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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고유의 일자리 모델 만들 수 있을까?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김정환 기자 
대전 고유의 일자리 모델 만들 수 있을까?

‘토요특급열차’는 곁눈질하지 않고 뚝심 있게 질주했고, 가혹하게 내달렸다. 하지만 엉뚱 발랄한 창의력을 가진 개구쟁이들에게는 새로운 별천지로 이끄는 특별열차였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폴 볼커(91. Paul Volker, 재임기간 1979~1987)는 1981년 한 해에만 평균 11.2%였던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20%까지 올렸다. 그것도 토요일 오후 은행 문이 닫힌 뒤에 전격 시행하곤 했다. 세상이 난리가 났다. 엄청난 스태그플레이션과, 재정과 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려는 경제대통령의 거의 혁명적인 조처였다.

토요일마다 행한 금리인상이라고 해서 ‘토요특급열차(Saturday Express)’라고 불렸다. 이 열차의 운행으로 80년 8월 12.9%까지 급등한 물가상승률은 82년 말 3.8%로 내려갔다. 이런 고금리로 인플레이션은 잡혔지만, 은행 빚이 많던 한계기업들은 이 열차에 동승하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해야 했고 실업자는 더욱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도 도산한 기업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던 사람들이 몇 명씩 모여 조그만 기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기술기업 ‘벤처’의 출발이다. 요즈음 말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초기회사 ‘스타트업(start-up)’의 탄생 배경이다. 토요특급열차에 동승한 개구쟁이들은 구글, 야후 등의 벤처기업을 설립한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갔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2022년까지 2만6000개 이상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1분기까지 구체적인 모델, 인센티브 패키지, 참여 주체들의 역할을 도출할 계획”이라며 “지자체 중심으로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지속가능한 상생형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목표치로 제시한 일자리 2만6000개에 대해 “지난 몇 달간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라며 “생산과 고용이 부진한 전북, 광주·전남, 부산·경남, 대구·경북 등 4개 지역에서 14개 사업이 발굴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업부의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 대상 지역에 “대전은 없다.” 대전의 취약한 산업구조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비중 있는 생산구조를 갖지 못한 대전이다 보니, 생산과 고용위기 지역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로 ‘광주형 일자리 창출’ 확산 적용지역에서 빠졌다.
 
반도체 등 특화된 주력산업이 없다 보니 맞춤형 고부가가치화 전략 추진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해마다 대전의 청년 1만여 명이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 등을 찾아 떠나는 현실적 이유를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전형 일자리창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 2,000개 육성’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절실해졌음을 웅변한다.

민선7기 허태정 대전시정부는, 그의 공약대로, “왕성한 창업 지원을 위해 권역별 5개의 스타트업 타운을 조성해 2000개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대전의 일자리 창출 핵심내용이다. 대전시는 앞으로 4년간 3,200억 원을 투입해 창업기업을 매년 1,500개 이상 육성하고, 이를 통해 1~2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5년 이상 생존 창업기업을 2,000개 이상 만들겠다.’는 목표다. 제조업이 취약하고 서비스산업이 대다수인 대전의 산업구조로는 주력 산업을 특화할 수 없고, 집적화된 클러스터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노동을 집약적으로 투입해 고용위기를 극복하거나 생산증대를 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술적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만들어 개미떼처럼 집단화하겠다는 계획은 일단 타당하다.

관건은 시장의 냉혹함을 뚫고 어떻게 살아남느냐 하는 스타트업의 생존에 있다. 폴 볼커의 급진적인 금리인상에 따라 출현한 벤처기업의 초창기 생존율은  3%였다.
 
혁신적인 첨단 신기술로 무장했다고 해도 시장진입까지는 쉽지 않았다.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현재 7~8%수준으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높게 잡아도 10% 미만일 것이다.
 
스타트업 2,000개 육성은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니다. 더욱이 ‘5년 이상 생존 스타트업 2,000개’ 목표는 논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전형 일자리 모델은 일자리 창출 방식과 접근방법, 철학적 배경 등에서 광주형 모델과는 현실적으로 다르고, 또 달라야 성공할 수 있다.
 
광주형 모델은 계급타협을 이루는 ‘노·사·정 3자 합의주의 방식’이다. 즉,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동의 집약적 투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대전형 모델은 자본과 기술의 결합으로 기업을 생성하고, 생존에 성공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공공자본이 결합한 벤처주도 방식’이다.
 
광주가 집약적 노동투입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직접 방식이라면, 대전은 정책적으로 투자한 자본이 일으킨 기업을 통한 우회적인 간접 방식이다.

대전형 일자리 모델은 지방정부와, 기발한 아이디어 및 혁신적 기술을 가진 신세대 기술자 집단과의 미래를 건 ‘신사회 건설 프로젝트’이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계급끼리의 타협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고용위기의 가능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회적 동반자 이념(an ideology of social partnership)’에서 나온 것이다.

이 모델의 성공은 취약한 산업구조를 바꾸고 고용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기술자 집단의 투철한 모험적 기업가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 공공자본이 대규모로 투자된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추진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자 집단의 발굴부터 창업과 보육, 도약의 고비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각 단계마다 현장과 현실에 맞는 맞춤형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공약을 내건 허태정 시장의 정책 철학과 이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추진 의지이다.
 
하지만 집행 총책임자인 허 시장은 비록 사적인 자리지만, ‘스타트업 2,000개 창업은 목표일 뿐...’이라는 언사를 내비치기도 한다. 진정 이런 생각이라면 대전 고유의 일자리 창출은 성공은커녕 엄청난 재원만 쏟아 붓고 실패로 끝나는 전시행정의 표본이 된다.
 
허 시장은 대전의 미래를 바꿀 이런 청사진을 시민에게 직접 발표하면서 정책 배경과 철학, 지원 및 육성방법 등을 설명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발표는 담당 국장의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졌다.

토요특급열차를 띄운 폴 볼커는 호신용 권총을 지니고 다녀야 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도산한 기업의 실직자들이 그에게 현상금을 내걸고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고는 해도, 졸지에 직장을 잃은 실직자들은 정책책임자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10월 타계한 빔콕(Wim Kok) 전 네덜란드 총리는 한때 동료 노동자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네덜란드 병’을 치유하고 ‘고용의 기적’을 가져온 1982년의 ‘바세나르 협약’을 맺은 당사자가 당시 노총위원장으로 있던 빔콕이다.
 
더 많은 고용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임금의 물가연동제, 근로시간 단축 등 여러 개의 노동자보호 기제를 사용자 쪽에 양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들이 제시한 정책수단으로 나타날 효과를 확신하고 우직한 뚝심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빔콕은 노동당 당수를 거쳐 두 번에 걸쳐 총리에 올랐고, 폴 볼커는 미국을 살린 최고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칭송을 받고 있다.
 
대전 고유의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한 허태정 시장의 정책 철학과 강력한 추진력을 기대해본다.<2018. 12. 26. 손규성 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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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6 [13:59]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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