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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불매운동, 카이스트는 기술자문, 대전시는?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시민은 불매운동, 카이스트는 기술자문, 대전시는?

일본의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과의 냉전은 경제 분쟁을 넘어 안보분야까지 포괄한 전면전(Total War)으로 확대됐다.

 

일본 아베정권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대법원 배상판결에 대한 불인정 선언과 함께 제3국 중재심판을 요구하는 등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탈했다. 우리 정부의 중재적 해법제시를 거부하더니 급기야 반도체 부품소재의 수출규제로 보복에 나섰다.

사법주권 침해가 역사도발이라면 반도체 분야 수출규제는 기술패권을 이용한 경제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조차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역사, 경제관련 도발은 안보분야까지 포괄하는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일본의 이런 도발과 침탈로 한-일 관계는 그동안 ‘갈등적 협력관계’에서 ‘적대적 길항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일본이 도발한 한-일간의 전쟁은 본질적으로 역사전쟁이다. 경제도발은 전쟁에 사용하는 총, 칼과 같은 무기일 뿐이다. 안보분야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사용할 무기를 나열하면서 무력적 힘을 과시한 것이다.

 

역사문제는 한국에 대한 강제 병탄의 문제다. 제국주의 대  평화주의의 대결로 정의의 문제이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휴머니즘에 대한 가치존중의 문제이다. ‘제2의 독립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은 과거 역사문제를 자기식대로 종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피식민지역의 국가와 개인의 배상문제는 한국 이외에도 많이 남아 있다. 우선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개인청구권 배상문제는 우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배상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의 강제징용자 개인청구권 배상문제가 이미 한국과 수교할 때 대일청구권에 포함돼 지불됐다는 것이 부정되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때 그 배상금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일본은 과거 한반도 강점기 때 한반도에 넘어와 살던 일본인 거류민이나 법인이 축적한 재산에 대한 배상청구에 직면하게 된다. 합법적으로 점유한 곳에 자국민을 이주시켜 생활하게 했으나 합법적인 것이 아니었고, 전쟁의 패배로 귀국하면서 형성한 재산을 모두 현지에 놓고 왔던 부분에 대한 배상청구에 시달려야 할 상황이다.

 

자국민의 재산배상은 한반도 개인배상액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의 배상판결은 일본 내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휘발성과 감당하기 어려운 폭발성이 잠재된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아베정권은 배상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되지 않으면 전범국가 낙인을 벗어날 수 없다. 전범국가 낙인이 지워지지 않으면 이른바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군대도 보유하고, 심지어 남의 나라에 자국의 이름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은 일본이 보통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천명하는 일이다.

 

즉 전범국가에서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고 경제력과 군사력 등에서 완벽하게 세계 1등 국가가 되는 일이다. 아베 총리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가장 존경한다는, 정한론을 설파한 ‘아쇼다 쇼인’의 충실한 제자로서 사명을 다하는 일도 될 수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도발은 본질이 역사전쟁인 만큼 우리도 물러설 수 없는 일이다. 앞선 기술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압박을 해온다고 해도 다소의 불편을, 때로는 내상이 크더라도 외교적 해결이라는 포장으로 냉큼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다. 북한과의 대화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이은 평화와 공존공영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일본의 역할은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재팬 패싱’이라는 말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남방 3각축의 하나로 중국, 러시아, 북한의 북방 3각축의 핵심적 견제축이라고 자부한, 그래서 전범국가의 낙인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준 안보핵심 파트너 역할이 극히 줄어드는 상황에 초조한 것이다.

일본과의 전면전에서 핵심은 우리의 ‘기술독립’이다. 기술격차를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몇몇 핵심소재는 일본에 의존하지만 실제로 그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김영배가 유엔 무역통계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소재·부품 수출액은 2001년 564억 달러로 일본의 32.2% 수준에서 2010년 59.7%(2340억 달러), 2017년 82.9%(2817억 달러)로 높아졌다. 2017년 기준으로 이런 규모는 소재 부품 수출시장에서 세계 6위 순위이다. 일본이 2010~2017년 뒷걸음질(-2.0%) 치는 동안 한국은 2.7% 늘린 결과였다.

 

부품보다 소재, 특히 반도체용 핵심 소재 쪽에서 약하다는 문제는 여전히 안고 있지만, 경제 전반의 성장과 더불어 소재·부품 분야도 커왔던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지레 겁먹거나 쫄지 않는다면, 일본과의 기술독립은 “희망은 항상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른다.”는 글귀처럼 진리가 된다.

이 지점에서 대전시가 특별히 해야 할 과제가 있다. 아무리 급해도 기술독립을 위한 대책마련에도 원칙이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5일 정부가 마련한 대책 가운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산업입지를 수도권에 설치하기로 한 것은 국토균형발전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다.

 

환경과 조건, 효율성 등에다 균형발전 전략도 포함된 가운데 산업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혁신도시 지정 문제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발등의 불을 꺼야 하니 혁신도시 지정을 유보하자는 논리로 변형될 수 있다.

 

이런 문법 사용을 막기 위해서도 이번 강화책 안의 산업입지 수도권 선정 결정을 번복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편법이나 조급한 성과주의가 일본과의 기술적 격차를 좁히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임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은 20조5300억 원이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R&D 투자액(민간+정부)은 무려 78조8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6%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최성근), 6년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부품 소재 등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특히 관료적 성과주의에 매몰돼 단기성과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과제로 꾸준한 투자와 그에 따른 축적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경제전쟁으로 부품소재의 국산화 대체의 산업입지 결정이 급하다고 해서 과밀한 수도권에 산업입지를 배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 원칙 속에서 산업입지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전시는 5일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100명이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꾸려 국내기업 지원에 나선 점을 들어, 이의 효과 확대를 위해서라도 중앙정부에 원칙 준수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또 하나는 이참에 기술독립을 추구한 기억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도시의 공간은 선택받은 기억만으로 편집되는 지면”이라는 말이 있다. 2019년 여름 일본의 경제도발에 맞서 대안을 찾은 것을 기념하는 연구기관을 대전에 유치하는 것이다.

 

반도체 중소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수시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공용반도체연구시설(반도체 종합연구소, 테스트베드)’을 대전에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대전에는 반도체 성능평가를 할 수 있는 나노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트리) 등이 있다.

 

에트리는 6인치(150mm), 나노팹은 8인치(200mm) 공정장비를 주로 제공하고 대기업이 쓰는 12인치(300mm) 공정장비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들은 이런 공정을 한 곳에서 한꺼번에 성능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10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반도체종합연구소를 대전에 유치해 기술독립 의지를 기억 하고 기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프라가 가장 발달한 곳이 대전인 점을 고려한다면 노력여하에 따라 대전입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모래사막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전갈과 한국사람 뿐’이라는 중동 속담이 있다. 우리 민족은 불리한 환경과 위기를 끝내는 극복하는 강한 DNA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과의 전면전은 비교적 오래 갈 것으로 전망돼 두 나라의 관계가 적대적 길항관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번 싸움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 전 국민의 소망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시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길이 된다.(2019. 8. 6.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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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06 [15:56]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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