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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 ‘신채호’, 그리고 ‘퍼플 대전’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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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마당극 ‘신채호’, 그리고 ‘퍼플 대전’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자 패트릭(성 파트리치오)을 기리는 축제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자신들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자의 기일인 3월 17일을 맞아 축제를 벌인다.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들 역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등 자신들이 정착한 나라에서 성 패트릭의 날을 기념하면서 이 축제는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 17일을 즈음하여 축제가 열린다. 아일랜드 민족의 종교 기념일이었던 것이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가 된 것이다.

지난 2월 21일은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이 중국 뤼순(여순)감옥에서 순국한 지 83주년이 되는 날이다. 단재는 독립운동가이며 역사학자이고 언론인이었다. 항일무장투쟁을 독려하고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다가 1929년 치안유지법 위반과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10년형을 언도받았다.

 

뤼순감옥 독방에 갇힌 뒤 1936년 영양실조와 고문후유증, 동상으로 혹심한 고통을 겪다가 뇌일혈로 쓰러졌다. 그의 나이 57세. 그렇게 아무도 지켜보는 이가 없는 가운데 옥중에서 순국했다.

필자는 단재와 관련해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단재의 출생내력 확인과 생가복원에 일부 기여한 바 있다. 그 시초는 의외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1986년 2월 중순 당시 대전 금남여객 대표인 권선우 전 대전시의회 부의장으로부터 단재의 출생에 얽힌 비화를 듣는다.

 

그의 고향인 어남동은 안동 권씨 집성촌으로, 단재 어머니의 외갓집이 있는 마을이었다. 몰락한 양반의 후예로 살림이 곤궁해진 단재 어머니는 외갓집에 호구를 의탁했고 외가는 산비탈에 있던 허름한 산지기용 움막을 내주었다.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옛 충남 대덕군 산내면 어남리 도림마을)이 바로 그 곳이다. 단재는 이 움막에서 태어나 3년여의  유아시절을 보낸 뒤 아버지의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단재는 이렇게 청주가 아닌 대전의 진외가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당시 병아리 기자였던 필자는 단재 기일에 맞춰 그의 출생내력과 생가복원 필요성을 담은 기사를 출고했다. “오늘은 단재 신채호 선생이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 선생이 대전 출생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 거의 없을뿐더러 생가는 다 허물어져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로 시작하는 기사가 <대전일보> 사회면 톱기사로 실렸다.

 

그날 바로 신문사로 찾아온 당시 대덕군수는 “부끄럽게도 단재 선생이 대덕 출신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생가는 어떻게 해서라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0 여년이 지난 1999년 단재 생가는 보문산 뒤편 깊고 깊은 골짜기 어남동에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전시는 2월 19일 ‘대전방문의 해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대전여행 천만시대’를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수단의 하나로 ‘신채호’ 등을 주제로 하는 대전 대표공연을 육성하고 지역예술인이 참여하는 상설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예술인이 참여해 지역 대표공연을 육성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도시 수준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도시가 소유하는 문화예술단체와 도시민이 향유하는 예술의 수준, 공연기록이 등장한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단체의 소유는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명품도시로 가는 척도가 된다. 특히 대전은 복합 예술장르인 ‘마당극’에서 전국 정상급 놀이패를 소유하고 있다. 이 놀이패는 창립된 지 30년 가까이 지속경영을 할 만큼 공연의 질과 그 운영 노하우가 상당 수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전 방문의 해 기획 작품의 상설공연을 신채호를 주제로 한 마당극으로 할 경우 안성맞춤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지원받은 지역예술단체는 수준 높은 공연으로 화답해 대전의 도시 이미지를 끌어올려 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명품도시로 가는 밑돌의 하나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 결과로 대전은 ‘마당극 명품도시’라는 도시정체성이 추가될 수 있다.

성 패트릭 데이는 ‘그린 데이(Green Day)’로도 불린다. 이 축제의 색상은 초록이다. 이날 입고 걸치는 옷과 모자, 도구 등 축제 참가복의 드레스 코드는 온통 초록색이다. 성자 패트릭이 기독교 교리인 3위 1체 원리를 말할 때 초록색 토끼풀인 세 잎 크로버를 들어 보이며 설명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기리기 위한 축제는 자칫 단순화되거나 도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성 패트릭의 날 축제처럼 대표 색상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도시의 이미지 구축에도 강력한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특징을 색채로 표현한 것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주홍빛 베네치아>, <은빛 피렌체>, <황금빛 로마>라는 식으로 그녀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색감으로 표시했다.

 

베네치아의 주황색에서는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국가적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은빛 피렌체는 고고하지만 긴장감을 주고 있어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황금빛 로마는 권력이 충만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왠지 부패하고 느끼한 맛을 풍긴다.

대전에도 색이 있다. 대전시티즌 프로축구팀 서포터스가 ‘퍼플’을 팀 상징 색으로 정하고 응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색깔을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 응용한다면 ‘퍼플 대전’이 될 수 있다. 퍼플이라는 보라색은 따뜻하면서도 고귀함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에서 보라색은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귀족의 색상으로서 실제로 귀족만이 쓸 수 있었다. 단재의 고귀한 뜻을 나타낼 수도 있고, 도시 전체가 한마음 한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색상으로 손색이 없다. 색감 있는 축제와 문화예술이 되도록 고려해 볼 만하다.

단재의 비타협 무력투쟁노선을 어떻게 현재화 하느냐 하는 것은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는 국제연맹에 신탁통치 청원을 했다는 이유로 상해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을 비판했다. “이완용은 그나마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이승만은 존재하지도 않은 나라를 팔아먹으려 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무장 독립투쟁 사상은 <조선혁명선언>으로 이어진다. 이는 1923년 1월 의열단(義烈團)의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을 이론화한 선언문이다. 약산 김원봉이 이끄는 의열단의 무력투쟁 강령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암살>, <밀정> 등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의열단원의 무력항일투쟁 지침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항일독립운동기에 이 선언만큼 의열단뿐만 아니라 모든 독립운동가들과 한국의 전 민족구성원에게 독립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은 것은 없다.”고 평가받는다.

단재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적시했다. 아(我)는 역사학자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는 ‘아’를 민족으로 보았다. 이렇게 ‘아’를 민족으로 보면 침략자인 ‘비아’와의 투쟁은 불가피하다. 대립되는 것의 투쟁을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 ‘아’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대전시가 단재의 정신을 이어받고 확산시키는 정체성을 가진 ‘신채호 도시’를 표방하고 나선다면 이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내걸어야 할 것이다. ‘아’를 시민들의 안녕과 복지 확충 등 삶의 질 향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대립되는 ‘비아’와의 투쟁이 있어야 한다.

 

부패, 빈곤, 불평등, 불공정 등으로 ‘비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의 혁파를 당면 과제로 삼는다면 그것이 곧 단재 뜻을 이어받는 <대전혁명선언>이 아니겠는가.(2019. 2. 26. 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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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6 [15:4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바른말 19/02/26 [18:09] 수정 삭제  
  대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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