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물나게하는 '세종시 문제' 어떻게 풀까?

우의 마의까지 동원한 '이명박 개정안' 지지운동

모세원 박사 | 기사입력 2010/02/03 [22:28]

신물나게하는 '세종시 문제' 어떻게 풀까?

우의 마의까지 동원한 '이명박 개정안' 지지운동

모세원 박사 | 입력 : 2010/02/03 [22:28]
갈등과 대립을 첨예화시킨 이명박 대통령

신물나게 되풀이되는 얘기이지만,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지도자야말로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지도자다.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리더는 훌륭한 지도자가 못된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끊임없이 언론비판의 표적이 되더니, 청와대와 내각인사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아예 ‘고소영’ · ‘강부자’ 대통령이라는 비속어(卑俗語)로 불리며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보 때부터 주장하던 이른바 ‘대운하’프로젝트를 국민의 70%가까이가 극력반대하자 이를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만을 슬쩍 바꿔 강행하여 불신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신뢰를 잃어갔다. 
 
뿐만 아니라, 임기 2년을 마무리하는 지난해 11월 ‘백년대계’라는 명분을 내걸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행복도시 법)’을 무효화하는 ‘세종시 법 개정’에 발 벗고 나섬으로써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첨예화시켰다. 

대권밀약하고 정운찬 내세워?
 
▲ 모세원  박사
전임 한 총리는 세종시법 무효화에 앞장서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세종시 건설은 경제적으로 비율적이고 비생산적이다”라고 호언하던 정운찬을 총리로 기용하여 세종시 폐기를 관철시키는 데 선봉장(先鋒將)으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정운찬에게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차기 대권이라는 꿀을 주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정운찬은 지난 해 9월 총리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세종시 건설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도 없었을 뿐 아니라, 더욱이 대권 밀약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난센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정운찬 뒤에 숨어 꼼수를 부리던 이명박 대통령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비겁하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하여 드디어 지난해 11월 행복도시 법 개정을 공식화했다. 그리하여 정운찬의 저간(這間)의 말(이 대통령과의 밀약설 부인 등)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정운찬은 과거 노무현과 코드가 딱 들어맞아 열린당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敵)를 내세워 노무현과 열린당이 추진한 세종시 건설을 무효화하는 데 앞장서게 함으로써 단번에 반대여론을 제압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은 민주당으로부터 ‘배신자(정운찬)’ 논란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오히려 강력한 역풍(逆風)에 부딪쳐 좌초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정운찬은 총리에 취임한 이후 한 일이라고는 지난 해 10월 3일 추석날 ‘용산난동 사망자’ 유가족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그들에게 35억 원이라는 엄청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고작이었다. 아울러 그들의 장례를 ‘범국민장’으로 치루게 함으로써 ‘폭력난동자들’을 ‘애국지사’로 만들어 준 것이 총리로서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의 전부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충신?이되어 대전과 연기공주지역에 살다시피 하면서 오로지 세종시 법 개정에 목을 매달았다. 살던 마을이 세종시 건설 예정지가 되면서 생활터전을 빼앗기고 조치원읍으로 이주한 어느 주민을 찾아가서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사진을 보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뭐길래 자기가 저지른 일도 아닌데 저렇게 비굴하게 굴어야만 하나?”라며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 국민 앞에 놓여진 세종시 문제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대한 경제와 교육, 사법, 노동, 그리고 북한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을 외면함으로써 총리의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를 겨우 면한 0.2% 성장했고, 실업자는 4백만 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부자(父子)구직자가 넘쳐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또 김정일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을 남쪽을 향해 몽땅 써버리고 죽든지 살든지 하자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그의 졸개들을 시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연일 포탄을 퍼붓고 있어 국가의 안보가 백척간두에 놓여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총리라는 사람이 이렇게 중대한 국가대사를 젖혀두고 세종시 일에만 매달려 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그를 총리가 아닌 ‘세종시 전담 특명전권 대사’로 임명했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비겁함도, 정운찬 총리의 비굴함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술자리의 단골 메뉴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종시 때문에 신의를 팽개친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평소에 신의를 귀하게 여긴 분이라는 것은 거개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 번 한 약속은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지켜왔다는 것이 가까운 사람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2007년『이명박의 흔들리지 않는 약속』이라는 저서까지 출간한 사실은, 그가 약속을 얼마나 중하게 여겼으며 철저히 지켜왔나 하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의 장로(소망교회)로서의 독실한 종교적 신념도 그를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는 신의(信義)의 사나이로 만든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성경에는 주의 성산에 사는 자는 “그의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하지 아니하는 자”(시편 15편 4절)라고 못 박혀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2002-2006)에 노무현이 연기공주지역에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공약하고, 대통령이 되어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는 “군대 탱크를 몰고가서라도 저지하고 싶다”(p씨 증언)며 분노를 억제하지 못했다.그러나 2004년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시 대표의 주도로 세종시 법을 당론으로 결정할 때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었다. 대통령 후보 때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 법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모략중상을 일삼은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라는 약속을 20 번이나 했었다.

