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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나노 기술로 뇌 건강 지킨다
 
김정환 기자

나노 기술로 뇌 건강 지킨다.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기가 가장 까다로울 것 같은 신체 기관을 물어본다면 아마 많은 사람은 뇌라고 대답할 것이다. 뇌는 인간의 기억, 판단, 인지, 정서, 행동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관련된 신체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뇌가 곧 나이다’라고 주장하는 뇌과학자가 있을 정도이다.
 
뇌에 외상을 입거나 화학적 조성이 변하면 우리가 그전까지 갖고 있던 ‘자아’ 개념에 이상이 생긴다. 그전까지 어떤 사람이 구축해 왔던 고유한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문제는 뇌가 워낙 복잡한 기관이다보니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뇌졸중 같은 뇌질환의 초기 진단 및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분야에도 돌파구가 만들어지고 있다.
 
뇌에서 분해 가능한 나노 바이오 센서로 뇌 손상 진단
 
넘어지거나 부딪혀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없어도 뇌압이 높아질 수 있다. 사고 직후보다 이후에 더 위험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외상성 뇌손상'으로 해마다 5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상성 뇌손상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뇌압을 꾸준하고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단단한 두개골로 둘러싸인 뇌 속 상태를 관찰하기란 어렵다. 지금까지는 외부 스캐너를 통해 뇌 속 상태를 유추할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뇌 속에서 분해될 수 있는 '브레인 센서'가 등장했다. 2016년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 황석원 교수를 비롯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강승균 박사, 워싱턴대 의대 등의 공동 연구팀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 뇌 속 압력과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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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2016년 10대 나노기술에 선정된 분해 가능한 브레인 센서. (출처 : 나노기술연구협의회)
 
센서는 초박막 형태의 생분해성 고분자, 실리콘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 두께인 가느다란 전선이 달려 있다. 이 전선은 뇌 표면에 부착된 무선전송장치와 센서를 연결한다. 이를 통해 센서에서 측정한 뇌의 압력과 온도 데이터를 무선으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 게다가 뇌압을 관찰하는 동안에도 일상생활을 그대로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센서가 뇌 속에서 며칠 뒤면 저절로 녹아 흡수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 수술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센서를 뇌 척수액과 비슷한 농도의 식염수에 넣자, 30시간이 지난 뒤 분해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쥐의 뇌에 삽입해 실험한 결과, 3일 동안 뇌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다. 체내에 센서를 이식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염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와 나노기술연구협의회에서 선정한 '2016년 10대 나노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뇌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기관에 이 센서를 완전히 이식해 건강 정보를 얻어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나노 바이오 센서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나노 바이오 센서를 이용하면 치매를 손쉽게 진단할 수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 김영수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혈액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체 치매 환자의 71% 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지나치게 증가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가 높아지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이 지워진다. 그래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할 때 베타아밀로이드는 주요한 척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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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갈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서로 뭉쳐 플라크를 형성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H)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가 특이하게 'LRP1'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뇌에서 혈액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LRP1은 뇌혈관 장벽에 존재하는 수용체로, 뇌와 뇌척수액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혈액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하는 현상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지는 논쟁이 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생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를 넣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켰다. 그 후 혈액을 채취해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올라가면 혈액 속의 베타아밀로이드도 비례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혈액 검사만으로도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는 혈액 속에 매우 적은 양만 존재해 현재 병원에서 쓰고 있는 장비로는 분석이 어렵다. 연구팀은 국내외 병원, 대학, 기업체와 힘을 합쳐 매우 적은 양의 베타아밀로이드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알츠하이머 진단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는 뇌조직 검사나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진단하고 있는데, 매우 큰 비용이 든다.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게 되면 현재 비용의 20분의 1 수준으로도 알츠하이머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나노 캡슐로 약물을 전달해 치매 치료
 
진단뿐만 아니라 치매 치료에도 나노 기술이 쓰일 수 있다. 뇌에는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혈액뇌장벽'이 있다. 따라서 약물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에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노 입자를 이용해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널리 연구 중이다. 기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마치 택배 상자처럼 나노 입자에 약물을 넣고 안전하게 세포막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내보내 약효가 발현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인간의 뇌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캡슐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아미노산을 사용해 1mm의 3만분의 1 정도가 되는 나노 캡슐을 만들었다. 이 캡슐의 표면을 포도당으로 감싸면 뇌 혈관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포도당과 결합해 뇌 속으로 운반할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배고픈 상태에서 단백질이 포도당을 적극적으로 뇌에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굶주린 쥐에게 이 캡슐을 사용한 결과, 약 100배의 효율로 뇌에 약물을 전달했다. 연구팀은 이 캡슐을 활용하면 치매뿐만 아니라 신경성 난치병, 정신질환 치료 등 여러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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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뇌에는 혈액뇌장벽이 있어 포도당을 제외한 외부 물질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출처 : 위키미디어)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은 약물 전달체로 널리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나노 캡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계면활성제는 한쪽은 물에 끌리고, 반대쪽은 물에서 멀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기름과 물이 섞여 있을 때 계면활성제를 써서 액체 방울 형태로 물만 분리해 운반할 수 있다. 연구단은 비누나 샴푸에 사용하는 계면활성제의 물질 분리 기능을 이용했다. 이른바 ‘나노 계면활성제’이다.
 
나노 입자로 만든 계면활성제는 지름 0.5mm 정도의 원형 막을 만들고, 이 안에 물 등 액체를 넣을 수 있다. 또한 전기장과 자기장, 빛에 반응하는 성질이 있다. 자석을 갖다대면 한 곳에 모이고 레이저 빔을 쏘면 육각형 구조를 만들며 전기를 보내면 서로 통로를 만들어 액체를 교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응용하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약물을 방출할 수 있다. 현재 연구단은 제약, 의학, 생물학 분야에서 나노 계면활성제가 광범위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나노 기술과 함께 뇌 질환이 정복될 그 날을 기대해 보자.
 
글: 오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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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6 [10:34]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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