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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혁신도시 유치, 혁신적 논리가 필요하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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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대전 혁신도시 유치, 혁신적 논리가 필요하다

<백지계획(白紙計劃)>이라는 것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행정수도 건설 및 이전 계획을 담은 비밀 프로젝트 이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7년 2월 서울시를 연두순시한 자리에서 임시행정수도 건설구상을 밝힌다.

 
박정희 정부는 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같은 해 7월 ‘임시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 공포하고,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설계를 위해 정부의 ‘중화학 기획단’ 내에 ‘행정수도 이전 팀’을 만든다. 오원철 당시 청와대 제2경제수석 지휘로 철저한 보안 속에 작성된 백지계획은 2년여 뒤인 79년 6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재가를 받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7월 11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15년 전 대전‧충남을 혁신도시 대상에서 뺀 것은 세종시가 있었고, 그 이전에 대덕연구단지, 정부 제2청사에 많은 공공기관이 갔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충남이 혁신도시에서 제외되면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홍성‧예산)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총리는 또 “타 지방이나 중앙에서 볼 때 세종시도 충청권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전‧충남 시‧도민들께서 피해의식을 가졌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정부 여당 사이에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지난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혁신도시 지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그동안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 혁신도시들이 성장해 왔지만, 유독 대전과 충남만 제외되면서 지역사회 경제발전과 더불어 지역인재 채용에 많은 역차별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국가가 새롭게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하는데, 대전과 충남이 반드시 혁신도시로 지정돼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시장은 혁신도시 대전 지정 논리로, 소외론과 역차별성을 내놓으면서 지역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의 국회답변을 논리적으로 극복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토론회가 혁신도시를 위한 논리 개발과 정당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총리 말을 깨부술 논리를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총리 답변을 능가하는 논리가 나오지 않으면 혁신도시 지정은 얻어내기 어렵다. 총리의 국회답변은 총리 개인의 생각이 아니고,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이 대전을 바라보는 시각과 논리이기 때문이다.

대전이 혁신도시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국토균형발전법과 혁신도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 두 법안에 혁신도시로 대전과 충남을 끼워 넣어야 지정이 가능해진다.
 
그 다음에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지역 청년들의 의무채용 할당제를 강제할 수 있다. 법 개정에는 영남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 이들 지역은 이 총리 답변처럼, “대전에 연구단지도 있고 정부3청사도 가 있고 세종시도 만들어줬는데, 뭘 더 바라느냐”고 힐난하고 있다.
 
철저하게 지역이기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런 논리로 중앙정부와 이들 지역은 대전의 요구사항을 일축해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구축된 이런 논리는 확고부동했고, 대전시도 지금까지 이 논리를 깨부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정치역량의 한계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돼 있지만, 기존 논리는 중앙정부가 각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정부주도 대규모 과학기술분야 사업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주된 사유였다. 5조6000억 원이 투입돼 신약과 첨단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는 2005년 대구로 선정됐다. 생명공학연구원 등이 자리잡고 있어도 외면됐다.
 
대덕연구개발단지의 한국기계연구연이 개발해 대전엑스포 때 시범운행까지 했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공모는 2007년 인천으로 갔다. 로봇 ‘휴보’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카이스트가 있어도,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인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2009년 경남 마산이 차지해 7000억 원의 사업비를 받았다.
 
대전은 어느 지역보다도 연구개발, 인력 등의 인프라가 뛰어나도, 이 총리 답변과 같은 논리로 제척됐다. 겉으로 남고 속으로 밑지는 피해를 당해온 것이다.

이번 혁신도시 유치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앙정부의 생각이 그럴진대, 이를 극복하고 꼼짝할 수 없게 만들 논리가 아직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위성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반드시 국가가 책임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의 논리, 즉 중앙정부와 영·호남 지역이 내세우고 있는 대전 제척 논리는 대덕연구단지 대전입지 배경에서부터 깰 수 있다. 이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억지이자, ‘잔인한 무지’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대덕연구단지의 대전입지는 국토균형발전 전략의 산물이 아니다. 국가 안보전략 속에서 결정된 위치선정이다.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1969년 1월 21일 이른바 북한군 124군부대 31명의 청와대기습사건으로 인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침투를 막고 열세인 재래식 무기의 평형 등을 위해 비교적 안정적 거리에 무기개발(국방과학연구소)이나 ‘과학입국’을 위한 기술개발 등을 할 곳을 찾았다.
 
<백지계획>에 나온 대로, 서해바다에서 함포사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30~40㎞가 떨어지고, 휴전선 일대의 북한군 장사포 사정거리를 벗어나는 200㎞지점의 교차점을 찾은 것이다. 수도이전 대상지역과 비슷한 위치의 대전이 바로 그곳이었다.

대전은 연구단지의 대전입지로 과학기술도시라는 도시정체성을 얻어 시민의 자부심과 자존감이 높아진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과 핵연료주식회사 등의 입지로 핵공포를 머리에 이고 살아온, 보이지 않는 불안과 공포감을 안고 있다.
 
반드시 대덕연구단지의 입주로 긍정적 효과만을 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언제든 핵폭탄급이 될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수천 톤이 시민들의 이전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다. 150만 명 시민의 안전에 대해 정부는 수십 년째 아랑곳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는 같은 충청권에 속해 있어 유형, 무형의 혜택이 있다는 논리는 행정복합도시로 있을 때만 해당된다. 세종이 ‘특별자치시’라는 특별한 지위의 광역단체로 승격됨으로써 대전과 충남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경쟁도시 관계로 변모됐다.
 
서울 등 수도권 인구의 유입으로 세종시가 목표인구를 채우고 자족도시로 간다면 호혜적 경쟁관계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족성과 인구유입이 대전과 인근 충청지역에서의 차출로 이뤄지면서 적대적 경쟁관계로 변질됐다.
 
세종시 건설의 애초 목표를 벗어난 국토균형발전 전략의 실패이고, 정부정책의 패착인 것이다. 세종의 충청권 입주만으로 충청권에 득이 된다는 논리는 이런 정부의 실패를 호도하려는 ‘의도된 기만’이며, ‘무책임한 실패 떠넘기기’ 발상일 뿐이다. 

연구단지 등의 대전입지가 40년 전의 안보전략 속에서 나온 것을 알면서도, 총리가 혁신도시 지정 요구에 대해 ‘대전 또는 충청 혜택론’을 들먹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0년을 우려먹은 논리일 뿐이다. 대전시는 이런 내용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항을 수치로 계량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당위성만으로는 법 개정 등에서 다른 지역의 논리를 당해낼 수 없다.
 
대전시는 당위적 주장마저도 충남도와 다르게 계량화 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는 이런 현실을 간파하고 이미 2년 전부터 혁신도시 유치를 위한 용역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각종 내용을 수치화하는데 성공했다.
 
당초 대전시는 충남도로부터 같이 용역을 하는 등 공동전선을 꾸릴 것을 제안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대전시는 곧 혁신도시 유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민·관 공동으로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박정희의 사망으로 <백지계획>은 백지화됐으나 150여 명의 내로라는 학자들이 모여 만든 계획의 치밀성은 지금도 국토개발계획에서 큰 지침서가 되고 있다. 준비 없이는 성과도 없다.
 
목청껏 요구사항을 외치는 것도 좋으나, 무엇을 가지고 중앙정부와 영·호남 지역의 대전 배제 논리를 깰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의 최대 장애물인 40년 묵은 중앙정부의 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혁신도시 만큼이나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2019. 7. 16.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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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6 [14:0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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