약속을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던 그가 하루 아침에 ‘입으로 한 서원’과 장로로서의 종교적 신념도 다 팽개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강변한다. “내가 서울시장 시절에 주장한 세종시 건설 반대가 원래 내 소신이었기 때문에 지금 세종시 법을 수정하려는 나의 정책은 신의를 저버린 것이 아니다”라고.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자기 합리화이며 또 하나의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비판이다. 왜? 아무리 대통령이 되려는 데에 눈이 뒤집혔다손 치더라도, 최고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 그리고 능력을 눈곱만큼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저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법을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종시 법은 무슨일이 있어도 지킬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한 그의 맹세는 대한민국 국민을 기만한 것이었다. 

원칙과 약속 지키면 매국노 되는 대한민국, 박근혜의 약속은 미생지신이라고?

“세종시 건설은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따라서 나는 이명박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즈음 청와대와 친이계, 그리고 어줍잖은 기회주의자들로부터 국론분열의 괴수이며, 적(김정일)을 이롭게 하는 매국노(賣國奴)로 매도(罵倒) 되고 있다. 친이계의 홍준표 의원은 박근혜 대표를 향해 “당을 떠나라”는 막말까지 퍼부으며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라는 사람은 ‘미생지신’이라는 고사를 빗대어 박근혜를 어리석은 고집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박근혜는 이에 “물에 백 번 떠내려가 죽을지라도 나는 미생이 되겠다”면서 세종시 수정반대의 굳은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가슴 후련한 말이요, 산뜻한 반격이었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사자성어는『사기(史記)』의「소진전(蘇秦傳)」에서 전해진 것으로 약속을 지킨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의미다. 춘추전국시대에 노(魯)나라에 미고(尾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벼슬을 하지 않았기에 관습대로 미생(尾生)이라고 불렸다. 그는 평소에 크든 작든 모든 약속을 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다.어느 날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려고 억수 같이 퍼붓는 빗속에서 밤이 늦도록 기다리다가 불어난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그의 애인은 비가 오기 때문에 미생도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으리라 색각하고 아예 약속을 지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박근혜 대표가 미생이라면, 미생의 애인은 이명박 대통령인가?

이렇듯 약속을 지키려고 융통성 없이 고집을 부리는 것을 ‘미생의 약속’이라 하고, 이는 ‘교주고슬(膠柱鼓瑟): 기둥을 아교로 붙여두고 거문고를 탄다’과 같은 맥락의 뜻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약속을 천금과 같이 여겨 그걸 지키려다 죽은 미생만을 어리석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 지키는 것(신의)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으며 사는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생의 애인을 살인자라고 비난할 수밖에 없다. ‘미생의 애인’은 요즘의 이명박 대통령에 비유될 수도 있어, 정몽준의 '미생지신‘ 은 잘못된, 그야말로 어리석은 어휘선택이랄 수밖에 없다. 이를 일컬어 욕교반졸(欲巧反拙)이라고 하던가. 교각살우(矯角殺牛)라 하던가.

