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장님 악마' 달랠 묘책 뭘까?

<연평포격> 대화와 소통은 어디서든 '최우선 순위'

최형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0/11/28 [20:48]

날뛰는 '장님 악마' 달랠 묘책 뭘까?

<연평포격> 대화와 소통은 어디서든 '최우선 순위'

최형선 칼럼니스트 | 입력 : 2010/11/28 [20:48]
▲ 1996년 한국의 동해안을 침투한 북한의 잠수정. 북한은 현재 채제수호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현란한 꽃패놀이를  벌이고 있다.

 

군대에서 보초를 서던 기억이 불현듯 생각난다. 눈까지 내리는 그런 날에는 추워서인지 무척 고향 생각이 난다. 초소에 들어가 있으면 졸음이 몰려와서 꾸벅꾸벅 졸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함께 보초 나온 동료와 고향 얘기로 시작해서 사회에서 경험했던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것이 무용담으로 발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얘기로만 비춰 보았을 때 군대에 수많은 영웅들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연 전쟁이라도 난다면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영웅담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서해상에서 한미연합 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이 불벼락을 안겨줄 것이라는 위협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난 미국 부시 대통령을 떠올리게 된다.

텍사스주는 남한의 7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하며 인구는 약 2천만 명으로 미국 50개 주 중 2위를 자랑한다. 과거 부시는 허리케인 아이크로 인해 초토화된 자신의 고향 텍사스주를 marine one을 타고 시찰했는데 마치 자신의 신세가 그와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텍사스주는 과거 한때 10년 동안 독립국가를 이루었던 적이 있었다. 미국에 합쳐진 지금도 그들 내부에는 독립 운동이 끝난 것이 아니다.
 
텍사스주의 기는 하나의 별을 왼쪽에 보여주고 있는데 댈러스에 본부를 둔 론스타(lone star)란 펀드 회사가 역삼동에 있던 아이타워란 빌딩을 매입한 후 별 하나만 그린 lone star 이미지를 보여 주었던 것은 우리의 뇌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후 무려 4조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 유명해졌다. 텍사스 출신인 부시는 미국의 위기를 기회로 유명세를 얻었으나 전쟁을 택한 덕에 미국인들의 신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전쟁을 선택한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통해 난 우리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함을 얘기하고 싶다.

남자들은 비즈니스 복장으로 양복을 선호한다. 사실 일본을 여행했을 때도 직장인들의 상징이 바로 양복이었다. 하지만 양복이 군복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사실 많지 않다. 카라를 까서 붙이고 단추만 단다면 영락없는 군복이 되는 셈이다.
 
양복을 처음 만들어 입었던 영국에서는 나라에 전쟁이 나면 귀족들의 자제들을 제일 먼저 앞장 세웠다. 그들이 입었던 제복은 최고급의 정장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오늘날 양복이 된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벌어졌을 때 벙커에 모여 회의를 하던 주요 요인들 중 군대 경험이 있는 이는 단 한 사람, 국방장관뿐이었다. 천안함 사태가 벌어지고 수많은 회의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평도 사태만 봐도 그렇다. 총 6대의 자주포 중에서 가용한 장비는 오직 3대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가? 사실 군 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과거 정권에서 국방 예산을 늘리고 현대화시키는 계획을 입안했지만 현정권에서 예산이 삭감됐다고 들었다.
 
군도 이젠 탁상행정에 휘둘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도 군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도리어 북한보다 우리의 군사력이 더 강하다며 호도하고 있고 해볼만하다고 주장한다.
 
군 기강이 해이해지고 기존 군 장비에 대한 정비나 현대화가 따르지 않은 상황에서 전투기나 군장비만 새로 들여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관리나 운용 기술의 진보가 따르지 않는 군 자산 운용은 무의미하다.

한국전쟁에 실패한 김일성은 전쟁 실패의 책임을 자신이 당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박헌영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시켰다. 죄목은 스파이 죄였는데 그가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었던 탓에 그 죄목이 붙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의 빨치산이 일어나 결국 손쉽게 전쟁을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그가 부추겼다며 자신보다 나이 많은 박헌영에게 재떨이를 던지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 죄목을 인정할 때까지 사나운 개들을 동원해 그를 계속 물어뜯게 하였다.

북한 체제를 움직이는 정권은 이런 무자비함을 통해 체제를 유지해 왔다. 우리도 그들을 상대로 사납게 싸워야 하는가? 아니라고 본다. 사태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그들의 해명을 요구하여 회담이라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대화의 창구를 닫아버리면 전쟁밖에 해결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우리의 힘을 보여 준다는 것은 결국 미국의 군사력을 힘입어 시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은 부시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위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오인해서 북한이 실력행사를 한다면 한반도는 끝장이다.

대화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던 어른들이 지금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열 받은 것이다. 대화를 버린 어른들이 결국 후세에 황폐한 땅을 물려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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