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이름은’ 속 혜성 충돌, 실제로 일어날까?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2/06 [21:24]

영화 ‘너의 이름은’ 속 혜성 충돌, 실제로 일어날까?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2/06 [21:24]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국내 최다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적인 소재는 바로 혜성이다. 도시 소년 타키와 서로 몸이 바뀐 시골 소녀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도 사실은 혜성의 충돌로 생긴 곳. 약 1200년 전에 티아매트 혜성과의 충돌로 조성된 거대한 분지가 바로 그 마을이다.
 
실제로 지구에는 외부 천체와의 충돌로 생긴 운석공이 200여 개나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너의 이름은’의 이토모리 마을보다 훨씬 거대하다. 지름만 해도 380㎞에 이르며, 충돌 당시 소행성이 파고 들어간 지각 깊이는 약 25㎞에 이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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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혜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출처: 너의 이름은 스틸컷)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지점에 있는 브레드포트 돔이 바로 그곳이다. 이 정도 규모의 운석공을 형성하려면 지름 10~12㎞ 이상의 소행성이 초속 약 20㎞의 속도로 충돌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로 인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20억 배에 이르는 충격이 발생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현장인 셈이다.
 
브레드포트 돔에 소행성이 떨어진 시기는 약 20억 2300만 년 전이다. 당시엔 식물이나 동물이 없었고, 살아 있는 유일한 생물은 원생생물계에 속하는 조류(藻類)였다. 따라서 생물의 대멸종을 불러오진 않았다. 대신 이 충돌로 인해 대기의 산소가 증가함으로써 다세포 생명이 번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침식 끝에 현재는 지름이 약 140㎞ 줄어든 브레드포트 돔은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생물이 번성하던 시기에 가장 큰 충돌이 일어난 현장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슐럽 지역에 있는 지름 180㎞의 운석공이다. 충돌 후 먼지와 파편이 지구를 뒤덮어 식물이 말라죽고, 먹이를 잃게 된 초식공룡의 쇠퇴는 곧바로 육식공룡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졌다. 약 1억 6000만 년간이나 지구를 지배하며 가장 성공적인 동물로 군림한 공룡의 멸종은 바로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었다. 화석 기록에 의하면 당시 지구상 동식물의 약 3분의 2가 멸종했다.
 
■ 우주 물체 폭발 에너지, 원자폭탄 200여 개에 달하기도 
 
인류의 등장 이후 우주 물체의 최대 폭발사건으로 기록된 것은 1908년 6월 30일에 일어난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이 폭발로 인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퉁구스카강 부근의 사방 25㎞ 안에 있던 나무 8000만 그루가 쓰러졌으며, 순록을 비롯해 숲에 살던 모든 동물이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폭발 지점에서 약 60㎞나 떨어진 마을에까지 엄청난 열기가 덮쳐 은 식기가 녹아내렸으며, 450㎞ 떨어진 곳에서 운행되던 열차는 심한 땅울림에 전복됐다. 후에 미항공우주국(NASA)이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한 결과,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우주 물체는 지름 약 37m, 무게 약 1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물체가 일으킨 폭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85개에 해당하는 위력이었다. 그럼에도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다. 폭발 지역의 반경 수십㎞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 물체가 지구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지상 8.5㎞ 지점에서 폭발한 것도 피해가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2013년 2월 15일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일어난 폭발이다. 그날 떨어진 우주 물체는 지름 17m, 무게 1만 톤으로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0배에 달하는 위력이었다. 
 
2013년 우주 물체 충돌로 공장의 천장과 벽이 무너진 모습Pospel A
사진.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일어난 폭발로 공장의 천장과 벽이 무너진 모습. (출처: Pospel A)
 
이 우주 물체 역시 지상 30~50㎞ 상공에서 폭발해 극소수의 에너지만 지상에 전달됐다. 그 충격파가 지상으로 전해지면서 일부 건물이 무너졌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다. 유리 파편 등에 맞아 약 15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 시민이 우연히 촬영한 운석의 낙하 장면은 유튜브에서 수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 우주충돌, 인류 생존 위협할까? 
 
지난해 7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류미래연구소(FHI)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지구가 최후의 날을 맞을 수 있다는 ‘인류 종말의 날 4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중에는 태양풍과 초대형 화산 폭발, 밀림 대형화재와 함께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드는 우주충돌도 포함됐다.
 
미국 정부도 우주 충돌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보고, NASA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NASA가 전 세계 관련 기관들과의 협조를 통해 발견한 지구근접천체(NEO)는 약 1만 5000여 개. NEO는 지구 궤도에서 4500만㎞ 이내를 지나치는 소행성을 가리킨다. 
 
그중 지름 1㎞ 이상의 비교적 큰 소행성은 90% 이상 찾아냈다. 하지만 지름 100m인 소행성은 약 10%, 지름 40m급의 소행성은 겨우 1%밖에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퉁구스카 대폭발이나 첼랴빈스크 폭발 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NEO의 크기가 클수록 지구와의 충돌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지름 4m의 경우 1년에 한 개, 지름 7m는 5년에 한 개꼴로 지구에 떨어진다. 그에 비해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정도의 크기가 지구에 떨어질 확률은 2000~3000년당 한 번 정도로 줄어든다. 또 지름 1㎞는 50만 년, 5㎞는 2000만 년, 그리고 공룡을 멸종시킨 칙슐럽이나 브레드포트 돔에 떨어진 지름 10㎞ 이상의 소행성은 1억 년에 한 번꼴로 지구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밀집 지역에 위치한 베누다. 지름 약 500m의 이 소행성은 6년 주기로 지구의 공전 궤도와 겹치는데, 2175년과 2196년 사이엔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NASA는 지난해 9월 ‘오시리스-렉스’라는 소행성 탐사선을 베누를 향해 발사했다. 계획대로라면 오시리스-렉스 호는 2018년에 베누에 도착한 뒤 정확한 베누의 궤도 계산 및 샘플을 채취해 2023년에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인류는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비밀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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