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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구마 수확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고구마 수확>

벧엘의집이 농부학교를 시작한지도 벌써 4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농사를 통해 자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로 실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매년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올해는 무엇인가 찾을 수 있겠지 기대하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뚜렷한 대안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길이 열리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일단 농부학교를 시작은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사자들 대부분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지쳐 가는지 비교적 나이가 젊고 농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부터 하나 둘 그만두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만 남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당장이라도 접어야 정상이지만 처음 농부학교를 시작할 때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 묘지관리위원회로부터 임대하여 조성해 놓은 벧엘농장과, 김주연선생님으로부터 무상임대 하여 사용하고 있는 하기동 텃밭에 뭐라도 부쳐야 한다는 생각에 거의 어거지로 시작했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었다. 올해 봄은 유난히 가뭄이 심해 대부분의 봄 작물들이 형편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매년 어느 정도 수익을 냈던 마늘농사가 형편없는 흉작이었다. 수확한 마늘 중에 내다 팔 수 있을만한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는 씨알이 작아 내다 팔아도 값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씨알은 작아도 유기농 농산물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어르신들이 농사짓는 것이 안쓰러워 그랬는지 빈들교회와 벧엘의집 지인들이 구매해 주는 바람에 모두 처분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여름에 수익을 내는 하지감자도 마찬가지였다. 가뭄으로 수확량은 확 줄어들었고 씨알도 굵지 않았다. 우선 씨알이 괜찮은 것은 유성농협에 수매하고 나머지는 벧엘의집 후원회장이자 대전YMCA 이사장이신 조광휘 장로님의 도움으로 대전YMCA를 통해 판매할 수 있었다. 이럭저럭 벧엘농부학교 상반기 농사가 마무리 된 것이다.

상반기 농사가 마무리 되면 수강생들에게 1차 수익금을 배당하는 일이 남는다. 올 상반기 농사가 예년에 비해 형편없었기에 배당할 것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하나가 안 되면 다른 것이 채워지는 것일까? 다행히 주말농장 분양이 예년에 비해 잘 되어 주말농장 관리비가 솔솔했던 것이다. 비록 봄 농사는 망쳤지만 이렇게 저렇게 상반기 벌어들인 것으로 참여자 1인당 100만원씩이나 수익금을 배분할 수 있었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걷이가 시작되었다. 벧엘농장에서 가을에 수익을 내는 농작물로는 고추와 고구마, 김장배추가 있다. 고추는 가뭄과 더위로 인해 수확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다행히 고구마는 지난해보다 예상외로 풍작이었다.

씨알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았다. 약50박스 정도 수확했는데 판매에도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이미 주문도 여기저기에 들어오고 있고, 공판장에 수매하더라도 괜찮은 값을 받을 것 같다. 고추는 망쳤어도 고구마는 가뭄치고는 풍작을 이룬 것이다. 아마도 고구마를 이정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농부학교 수강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물도 주고, 풀도 뽑아주며 정성을 들여 가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농사는 거짓이 없다. 품을 들인 만큼 농부에게 돌려준다. 올해 출발부터 이런저런 문제로 쉽지 않았는데 가뭄을 핑계 삼아 가을농사를 포기했다면 맛볼 수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비록 농기계를 다룰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끝까지 남아 땀을 흘리고, 품을 들이고, 정성을 들여 가꾼 끝까지 남은 농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쉽지 않았지만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한 소박한 농부들이 만들어낸 기적인 것이다.

이제 가을걷이도 거의 마무리 되어간다. 마지막 수익 작물인 김장배추도 품을 들인 만큼 잘 자라 예년보다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보다 훨씬 많은 수익금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그 단을 거둘 것이라는 성경말씀처럼 소박한 농부들이 욕심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자신의 땀을 흘렸기에 기쁨의 단을 거둘 수 있는 것일게다.

숲을 지키는 나무는 곧은 나무가 아닌 굽고 비틀어진 볼품없는 나무라는 말처럼 비록 농기계는 잘 다루지 못하고, 힘에 부쳐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을 몇 날을 해야 하지만 땅과 호흡하며 자연에 순응할 줄 아는 소박한 농부들이 벧엘농장을 지키며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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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3 [18:2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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