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DJ-盧 권력기댄 산자들의 호가호위?

노무현재단 5월을 추모 기간으로 계획, 지방선거 변수될까?

김원일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0/04/12 [22:41]

죽은 DJ-盧 권력기댄 산자들의 호가호위?

노무현재단 5월을 추모 기간으로 계획, 지방선거 변수될까?

김원일 칼럼니스트 | 입력 : 2010/04/12 [22:41]
산 속 왕인 호랑이에게 여우가 잡혔다. 위기에 처한 여우가 꾀를 내어 “천제(天帝)께서 나를 짐승의 우두머리로 삼았다”고 둘러댔다. 그러고는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이 없을 터인즉 따라와 보라”며 으스댔다. 호랑이가 여우의 뒤를 따랐다. 아니나 다를까, 여우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짐승들이 여우 뒤에 있는 자기가 무서워서 달아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중국 한나라의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위협한다’ 는 이야기로 호가호위(狐假虎威)란 고사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림’을 뜻하는 호가호위는 대개 살아 있는 권력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권력에서도 나타난다. 다가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사람들과 김대중 사람들이 전직 두 대통령 추모 열기를 북돋우고 있는 데서 우리는 그런 현상을 본다.

▲ 김대중 노무현    ©브레이크뉴스
6.2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느닷없이 dj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 계승을 외쳐대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죽은 권력(후광)에 기댄 산 자들의 얄팍함을 본다. 특히 친노 사람들이 더욱 그러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 23일)가 6.2 지방선거일에 임박해 있어 그에 대한 추모 열기를 되살리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노 세력들은 지난 1월 17일 국민참여당을 공식 출범시킴으로써 일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불길을 댕겼다. 3월 3일에는 이른바 청정회(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정치인 모임) 회원 23명이 노 전 대통령 추모집을 출간함으로써 그 불길을 돋워나갔다. 같은 달 5일부터는 한명숙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 재단이 문화계 유명 인사들을 출연시킨 라디오 광고를 시작함으로써 불길을 더욱 번져가게 하고 있다.

출연자들은 각자 자기 목소리로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말한다. 이 광고는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노무현 재단은 또 5월 한 달을 추모 기간으로 계획하고 있다. 각종 전시회와 추모 심포지엄, 콘서트, 서적 발간 등의 행사가 집중될 예정이다. 오는 26일에는 ‘노무현 자서전’도 출간한다. 노무현 사람들은 5월 23일 1주기 때 추모 열기가 절정에 달하면 지방선거에 주요한 변수로 작용될 수 있다고 계산한다.

6.2 지방선거 추모정치에 dj 사람들도 가세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8일 ‘김대중 정신’ 계승을 내세운 평화민주당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들이 주축이 되어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을 공식 출범시켰다. dj 정신과 가치를 이어간다는 모임이다.

그 동안 노무현과 dj 사람들은 순수한 추모 활동을 강조하면서 각종 행사를 추진했고 또 진행시켜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등장하는 대표주자들이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어 추모의 순수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테면 친노 인사로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서울시장)를 필두로  김진표 전 교육부장관(경기지사), 안희정 최고위원(충남지사),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장관(경기지사), 그리고 무소속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경남지사) 등이 광역단체장에 도전한다. 동교동계 출신 민주당 정균환 전 의원은 전북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노무현과 김대중의 정신과 가치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노무현 정신이고 무엇이 dj 가치일까? 6.2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 후예들이 외쳐대는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는 두 번의 정권을 창출시킨 그것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달 26일 김대중 사람들이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을 출범시키면서 “국민의 정부 수립과 참여정부 탄생이란 역사적 승리”를 dj 정신과 가치로 규정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두 번의 정권을 탄생시킨 그 정신과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충청권을 이용한 선거 전략으로 집약될 것이다. dj가 jp에게 내각책임제를 약속하고 충청 표를 긁어모은 djp연합과,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기겠다고 약속하고 충청 표를 끌어 모은 노무현의 천도론이 그것이다. 이 같은 술수가 없었다면 과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탄생했겠는가?

그렇게 놓고 볼 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dj와 노무현 가치는 누가 뭐래도 충청권을 이용한 선거 전략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dj는 충청도 표만 날름 따먹고 jp에게 써준 내각책임제 각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후보는 충청도에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지만 결국 그 실천과정에서 국민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dj와 노무현의 가치로 집약되는 djp 연합과 천도론은 일종의 정치적 사술로 타기(唾棄)의 대상일지언정 승계의 대상은 아니다.

지난 7일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이 민주당 부산지장 후보로 공식 출사표를 던지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인 저는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지역통합이란 꿈을 이뤄나가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지역통합이 아니라 충청 표를 얻기 위해 꼼수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다가 결과적으로 이 나라 국민을 충청권과 비충청권으로 분열시킨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니 어이없다. '2대8'이라는 계급적 구분을 강조하고 좌파적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이념적 갈등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 
 
다들 아는 얘기지만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석 달 만인 지난 2003년 5월 21일 5.18 행사추진위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고 했다. 2007년 6월 2일 참여정부 평가 포럼 월례 강연에서는 “캬, 토론 한 번 하고 싶은데 그 놈의 헌법 때문에”라고 했다. 2006년 12월 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연설에서는 “노무현이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느냐. 흔들어라 이거지요.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 미국한테 매달려가지고 바짓가랭이에 매달려가지고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 있겠나” 라고 했다.

우리는 이들 어록에서 새삼 노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엿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6.2 지방선거에 도전하고 있는 그의 후예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과 가치의 계승을 내세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기념공원 조성위원회’가 개발제한구역인 전남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사찰 문빈정사 앞에다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는 준비위가 사업을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불만이다. 이유는 공원 예정 부지가 자연공원법상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자연환경지구’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최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토박이 원주민들의 가옥 등을 철거하고 친환경생태공원으로 복원해 놓은 곳이다. 그런데 산자들이 죽은 권력에 기대어 호가호위하면서 불법으로 김대중, 노무현 공원 조성을 꾀하고 있다. 그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인가?

dj와 노무현 사람들은 지금 전직 대통령의 영혼을 흠모하며 추모정치를 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마저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바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3일 ‘시사인’과 가진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란 존재는 이제 많은 국민들 가슴 속에서 정리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문가들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이용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들어 추모정치는 별무효과라고 지적한다. 얼마 전 경남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분위기가 6.2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영향 없다’가 41%로 나타났다.

노무현과 dj 두 전직 대통령이 생전에 지방자치에 대해 무슨 유훈이라도 남겼다거나 혹은 생전에 그들이 지방자치에 대해 이렇다 할 정치철학이라도 가졌었다면, 그래서 그들을 팔아 표를 얻겠다면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정치의 꽃’으로 불리는 지방자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작품이지 dj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1년 전에 자살한 전직 대통령을, 그리고 국민의 혈세를 지원, 억지춘향 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김정일의 성가만 높여준 dj를 팔아 표를 얻겠다는 야당의 선거 전략에 누가 선뜻 동의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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