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6/03/30 [07:27]

전통 한옥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 입력 : 2016/03/30 [07:27]

우리나라 주거형태가 아파트나 빌라, 주택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전통 주거 방식은 바로 한옥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한옥은 멋스럽기도 하지만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집은 어떤 위치에 놓는 것이 좋을까. 우리 조상들이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일까.

먼저 전저후고(前低後高). 집터의 앞면보다 뒷면이 높아야 한다. 대체로 마당은 낮고 집은 높은 형태다. 전저후고의 형태를 띠면 집터 자체가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로 전착후관(前窄後寬)이다. 전착후관이란 집의 입구는 좁고, 안은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한옥은 대부분 넓은 마당을 포함하고 있다. 문을 통과하면 적당하게 넓은 마당과 집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본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선시되는 항목이 배산임수(背山臨水)다. 배산임수란 산을 뒤로하고 물을 앞에 둔다는 것이다. 산의 기운을 받기 위함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배산임수 원리에는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징을 고려한 지혜가 담겨 있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는 봄과 가을은 짧아졌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졌다. 그래서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나라였다. 겨울에는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불고, 여름에는 덥고 남동풍이 분다.

그래서 집 뒤에 산이 있고 마당이나 대청마루는 낮은 형태로 집이 지어졌다면, 겨울에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북서풍을 막아 난방에 더욱 유리할 수 있었다. 또 여름에는 이와 반대로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집 뒤에 산이 있어 전통 한옥 난방의 주재료인 나무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집 앞에는 물이 있어 생활용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림. 경복궁의 배산임수 입지(출처: 명명백백 고1 지리)


서울 종로에 있는 경복궁 역시 배산임수의 입지라고 볼 수 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북악산, 서쪽에는 인왕산, 남쪽에는 남산이 자리를 잡고 있고, 산세뿐만 아니라 물도 마찬가지다. 청계천이 서울을 감싸 안아주면서 서울의 대강수인 한강과 합류해 서울 전체를 감아주는 형상을 하고 있다.

■ 바람이라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명재 윤증 고택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에 있는 조선 후기 유학자 명재 윤증(1629~1714)의 고택은 조선 후기 숙종 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채와 사랑채가 중요민속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명재 윤증 고택을 거닐다 보면, 안채와 곳간채가 특이하게 배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듯한 형태가 아니라 약간 기울어진 사다리꼴 형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징으로 겨울에는 북서풍이, 여름에는 남동풍이 부는데, 이 바람 때문에 의도적으로 안채와 곳간채를 비스듬히 배치했다. 북서풍은 산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방향이다. 그러면 이 바람은 안채와 곳간채의 사이를 지나게 되는데 바람이 지나는 통로가 좁게 돼 들어갈 때는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나올 때는 속도가 줄어들어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 안채와 곳간채의 비스듬한 배치(출처: myeongjae.com)


또 여름에는 겨울과 반대로 집 앞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넓은 통로를 지날 때는 바람 속도가 느려지다가 좁은 통로를 지날 때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안채와 곳간채에는 여름에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베르누이의 원리’와 비슷하다. 베르누이의 원리는 1738년 발표된 것으로 공기나 물처럼 흐를 수 있는 기체나 액체를 유체라고 하는데, 유체는 빠르게 흐르면 압력이 감소하고 느리게 흐르면 압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체가 좁은 곳을 통과할 때는 속력이 빨라지기 때문에 압력이 감소하고, 넓은 곳을 통과할 때는 속력이 느려지기 때문에 압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명재 윤증의 고택은 베르누이의 원리가 발표되기 약 30년 전에 지어졌다. 당시 사람들도 집을 지을 때 그 원리는 정확히 몰랐더라도 바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에는 한옥이 모여 있는 마을을 명소로 지정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과 전주의 한옥마을이 대표적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한옥을 찾아 한옥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과학원리를 찾아보자.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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