접근기회의 차단 등의 불공정 양극화로, 일본 주오대학 사회학부 교수 야마다 마사히로가 정의한 <격차사회>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또래인 20대의 분노는 학력과 지역에 따라 미묘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의 일부는 촛불을 들며 조 장관의 사퇴 등을 주장했지만, 수도권의 기타 대학생 집단과 지방소재 대학생들은 촛불시위를 조직화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
 
여러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지방의 학생집단이나 청년들은 조 장관이나 나 원내대표 자녀들을 위한 행태를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람결에 들을까 말까한 먼 세상의 얘기로만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신분격차로 나타나는 기득권적 행태에 이미 체념을 내면화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좌절과 상실감을 확인했을 뿐 더 이상의 분노를 분출할 기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생 등은 일부지만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강고하게 서열화 된 대학 학력위계 사회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청년들이다. 조 장관이나 나 원내대표의 자녀들과 비슷한 경로와 접근방법에 의한 ‘스펙 쌓기’ 등으로 현재의 서열화 된 대학의 꼭지에 서있는 학생들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들의 촛불은 조 장관이나 나 대표의 자녀들이 오염됐다면 그들과 다른, 순전히 자신들의 능력과 역량으로 위계화된 최고의 대학에 들어온 순정품이라는 항변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든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타 수도권 대학과 지방의 대학생 집단과는 ‘격차사회’를 보는 결이 다른 것이다.

이런 차별화된 분노 속에서 나타나는 기득권화된 신분적 격차에 대한 청년들의 상실감은 제도적 보상방식으로 접근해야 해소의 폭이 넓어진다. IMF외환위기 이후 공동체의식이나 노사연대의 사회적 합의정신이 거의 깨진 상태에서 새로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했다.
 
고용시장이 협소해지면서 고용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그 진입시기와 문호도 길어지고 까다로워졌다. 이들은 또 국가나 사회로부터 집단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대규모 혜택이나 국가사회적인 이벤트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막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를 축적할 기회가 없거나 부족하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나 공공기관들이 이들을 위한 고용기회의 확대나 양질의 일자리 확보, 안정된 주거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국정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나 보다 과감한 지원책과 추동력을 발휘해야 한다.
 
당연히 국회가 나서 이런 정책들의 법제화 등으로 지원하고 촉진해야 하는데도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쟁으로 지새다보니 기대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지방대생과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내면화된 불공정에 대한 체념 등이 크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더욱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전광역시가 지난 18일 청년주간을 맞이해 발표한 청년대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전시는 기술 개발에서 비즈니스까지의 과정을 종합 지원하는 ‘창업 플랫폼’을 조성해 2000개의 스타트 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시는 또 내년에 행정안전부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390억 원을 투자해 1900개의 일자리를 발굴하고, 2022년까지 한남대학교 캠퍼스 혁신 파크 선도 사업에 250개 기업을 입주시키고 1500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대전시는 이와 함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동임대주택인 대전 드림타운 3000호를 2025년까지 공급해 주거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대주택 3000호 공급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이에 소요될 재정마련 대책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회주택’과 ‘집세보조금제’ 도입을 검토했으면 한다.
 
공동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적어도 3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하고 필요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전체 계획 가운데 신축 공급할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각 구별로 공실 등이 많은 일반건물을 임차하거나 구입해 리모델링을 한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또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의 임대주택 입주촉진과 주거안정을 위해 ‘집세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집세보조금은 임대보증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임대료 자체를 낮게 책정해 애초 계획된 임대료와의 차액을 집세보조금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65년부터 옛 서독에서 시행되다가 독일통일 이후인 1991년에는 옛 동독지역까지 확대됐다. 당연히 청년층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런 임대주택에 대해 시나 산하기관에서 직접 임대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 공익재단이나 협동조합, 시민단체 등에 임대사업을 위탁해 주택을 관리하고 임대사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익형 임대사업자를 조직해 이들로 하여금 주택관리와 임대관리를 맡기는 방법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덩달아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 이 역시 독일이나 스웨덴 등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청년들에게 상실감이나 불평등이 내면화되도록 해서는 앞으로의 사회가 불안해진다.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온 이들 청년세대에게 이런 내면화된 차별을 완화시키고 더불어 사는 사고를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이들에게 선의의 집단적 기억을 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의 청년들을 위한 지방자체단체의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창출이나 주택공급 사업은 불평등과 차별의 내면화로 상처 입은 청년세대에게 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2019. 9. 24.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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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24 [15:06]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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