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최적지는 대전이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기사입력 2019/02/04 [18:33]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최적지는 대전이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입력 : 2019/02/04 [18:33]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김정환 기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최적지는 대전이다

‘대전전자디자인고등학교.’ 이 학교는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 호남고속도로 북대전 IC 입구 근처에 있다. 1996년 9월 ‘대전여자공업고등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아 다음 해 3월 10학급, 561명을 정원으로 개교한 공립 고등학교이다. 이후 대전전자고등학교를 거처 2004년 현재의 교명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여학생만 입학이 허용되는 공업계 고교로는 이 학교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여느 공업계 학교처럼 특성화 고교이지만, 애초 대전전자고교는 과학고나 외국어고교처럼 ‘특별한 목적’을 위해 교육시키는 ‘특수목적 고등학교’이었다.

이 학교 설립에는 특수한 배경이 있다. 당시 현대그룹 ‘현대하이닉스주식회사’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인력 양성이라는 단일 목적으로 대전시의 요청에 의해 세워졌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회사였던 현대하이닉스는 현재 충북 청주에 주력 생산시설이 있는 ‘SK하이닉스’의 전신이다.

 

그래서 이 학교의 학과는, 초기에는 전자통신과, 전자정보과, 멀티미디어전자과 등에서 보듯 IT(정보, 전자)기술 분야 학과가 대부분이었다. 그 후 여러 번의 학과개편을 겪었지만, 아직도 전기전자과 등의 전자기술관련 학과를 주력 학과로 유지하고 있다.

대전시는 1996년 유성구 용산동, 탑립동 일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입주시키기로 현대하이닉스(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에 나선다. 전자고교 설립은 그 과정의 하나였다. 하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자금난을 겪게 된 현대하이닉스가 이를 포기해 반도체 생산시설 대전입주는 무산된다.

 

그 후 현대하이닉스는 다른 기업에 인수됐다가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 애초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오기로 했던 용산·탑립동 일대는 벤처기업 등이 주로 입주해 생산 활동을 하는 ‘테크노밸리 산업단지’로 개발됐다.

정부는 2028년까지 향후 10년간 총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팹(공장) 4개와 50여개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소자기업뿐 아니라 뿌리가 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함께 지원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설계 단계부터 협력사도 함께 참여하는 특화 클러스터가 된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까지 아우르는 대대적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에 추격을 허용치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하나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부문에 10년간 1500억 달러(약 170조원)를 보조금으로 마련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기술 개발, 장비 구매,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면서 세계 1위 반도체 생산국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전략 발표는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끌어 클러스터 유치전을 달구고 있다. 경기 이천과 용인,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이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우며 지역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정치권의 협조는 물론이고 지역 언론들도 집중적으로 거들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너무 조용하다. 아예 관심조차 없어 보일 정도다. 현재까지 정부 발표에 대한 반응이나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응전략을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이상할 정도다.

 

대전은 유치 우선권을 주장할 만큼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고, 입지 타당성도 충분하다. 무턱대고 유치전에 뛰어들자는 게 아니다.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만 봐도 그렇다. 국토균형발전 이유를 굳이 꺼낼 필요도 없을 정도다.

먼저, 기술 집적 산업단지 입지는 우수인재 유치가 용이한가를 살펴봐야 한다. 대전시는 ‘대전여자공고’를 세워 반도체 제조분야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최초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이고, 현재도 대전전자디자인고교는 그 설립목적을 수행하고 있다. 고급인력 조달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의 대학이 있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두 번째 경제논리로 제시되는 것은 입주기업이 얼마나 협력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클러스터는 포도송이처럼 특정한 곳에 관련 기업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서 협력하는 체제이다. 완성체 기업 주위에 부품·협력업체들이 군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업체들의 기술적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은 이들 부품 협력업체들을 이끌고 기술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권위 있는 연구기관의 존재로 판가름 난다. 카이스트가 보유한 연구 성과와 능력, 대덕특구에 있는 SK기술연구소를 비롯한 다수의 관련 연구소들은 타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최상의 이점이다.

세 번째로 평점을 따지는 경제성 논리는 물류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대전은 제공할 수 있는 클러스터 부지도 얼마든지 있다.(졸고 <대전을 먹여 살릴 마지막 땅 도안. 2019. 1. 3.> 참조). 이 부지 인근에 대전교도소도 이전계획이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클러스터 부지 확장에도 문제가 없다. 이들 지역은 고속도로와 사통팔달 연결돼 있다.

 

특히 전자제품의 해외수송은 항공기 화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청주에는 ‘대전공항’으로도 불리는 공항이 있어, 대전 클러스터 현장에서 공항에서의 항공기 탑재까지는 1시간 남짓이면 족하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확대 적용해 2~3개 사례를 더 만들기로 했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은 “1만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대전은 3대 생산요소 가운데 두 요소인 인력과 입지(부지)를 제공할 수 있고 이미 준비가 완료된 상태이다.

 

자본은 정부지원 등으로 구성된다고 보면,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는 ‘대전’만큼 잘 갖춰진 곳도 드물다. 허태정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의 의지, 지역역량의 총화가 이뤄진다면 ‘대전형 일자리 창출’의 신화가 탄생될 수 있다.(2019. 2. 4. 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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