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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도발은 대전 도약의 찬스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일본의 경제도발은 대전 도약의 찬스다

‘일본인들은 총체적 모순덩어리다’. 이런 평가는 미국의 전쟁사학자 존 톨런드(1912~2004)가 자신의 저서 <일본 제국 패망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은 태평양전쟁에 대한 거의 유일한 통사로, 서구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기념비적인 저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197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톨런드는 이 책에서 일본인들은 “예의가 바르면서 야만적이고, 정직하면서 믿을 수 없으며, 용감하면서 비겁했다...”고 적었다. 집필을 위해 관련자 500여명을 인터뷰한 톨런드는 일본인들을 이런 이중적 본성이 가득한 특이한 존재로 규정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덩어리라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을 대륙에서 내려온 천손(天孫)민족이라고 자처한다.”고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지적한다. 하늘의 자손이라고 부르며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반도 또는 만주 등 북방지역에서 우수한 집단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열등한 집단은 북방에 남았다는 것이다.

 

도리이 류조(1870~1953)가 대표적인 인물인데, 그는 대륙을 건너온 일본인의 기원을 찾고자 한국은 물론 랴오둥반도에서 시베리아 일대까지 뒤졌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정당성을 찾지 못해 조바심을 내던 그는 임나일본부설 등 여러 억지논리를 갖다 붙이기에 이르렀다.

 

일본민족기원설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고향에 쳐들어가 무력으로 짓밟았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고려실록>에 600여건의 왜구침략 기사가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312건이 올라있다. 거의 모두 해적질과 다름없는 침략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본 우익들은 오늘날에도 이런 모순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유튜브 채널 ‘DHC 테레비’에 출연한 패널들이 ‘혐한’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사실상 퇴출 위기를 맞게 된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은 평소 극우 성향의 인종주의적 망언을 일삼아 왔다.

 

요시다는 “오늘날 일본인들의 조상들은 시베리아에서 왔으며 일본인은 아시아에 있는 유일한 유럽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의 일등국’이라는 도리이 류조의 망상을 그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지진, 화산폭발,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다. 자연재해의 과학적 규명이 있기 전까지 자연재해는 신의 분노나 심판이었다. 나약한 인간들은 신의 분노를 피해 자신의 안전판을 찾아야 했다. 신의 분노를 달래거나 막아줄 절대자가 필요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즉 권력자에게 충성을 바치고 자신을 의지하거나 가족 보호를 의뢰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절대 권력자라는 하나의 깃발에 모여들어 삶의 집합체를 꾸리게 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신의 분노를 사서 심판을 받는다고 믿었다.

일본의 ‘번’은 영주의 휘하에 모여들어 살아가는 봉건적 방식이다. 이런 생활 및 경제공동체는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지시에 순종하는 예의바름과 외부의 압력에는 매우 강하게 대응하는 용맹을 동시에 갖춘 이중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다. 일본인에게서 ‘예의바른 야만’이라는 형용모순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특질이 문화적으로 오랫동안 굳어져 내면화되면, 불의와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항거의식이 잉태되기 어렵다. 주군을 향한 맹서와 충성만이 있을 뿐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적 의식이 싹트고 뿌리내려 내면화하기는 쉽지 않게 된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촛불혁명 같은 민주화를 위한 명예혁명이 일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이런 데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는 6월 항쟁을 통해 신군부 독재체제를 타도했고, 촛불을 통한 광장의 항쟁으로 헌법유린과 위임받지 않은 비선권력에 의한 국정농단을 타파했다. 절대자에 대한 맹목적 의탁으로 찌든 일본에서는 이런 명예혁명을 꿈꿀 수 없다. 그러다보니 근대화는 되었지만 내면화된 기존의 모순된 사고와 행동을 바꿀 계기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 아베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과 비교해도 이중적 심리상태를 가장 많이 보이고 있다.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규제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한다. 자국민들에게는 그렇다고 말한다. 안보전략물자 관리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수출간소화 우대국가 목록에서 제외했다.

 

그보다 훨씬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에 대해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관성이 없고 모순적이다. 이런 일본의 처사는 톨런드의 모순적 사고와 행동, 루스 베네딕트의 ‘한 손엔 국화, 다른 손엔 칼<국화와 칼>’을 든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특질을 상기시키고 있는 정치행태이다.

 

이런 행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는 미국이 석유를 금수조치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발뺌하고, 전쟁범죄 사죄는 고사하고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이라며 피해자 흉내내기로 일관하는 비겁함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도발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를 일깨우고, 탈일본경제의 동기를 부여한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점검하게 해주었다. 몇몇 분야는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대개의 분야에서는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낙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성장한 국가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였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할 때 미국과의 격차는 종합적으로 10배 차이, 부분적으로는 최고 50배에 이르렀다고 존 톨런드는 분석했다. 현재 우리와 일본의 국력 차이는 당시 미국과 일본의 격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우리가 취하는 일련의 조치가 무모한 대응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국가역량과 과학기술이 도약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덕연구단지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장비, 소재, 부품의 국산화 등 산업경쟁력 강화 과제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맡아야 하고 앞장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나노종합기술원은 이미 반도체 12nm 공정평가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지정받아 반도체종합연구소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학연구원, 표준연구원, 기계연구원 등에서는 소재와 장비개발을 위해 현재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조원 이상을 늘리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올해 20조 5000억 원이던 정부 R&D예산은 내년도에 2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으로부터 촉발된 이런 상황은 대전 산업입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구조의 혁신적 개편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본거지 대전이 항일의 메카, 극일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다면 제2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취약한 기술 분야 연구개발을 국가가 이끌고 지원해 줄 경우 이의 산업화를 담당할 주체는 단위 기업이다.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존의 산업생태계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유망기업들의 집적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대전의 각종 유망 및 강소기업 등의 기업역량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분야별 및 수준별로 국책과제와 연계시키는 재구조화작업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지역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교한 설계 등의 개편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지역산업 잠재력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경쟁과 혁신을 강화할 수 있고 고용안정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극일의 기치아래 국가 역량을 결집하려는 중앙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대전시의 발빠른 상황인식과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대전의 도약은 일본 아베정권이 도발한 경제전쟁에서 거둔 승리의 깃발이자, 후손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대전을 물려주는 길이다.(2019. 8. 14.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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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4 [15:37]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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