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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A 의장인 대전시장의 ‘평양 과학기술전당’ 연설을 기대하며...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김정환 기자

WTA 의장인 대전시장의 ‘평양 과학기술전당’ 연설을 기대하며...


독일 할머니 ‘레나테’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던 북한 유학생과 이별한 뒤 긴 세월을 견뎌야 했던 동독 여대생 레나테. 이들 가족의 이산과 상봉 이야기는 한국과 독일에서 다큐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동독 예나대학생 레나테는 1955년 같은 화학학도인 북한 유학생 홍옥근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1961년 남편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레나테 홍’은 혼자의 몸으로 두 아들을 키우며 다시 온 가족이 합쳐질 날만 기다렸다.

 

그러나 세월은 속절없이 지나갔고 레나테 홍의 머리도 하얗게 세어 갔다. 레나테 홍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녀는 독일정부와 적십자사의 도움을 받아 2008년 7월 꿈에 그리던 남편과 평양에서 재회한다. 그러나 47년만의 긴 기다림 끝에 이뤄진 짧은 상봉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영원한 이별로 이어졌다. 상봉 4년만인 2012년 9월 남편 홍옥근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묘소를 찾은 레나테 홍은 분단의 질곡과 냉전의 디아스포라(이산)에 몸서리치며 애달픈 사부곡을 눈물로 끝냈다.

레나테의 개인적 비극은 북한의 전후 복구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은 전쟁 뒤 복구를 위한 공업화 전략을 짜면서 동독에 유학생을 대거 파견한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파견된 유학생은 1956년까지 모두 357명에 이르렀다.” 이 때 예나대학에 온 북한 유학생 가운데 한 명이 홍옥근이다.

대전시는 올 가을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과학도시연합 (WTA) 총회에 북한의 과학도시를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통일부와 실무협의가 끝나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북한에 공식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다. 시는 북한이 초청을 받아들이면 총회 개최 뒤 북한 대표단이 한국의 과학 메카인 대덕연구단지 등을 둘러보는 일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과학도시연합은 과학도시 간의 교류 및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지역개발에 과학기술의 접목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8년 대전시 주도로 설립됐다.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등 48개국 106개 도시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와도 협력하는 국제기구이다.

대전시의 과학도시 총회 북한 초청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 번째로 대전이 주도해서 창설하고 현재 의장직을 맡고 있는 WTA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이다. 북한 과학도시가 참여한다면 참가단 대표는 남북교류 특성상 북쪽의 유명 과학기술자가 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된다. 그 대표의 연구 분야도 관심을 끌어 자연스럽게 남북한, 또는 세계 수준과의 비교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따라서 관련분야의 연구 및 투자 등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 세계적 수준에 있는 북한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북한이 투자 여력이 없어, 전반적인 과학기술 수준이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핵물리학 분야를 제외하더라도, 바둑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나올 때까지 북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손꼽히는 수준에 있었다.

 

수학교육을 많이 시키는 북한의 교육특성으로 보아 IT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CNC) 분야도 정상급이며, 세계에서 2번째로 토끼 복제에 성공한 바이오생명 분야도 경쟁력이 있다.

 

나노기술국이 독립적으로 있을 만큼  나노분야의 관심도 크다. 사회주의권 노벨상이라고 하는 ‘레닌상’을 탄 이승기 박사가 세계 2번째로 개발한 인조섬유 ‘비날론’으로 북한의 의류문제를 해결한데서 보듯 섬유와 석탄화학 분야도 북한 과학기술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세 번째는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 및 공동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은 국토의 80%에 걸쳐 분포돼 있고, 매장량의 잠재가치는 남한의 24배 정도인 6,98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희토류의 3분의 2가 북한지역에 매장돼 있다는 영국 외교 전문매체의 공식 발표도 나와 있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희토류는 그동안 중국이 생산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영국 매체는 매장량을 2억1,600만 톤, 한반도광물자원개발 융합연구단은 20억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장량이 40억 톤으로 추정되는 마그네사이트도 전 세계 매장량의 50%를 점한다.

마지막 네 번째로, 이런 긍정적인 기대효과는 결과적으로 대전시와 대덕특구가 나서서 결실을 맺을 수밖에 없다. 북한 과학도시 WTA 초청으로 두 도시간의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과제개발이나 협력문제에 대해 행정적으로는 대전시가, 과학기술적으로는 대덕특구 관련 연구기관들이 맡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정부에서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과 북한의 과학기술 교류는 대덕특구와 대전시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정부의 투자도 강화시킬 것이다.

동독의 할머니 레나테의 잔인한 이별과 기다림은 북한체제의 폐쇄성의 결과였다. 북한은 국제 사회주의 연대 균열 속에서 불거진 소련과 중국의 수정주의 논쟁,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북한 내 유일사상 강화에 따른 사상투쟁 등 국내외의 복합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학엘리트들은 기술적 자급자족 전략의 첨병이 돼야 했다.

 

국제적 교류와 연구보다는 당면한 현실을 타개해야 하는 ‘과학기술 돌격대’ 역할이 더 요구됐다. 체제 안에서 현지지도에 몰두해야 했던 과학기술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방의 가족과는 담을 쌓아야 했다. 이는 북한이 감내해야 했던 고립의 대가가 레나테 홍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 것과 다름없다.

“무역이 없이는 기술발전이 있을 수 없고, 기술발전이 없으면 경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이론적으로 한 나라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만 북한 사례에서 보듯이 기술 자급자족 전략은 곧 벽에 부딪힌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선진적인 외국의 기술을 습득하고 숙달하기 위해 무역을 통한 외화벌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지적을 수용했는지, 2000년대 전후로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9년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은 강성대국 건설의 힘 있는 추동력”이라며 그 해를 ‘과학의 해’로 지정했다. 2000년 1월 1일 <노동신문> 신년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은 “사상, 총대, 과학기술”이라며 ‘과학기술 중시’ 노선을 채택했다고 공표한다.

그 뒤를 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를 더욱 강화했다. 2014년 1월 국가과학원을 시찰하면서 “과학기술은 강성국가 건설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라며 “전 인민을 과학기술 인재로 키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2016년 제7차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도 과학기술을 군사와 사상 바로 뒤쪽에, 경제보다 앞서서 강조했다.

북한은 이를 위해 2015년 10월 과학기술 인재들을 위한 아파트 단지와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등을 건설하고 이곳을 ‘미래과학자거리’로 이름 붙였다. 같은 시기에 북한은 대동강 가에 ‘전인민의 과학기술 인재화’를 담당할, 원자모양을 본뜬 ‘평양 과학기술전당’을 완공해 운영에 들어갔다. 

이처럼 북한이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강화하는 시기에 대전시가 WTA 총회에 북한을 초청하겠다는 계획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유·무형의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대전시의 WTA총회 초청에 응한다면 맨 먼저 평양시가 과학도시 자격으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평양시가 앞장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남북 간 평화무드는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된다. 점차 교류가 진전되다 보면 대전시장이 WTA 의장 자격으로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개막연설을 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2019. 1. 29. 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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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29 [19:29]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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