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구에는 외부 천체와의 충돌로 생긴 운석공이 200여 개나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너의 이름은’의 이토모리 마을보다 훨씬 거대하다. 지름만 해도 380㎞에 이르며, 충돌 당시 소행성이 파고 들어간 지각 깊이는 약 25㎞에 이를 정도다. 사진.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혜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출처: 너의 이름은 스틸컷)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지점에 있는 브레드포트 돔이 바로 그곳이다. 이 정도 규모의 운석공을 형성하려면 지름 10~12㎞ 이상의 소행성이 초속 약 20㎞의 속도로 충돌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로 인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20억 배에 이르는 충격이 발생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현장인 셈이다. 브레드포트 돔에 소행성이 떨어진 시기는 약 20억 2300만 년 전이다. 당시엔 식물이나 동물이 없었고, 살아 있는 유일한 생물은 원생생물계에 속하는 조류(藻類)였다. 따라서 생물의 대멸종을 불러오진 않았다. 대신 이 충돌로 인해 대기의 산소가 증가함으로써 다세포 생명이 번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침식 끝에 현재는 지름이 약 140㎞ 줄어든 브레드포트 돔은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생물이 번성하던 시기에 가장 큰 충돌이 일어난 현장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슐럽 지역에 있는 지름 180㎞의 운석공이다. 충돌 후 먼지와 파편이 지구를 뒤덮어 식물이 말라죽고, 먹이를 잃게 된 초식공룡의 쇠퇴는 곧바로 육식공룡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졌다. 약 1억 6000만 년간이나 지구를 지배하며 가장 성공적인 동물로 군림한 공룡의 멸종은 바로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었다. 화석 기록에 의하면 당시 지구상 동식물의 약 3분의 2가 멸종했다. ■ 우주 물체 폭발 에너지, 원자폭탄 200여 개에 달하기도 인류의 등장 이후 우주 물체의 최대 폭발사건으로 기록된 것은 1908년 6월 30일에 일어난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이 폭발로 인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퉁구스카강 부근의 사방 25㎞ 안에 있던 나무 8000만 그루가 쓰러졌으며, 순록을 비롯해 숲에 살던 모든 동물이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폭발 지점에서 약 60㎞나 떨어진 마을에까지 엄청난 열기가 덮쳐 은 식기가 녹아내렸으며, 450㎞ 떨어진 곳에서 운행되던 열차는 심한 땅울림에 전복됐다. 후에 미항공우주국(NASA)이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한 결과,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우주 물체는 지름 약 37m, 무게 약 1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물체가 일으킨 폭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85개에 해당하는 위력이었다. 그럼에도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다. 폭발 지역의 반경 수십㎞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 물체가 지구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지상 8.5㎞ 지점에서 폭발한 것도 피해가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2013년 2월 15일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일어난 폭발이다. 그날 떨어진 우주 물체는 지름 17m, 무게 1만 톤으로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0배에 달하는 위력이었다. 사진.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일어난 폭발로 공장의 천장과 벽이 무너진 모습. (출처: Pospel A) 이 우주 물체 역시 지상 30~50㎞ 상공에서 폭발해 극소수의 에너지만 지상에 전달됐다. 그 충격파가 지상으로 전해지면서 일부 건물이 무너졌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다. 유리 파편 등에 맞아 약 15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 시민이 우연히 촬영한 운석의 낙하 장면은 유튜브에서 수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 우주충돌, 인류 생존 위협할까? 지난해 7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류미래연구소(FHI)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지구가 최후의 날을 맞을 수 있다는 ‘인류 종말의 날 4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중에는 태양풍과 초대형 화산 폭발, 밀림 대형화재와 함께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드는 우주충돌도 포함됐다. 미국 정부도 우주 충돌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보고, NASA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NASA가 전 세계 관련 기관들과의 협조를 통해 발견한 지구근접천체(NEO)는 약 1만 5000여 개. NEO는 지구 궤도에서 4500만㎞ 이내를 지나치는 소행성을 가리킨다. 그중 지름 1㎞ 이상의 비교적 큰 소행성은 90% 이상 찾아냈다. 하지만 지름 100m인 소행성은 약 10%, 지름 40m급의 소행성은 겨우 1%밖에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퉁구스카 대폭발이나 첼랴빈스크 폭발 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NEO의 크기가 클수록 지구와의 충돌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지름 4m의 경우 1년에 한 개, 지름 7m는 5년에 한 개꼴로 지구에 떨어진다. 그에 비해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정도의 크기가 지구에 떨어질 확률은 2000~3000년당 한 번 정도로 줄어든다. 또 지름 1㎞는 50만 년, 5㎞는 2000만 년, 그리고 공룡을 멸종시킨 칙슐럽이나 브레드포트 돔에 떨어진 지름 10㎞ 이상의 소행성은 1억 년에 한 번꼴로 지구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밀집 지역에 위치한 베누다. 지름 약 500m의 이 소행성은 6년 주기로 지구의 공전 궤도와 겹치는데, 2175년과 2196년 사이엔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NASA는 지난해 9월 ‘오시리스-렉스’라는 소행성 탐사선을 베누를 향해 발사했다. 계획대로라면 오시리스-렉스 호는 2018년에 베누에 도착한 뒤 정확한 베누의 궤도 계산 및 샘플을 채취해 2023년에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인류는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비밀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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