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송의 중독성, K팝 인기 비결?

이정아 과학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5/17 [17:27]

후크송의 중독성, K팝 인기 비결?

이정아 과학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5/17 [17:27]

후크송의 중독성, K팝 인기 비결?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유행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은 언뜻 듣기에는 리듬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2010년 전후부터 국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은 K팝이라 칭하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아랍에까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나랏말로 부르는 K팝에는 어떤 인기 비결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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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얼마 전 음원차트를 ‘올킬’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트와이스의 TT도 후크송의 특징을 지녔다. (출처: JYP)
 
최근 유행하는 K팝의 특징은 세 가지가 있다. 중독되기 쉽다는 점, 전염성이 강하다는 점, 후렴구의 리듬과 가사가 단순하고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형식의 노래를 ‘후크송’이라고 한다. 전 국민에게 댄스 바람을 일으켰던 원더걸스의 ‘텔미’나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EXID의 ‘위아래’, 트와이스의 ‘TT’도 대표적인 후크송이다. 
 
생체신호분석을 연구하는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K팝 후크송의 중독성을 분석하였다. 그는 안정도에서 답을 찾았다. 안정도는 ‘유성음(가사가 나오는 부분)’과 ‘무성음(가사가 나오지 않는 부분)’의 비율을 뜻한다. 적당히 끊어 읽고 쉬어가면서 말하는 뉴스 앵커의 어조는 안정도가 30~40%로 듣기에 가장 편안하다.

조 교수는 1960년대(이미자 ‘동백아가씨’ 등), 1970년대(심수봉 ‘그때 그 사람’ 등), 1980년대(강수지 ‘보랏빛향기’ 등) 유행가와 후크송에 속하는 22곡(소녀시대 ‘GEE’ 등)의 안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60~1980년대 유행했던 서정적인 노래는 가사가 천천히 흐르고 호흡이 길게 이어져 안정도가 30% 미만이었다. 발라드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장윤정의 ‘어머나’, 설운도의 ‘누이’ 등 트로트는 일정한 후렴구가 몇 번 등장하면서 안정도가 30~40% 정도였다. 조 교수는 “다양한 연령대가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듣기가 가장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후크송은 안정도가 평균 62.76%로 대단히 높았다. 단순하고 매력적인 리듬이 여러 번 반복돼 매우 안정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는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수치”라며 “생체신호와 비슷한 외부 자극에 동조하면서 뇌가 중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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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트로트 ‘네박자’와 후크송 ‘노바디’의 소리 분석 스펙트럼. 트로트(위)는 기승전결이 있지만 후크송(아래)는 단순한 리듬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후크송 스펙트럼에서 가장 아래의 밝은 노란색 띠는 드럼이 내는 저주파를 뜻한다. (출처: 과학동아)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소리공학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후크송은 사람이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4분의 4박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약 123bpm(beat per minute, 1분당 박자수)이죠. 이것은 사람이 가벼운 달리기를 마쳤을 때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수치로 약간 흥겨우면서도 즐거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후크송은 춤 없이 음원만으로도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배 교수는 송대관의 ‘네박자’와 원더걸스의 ‘노바디’ 음원을 분석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사운드스펙트럼은 전체적으로 빨간 세로줄로 빽빽하게 나타났다. 가사가 나오는 부분은 목소리 주파수대(300Hz 근처)에서 노랗게 나타났다. 두 노래는 동일한 4분의 4박자이지만 스펙트럼의 성격이 전혀 달랐다. 고음보다 저음에 에너지가 실린 ‘네박자’와 달리 ‘노바디’는 모든 음역대에서 일정한 에너지가 실렸다. 배 교수는 “발라드와 트로트는 가사를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수 목소리에 의존하지만, 최신 가요는 악기나 전자음에 의존해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든 음 성분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노바디’에서는 후크에 해당하는 패턴이 수십 개나 나타났다. 또 노래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가장 낮은 주파수대에 아주 밝은 노란색의 스펙트럼이 깔려 있었다. 100Hz 미만의 주파수(저주파)다. 노래에는 ‘쿵짝 쿵짝 쿵짝짝 쿵짝’처럼 들린다. 배 교수는 “후크송은 강렬한 드럼 소리가 저주파로 전해진다”면서 “특히 콘서트 현장에서 들으면 피부에 닭살이 돋을 만큼 자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리듬은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지루하기 마련이다. 배 교수는 “시각과 촉각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이런 한계점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아이돌의 외모와 곡마다 콘셉트가 다른 의상, 무대 위아래로 현란하게 돌아가는 조명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팬들은 가수가 추는 춤을 따라 추면서 노래를 온몸으로 느낀다. ‘몸치’인 사람도 리듬을 타기에 가장 친근한 4분의 4박자이며 안무 동작이 비교적 간단하고 후렴구마다 등장한다는 점도 후크송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저절로 어깨를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후크송! 가까운 미래에는 또 어떤 K팝 후크송이 세계적인 돌풍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글 : 이정아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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