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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야구장 신축, 교각살우를 경계 한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김정환 기자 
대전 야구장 신축, 교각살우를 경계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모든 야구선수는 등번호로 ‘42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어느 날 하루(4월 15일)는 모든 선수가 등번호 42번을 달고 경기를 한다. 브루클린 다저스(현 LA다저스) 소속으로 최초의 흑인선수인 ‘재키 로빈슨(1919~1972)’의 인종장벽을 무너뜨린 업적을 기리기 위해 42번은 영구히 결번됐다.
 
또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두 42번을 달고 필드를 누빈다. 초기 메이저리그는 백인들만이 하는 경기였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흑인은 그들과는 다른 세상인, 이른바 ‘니그로 리그’에만 나서야 했다. 영구결번과 동일번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것은 그간의 편견의 역사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고, 인종차별이라는 흑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인 셈이다.

메이저리그의 이런 전통세우기는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백과 흑으로 나누고, 남과 여로 가르고, 부의 많고 적음이나 가방끈의 길고 짧음으로 벽을 세우면, 팬의 인기를 먹고사는 스포츠에서는 대중화를 이룰 수 없다.
 
대중화가 안 되면 상업화와 산업화를 꿈꿀 수 없다. 특히 야구는 더욱 그러하다. 야구만큼 자본주의에 적합한 스포츠는 많지 않고, 경기 내용상으로는 미국의 속성처럼 그렇게 제국주의적일 수가 없다.
 
관객들에게는 매 이닝마다 긴장과 휴식을 번갈아 주고, 공수교대 때 방송 시청자들에게 안기는 광고효과를 따라갈 스포츠는 없다. 또 경기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투수에의 의존도가 높은 야구는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세계의 질서가 잡히는 모양과 흡사하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쏙 빼닮은 야구는 산업화되면서 경기외적으로 관련부문의 상업화를 강력하게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 양키즈구단의 전용구장 신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월드시리즈를 27번이나 우승한 양키즈구단은 기존 구장 건너편에 새로운 ‘양키스타디움’을 짓고 2009년 시즌부터 새로운 구장을 사용해 오고 있다. 총 15억 달러(1조5천500억 원)의 공사비는 전액 양키즈구단이 투자했으며, 뉴욕시가 부담해왔던 구장 유지비도 구단이 맡고 있다.
 
새 구장의 수용인원은 5만1천명으로, 1923년에 세워져 2008년까지 사용한 ‘양키 스타디움’의 5만7478명보다 ‘오히려 6천명 이상이 줄었다.’ 구장 신축은 당시 ‘낡고 비좁은’ 것에서 ‘낡은 것만 바꾸자’는 컨셉이었다.  

양키 스타디움의 공간배치가 우리의 생각과 다른 것은 ‘비좁은 것의 확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용인원의 확대보다는 구장 내 편의시설의 확충과 상업시설의 트렌드에 따른 고도화에 있었다.
 
수용인원의 축소는 관객들의 스타디움에 머무는 시간의 확장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포츠와 문화, 쇼핑, 헬스, 휴식부문들이 결합된 복합 상가, 즉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쇼핑몰’로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야구의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볼거리에서 시작해 먹거리, 살거리, 놀거리, 쉴거리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대전시가 한화이글스 야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화이글스파크의 개축을 선언하고 나섰다. 허태정 시장의 선거공약 실천이다. 시민들의 인기스포츠인 야구의 구장 현대화는 ‘스포츠복지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야구의 호불호를 떠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복지의 확대나 심화라는 측면을 떠나서라도, 많은 시민들이 좋아서 찾는 야구장은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주요 시설이자 기능의 하나이다. 더욱이 복지의 구현이라는 적극적이고 보편적인 복지정책의 하나가 될 수 있어 복지국가 지향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도 부합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재원의 출처와 성격이다. 대전시는 야구장 신축에 1,300억원 남짓 들어가며, 공설 한밭운동장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 신축할 경우 4,500억원 안팎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아직 착공도 못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그러나 시는 필요재원의 거의 대부분을 투자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뉴욕 양키즈가 새로운 구장 건설비를 전액 투자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전 한밭야구장이 ‘낡고 비좁은’ 것은 사실이나 ‘새롭고 넓은’ 구장을 만드는데, 시가 전액을 투자하는 재정사업으로 한다는 것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양키즈 스타디움에서 보듯 대전시의 재정투자는 민간자본의 투자기회를 뺏는 결과를 가져온다. 시가 투자해 야구장을 건설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홈구장으로 사용할 한화이글스가 반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의 야구장 복합 스포츠 쇼핑몰 건립 트렌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양키즈구단이 뉴욕시립 야구장 임차기간을 끝내고 전액을 들여 구장을 신축한 것은 야구의 상업적 고도화 전략 속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새로 짓는 대전 야구장도 건립주체가 누구든지 간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 기능이 복합되고 진화된 대형 유통시설의 등장이다. 이런 전망으로 볼 때 야구장 건립은 적어도 시 재정사업 대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공룡 같은 복합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몰의 등장은 수요의 쏠림현상을 가져올 것이고, 야구장 주변의 상가 동일업종의 생태계 피폐화는 필연적이다.
 
시민혈세로 시민들의 생업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시의 예산은 관람객의 접근성을 편리하게 하는 도로 등 연결망의 개선에 쓰이는 것이 보다 많은 정당성을 갖는다. 교각살우(矯角殺牛), 쇠뿔을 바로잡겠다고 소를 죽일 수는 없지 않는가.<2018. 12, 4. 손규성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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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4 [15:18]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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