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트램도시 건설, 사전 모의실험 필요하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기사입력 2019/06/04 [14:14]

국내 최초 트램도시 건설, 사전 모의실험 필요하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입력 : 2019/06/04 [14:14]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국내 최초 트램도시 건설, 사전 모의실험 필요하다

대전시가 ‘트램도시광역본부’를 신설한다. ‘트램도시’로 성공하기 위해 건설 등을 전담할 국 단위의 새로운 조직이다. 조직개편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트램도시광역본부 출범으로 대전은 전국 최초로 트램 건설에 나서게 된다.

 

대전 대중교통의 최대 간선망이 될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이라는 교통수단으로 대체하는 첫 단추가 끼워지는 것이다. 계획대로 2025년 완공돼 운영에 들어가면 대중교통체계가 혁명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철도는 항상 새로운 세상과 가치를 창출해 왔다. 우리나라는 1905년 경부선  개통으로 엄청난 물류수송 시스템을 목격하면서 산업혁명의 진가를 경험한다. 1808년 세계 최초로 증기관차를 발명해 이를 궤도 위에 올려놓은 영국은 제국주의의 만개를 예약한다.

 

1869년 완성돼 미국 대륙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륙횡단철도는 “남북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는 프로젝트이자, 국가재건 프로젝트”였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되면서 미국은 급속하게 산업국가로 도움닫기를 한다. 철도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앞으로 뻗어나감’은 새로운 세계로 도약시키는 견인차였다.

트램은 철도처럼 궤도 위를 달리는 교통수단이다. 1968년까지 서울에서 운행됐던 전차의 현대화된 모습이 트램이다. ‘도로 위로 나온 철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점도 많다. 철도가 독점적 권한을 가졌다면 트램은 과점과 균점의 수단이다.

 

철도는 궤도에서 유일하게 운행할 수 있는 독점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트램은 도로 위를 달리는 궤도수단이므로 도로를 독점하지 않고 자동차나 버스, 자전거 등과 공유한다. 그동안 자동차나 버스가 누려온 도로의 독점적 기득권을 허무는 것이다.

도로의 기득권 와해는 대중교통체계 중심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다. 대전 도시철도 1호선인 지하철은 지하에서만 운행돼 도로 위의 기득권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1호선의 노선 편향성 등으로 자동차나 버스 등의 도로 기득권을 통제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시켜 도로의 혼잡성을 유지 내지  가중시키기까지 했다. 도시철도 2호선의 운행수단인 트램은 1호선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통해 효율성을 면밀히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로에서의 기득권적 교통수단을 매우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대체수단이 된다.

트램노선이 완공되면 공공적 사익 교통수단인 시내버스는 제한적이거나 보조적인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트램과 같은 노선에서의 시내버스운행은 선(線)과 선(線)의 평행적 운행으로 낭비적인 중복요소가 된다. 도로의 효율성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트램과 시내버스가 경쟁이 되지 않도록 대중교통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이유다. 시내버스는 한 지역이나 마을(面)에서 트램역(點)까지 운행하는 보조역할에 그쳐야 한다. 한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트램역까지  셔틀식 운행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을버스 운행처럼 면과 점의 연결을 통해 그 지역 내 순환버스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트램이 대전 대중교통의 기간교통망을 맡고, 시내버스는 기간노선이 아닌, 지선을 담당하는 보조교통망을 담당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트램 도입 논의 때 가장 우려했던 도로혼잡 가중현상을 제거하거나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체제가 자리잡게 되면, 자동차와 함께 도로 위 2개의 기득권적 교통수단인 버스의 기득권이 약화되면서 도로의 공유화가 이뤄진다. 이렇게 도로 혼잡요소 제거와 자가용 주정차의 강력한 단속 등이 이뤄지면 궁극적으로는 자가용 자동차의 도로점유율 감축을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마을(공간, 면)에서 트램역(점)까지를 왕복하거나 순회하는 시내버스의 셔틀화는 도시재생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마을을 순회하는 것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일깨울 수 있다.

 

자신의 거주 지역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 찾은 공동체적 가치가 주민사이에 공감을 이루면 마을단위의 개발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저절로 형성될 수 있게 된다. 도시개발 문제가 재개발이나 재건축보다는 그동안 축적돼온 마을 단위의 가치를 살리는 재생의 문제로 모아질 수 있다.

 

트램의 도시라 불리는 프랑스 리옹시의 도시계획연구원 D. 티부 박사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램은 대중교통의 이용행태를 바꾸는 사업이기도 하지만, 도시 재생, 디자인 등 종합적 계획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 조언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놓고 오랫동안 논란이 빚어졌다. 민선 5기에서 확정한 자기부상열차의 고가방식을 민선 6기에서 트램의 지상방식으로 바꾸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민선 7기 들어 정부로부터 트램방식이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은 트램방식으로 최종 결정됐고, 이제 건설본부 전담조직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트램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운영은 대중교통체계의 혁명적 변화이다.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체계를 시내버스 중심에서 트램 중심으로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도로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차량의 지위를 격하 또는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혁명적 변화에는 반드시 반동적인 일이 수반된다.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시간이 부족해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내버스 기능이 트램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현 도시철도 1호선 몇 곳에 적용해 시범적으로 운행할 필요가 있다.

 

시내버스가 한 마을에서 1호선 지하철역까지 왕복 또는 순회운행을 전담하도록 시도 해보는 것이다. 트램의 2호선 완공을 앞두고 최소 1~2년 이상 검증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앞서 터부 박사의 조언처럼 도시재생, 종합적 도시계획의 새로운 구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역 주변에 정주주민 편의를 위해 어떤 기능을 우선 배치할 것인가가 자연스레 도출될 것이다.

도시철도 트램의 건설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도시도 경험해본 곳이 없다. 외국 사례만이 있을 뿐이다. 일어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철도라는 궤도는 독립적이고 독점적으로 운행되는 특성이 있지만, 대도시의 도로 위로 궤도가 놓이면 그런 지위가 사라지고 공유의 교통수단으로 대중화된다.

 

그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고, 경험이다. 트램이 갖는 새로운 가치창출의 극대화, 종합적인 도시계획 구상을 위해서라도 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한 면밀한 모의실험은 절대 필요하다. 트램도시광역본부 신설을 앞두고 제안해 본다.(2019. 6. 4.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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