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수유실 미용시술, 일벌백계가 답이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기사입력 2019/07/03 [09:44]

엽기적인 수유실 미용시술, 일벌백계가 답이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입력 : 2019/07/03 [09:44]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엽기적인 수유실 미용시술, 일벌백계가 답이다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지난 6월 하순 대전시 청사에서 일어난 공무원들의 미용시술은 시민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금품수수 등 익숙한 공직자 비리가 아니었다. 비위는 비위인데,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일시적인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기엔 그 행위가 품고 있는 의미가 너무 컸다.
 
어이없으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허탈하면서 난감할 수밖에 없는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번 공무원 미용시술 행태는 지금까지의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 사상 초유의 일이면서 엽기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공직자가 근무시간에, 그것도 시청사 안에서 떼를 지어 미용시술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에 앞서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었을까.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불법 미용시술을 받은 장소는 시청사 1층 여직원 휴게실 옆의 젖 먹이는 수유실이다. 시민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1층 한복판에 있다.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품격있는 서비스공간이다.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는 이제 시민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수준까지, 그러니까 갈 데까지 갔다는 뜻일까. 공직자는 곧 시민의 공복이라는 소명의식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일까.

F. 하이데커가 말하듯, “조직에만 충성하는 이기적 집단”의 일원이 되기만 하면 앞날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공직자가 시민의 공복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약한 곳을 보듬어줄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은 남의 얘기가 된다. 당연히 시민들을 위한 시급하고 당연한 정책이 제때 수립돼 집행되기 어렵다. 이번 불법 미용시술 사건이 내포하는 의미가 심상치 않은 이유이다.

지난해 대전의 자영업자 가운데 문을 닫는 사람은 하루 평균 65명이나 되었다. 국세청이 공개한 ‘2018년 국세통계 1차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전지역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창업 규모는 2만 9776명으로 폐업 규모인 2만 3812명을 간신히 넘어섰다.
 
산술적으로 보면 하루 평균 82명의 자영업자가 사업을 시작하는 가운데 65명이 문을 닫는 셈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 자료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폐업률은 2%로, 같은 해 상반기의 폐업률 0.8%를 크게 앞서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이렇듯 시청사 밖 상황은 살아가기 힘든 지옥이다. 이와는 달리 공직자들은 <당신들의 천국>을 지어놓고 천국놀음을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공감능력 부족은 정책의 부실화를 넘어 비상식적이고 생각없는 로봇행정으로 이어진다. 최근 발생한 로봇행정 사례는 차고 넘친다.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을 보면, 도시계획이나 건축 등의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상식적으로 집행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제안한 내용은 월평공원을 고층아파트로 2~3km를 감싸고, 아파트구조물의 높이도 192m에 이르러 월평공원의 산 정상보다도 높게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의 사업허가를 내주려고 엄청난 행정력을 동원하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유성구 장대지구 도시정비 사업도 영혼없이 진행됐다. 관광특구인 유성구의 중요 관광자원인 유성5일장의 폐쇄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옛 것에 대한 감정이입과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조항에 매몰돼 사업허가를 내주는 로봇행정을 펼치다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시민의 눈높이나 정서에 맞는 공감능력은커녕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 천국놀음만 즐기고 있었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외면하는 일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자 시장리더십조차 업신여기는 행위이다. 어떤 이유로든 시장이 근무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 시민이 출입하는 시공간의 한쪽에서 불법 미용시술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런 행위는 물론 발상 자체조차 시장리더십을 욕보이는 일이고, 압도적 지지를 받은 시장리더십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다. 

시장리더십이 시민과 융화되고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위해야 할 책무는 산하 공직자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그들이 생산하는 문서나 정책, 집행 등의 행정행위가 모두 시장명의의 법적 행위로 공표되고 발표되기 때문이다.
 
시장리더십은 시민의 손으로 뽑아 형성되고 지지로 강화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공직자들이 이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시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공직자는 있을 수도, 존재하게 할 수도 없다.

시민들이 분노하고 당혹스러운 것은 사회적 감수성이나 공감능력의 저하현상을 목도해서만은 아니다. 공감능력은 부단한 연찬 등으로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보다는 공직자들이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선민의식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공직자들의 이런 가치 전도된 의식이 형성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형성된 신화 가운데 하나는 평생직장의 존재이다. 공직자들은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정년을 마칠 수 있고, 퇴임 후에도 죽을 때까지 고액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장인이다. 여기에 평균 연봉수준도 대기업에 버금가고 있다. 재직 중에는 인·허가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어 시민들에 비해 갑의 위치에 있다.
 
높은 연봉수준과 고용안정성 등으로 공직진입 문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높아진 사회경제적 위상에서 시민의 공복이라는 공직자 소명의식이 사라지면 엘리트 집단이라는 선민의식만 남게 된다. 이런 의식이 형성되면 어느 공직자가 한 말처럼 시민들을 ‘개, 돼지’로 바라볼 수 있다.

이번 불법 미용시술은 이런 가치 전도된 의식의 일단이 무심코 드러난 사건이 아니었을까. 시민들이 그 어떤 사안보다 더 놀라고 분노하며 당혹해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민선 7기 2년차에 들어가는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이 이 사태의 숨은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순하게 공직기강 해이와 품위손상, 개인의 일탈행위 정도로 보고 대처한다면 이와 비슷한 행태는 재발될 소지가 많다.
 
시장리더십 자체도 크게 손상된 만큼 엄격한 조직진단과 엄정한 신상필벌,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어물쩍 온정주의로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제2 제3의 물꼬를 예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전의 공직사회가 건강한 조직으로, 진정 시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장을 포함한 상급자들부터 제 식구 감싸기의 관행에서 벗어나 제살을 깎는 아픔을 보여줘야 한다. 공무원이 업무시간에 시민이 드나드는 수유실에서 미용시술을 받는 행위가 전 정권의 최고통치자의 행위와 오버랩 되고, 그 파국의 결과까지 연상되는 건 필자만의 기우일까?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의 후속처리 결과를 민선 7기 집권 2년차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보는 시민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2019. 7. 2.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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