신뢰를 잃으면 국가는 바로 설 수 없어

필자는 세종시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이다. 노무현이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법을 무시하고 약속을 어기며 억지춘향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류(類)의 행태는 ‘대한민국의 미래(그들의 표현대로라면 백년대계)’를 위해서 그냥 눈감고 넘길 수가 없다. 신뢰를 얻지 못한 국가는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어느날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선생님, 만약에 병(兵), 식(食), 신(信) 중에서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병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다음은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식을 버려라.” “군대도 식량도 다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군대와 양식은 또 마련할 수 있지만, 신뢰를 잃으면 국가는 바로 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16세기 중엽 일본의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의 군사(軍師) 타이겐 셋사이(太原雪齊)는 이마가와의 인질이 된 타케치요(竹千代,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명)에게 논어(論語)를 가르치던 어느 날, 공자와 자공이 주고받던 병, 식, 신을 가지고 타케치요를 시험한 적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인질로 있을 때 무언가 먹을 것이 생기면 어떻게 했느냐.”
“예, 저는 먼저 산노스케에게 주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제가 먹었습니다. 젠쿠로는 제가 먹지 않으면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허어, 젠쿠로는 다케치요가 먹기 전에는 안먹었다고?”
“예, 하지만 얼마 후부터는 젠쿠로를 따라 산노스케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미리 셋으로 나누어 제가 먼저 골라 먹었습니다.”
“젠쿠로는 왜 먹지 않았을까. 그 후에 산노스케도 젠쿠로를 따라 다케치요가 먹기 전에는 먹지 않았다고? 왜 그랬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산노스케는 어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케치요가 다 먹어버리면 제 것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인의 것이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먼저 냉큼 받아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젠쿠로는 다케치요가 혼자 다 먹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 그래서 상전인 다케치요가 먹기 전에는 절대로 먹지 않았던 거야. 다케치요를 믿고 있었던 거지. 알겠느냐.”

“예, 알 것도 같고.....”

“그 다음에는 산노스케도 다케치요를 믿게 되었기 때문에 다케치요가 먹기 전에는 그도 먹지 않았지. 믿음(信)이 있었기에 한 줌의 식(食)이 살아나서 세 사람의 목숨을 이어준 것이야. 그런데 그 믿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글쎄요. 서로 싸우게 되었겠지요.”

“맞다. 처음에 젠쿠로가 혼자 먹었다면, 너와 산노스케는 굶었을 게다. 다케치요가 혼자 먹어도, 산노스케가 혼자 먹어도 다른 두 사람은 굶어야 했겠지. 사람과 사람사이에 신이 없어지면, 신이 있을 때는 세 사람 모두 굶주림을 벗어날 수 있었던 그 식이, 세 사람이 다투는 씨앗이 되어 오히려 세 사람을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게야. 알겠느냐.”

“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서로 믿는 마음----그런 믿음이 있어야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야. 인간이 만든 것이 국가라고는 하지만 믿음이 없으면 짐승의 세계---짐승의 세계에는 식이 있어도 서로 싸움이 그치지 않는 거란다.” 

오만과 독선에 물든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막무가내(莫無可奈)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아무래도 오만과 독선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가 아닌가 하는 짙은 의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표를 “소중한 파트너”라고 하면서도 계속 적대시해 온 일은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김정일은 “조건없이 만나겠다”(1월 29일 bbc 인터뷰)고 하면서도, 박근혜와의 만남은 “건의(정운찬 등의)가 들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라는 것이 정가의 일치된 견해다. 

여의도 정치를 불신한다”면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을 무시함으로써 야당과의 대화는 물론 여당의 협조마저도 이끌어 내지 못한 점,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굳이 ‘사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점 등등은 독선의 표징인 것이다.

우리 국민은 노무현 5년 동안 그의 오만과 독선에 하도 시달려 왔기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옛말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에 또다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불현듯 오자부장(傲者不長)이라는 황당한? 낱말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국민투표,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이명박 정부는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지난 1월 1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을 대체한 ‘연기 · 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교육과학경제도시 특별법)’을 발표하고, 1월 26일 입법예고 했다. 마지막 수 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당론도 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당론을 결정하기 위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60여 명이나 되는 친박계의 반대가 거센 이유이겠으나, 여당이 설혹 어찌어찌하여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다고 해도 ‘이명박의 백년대계’의 앞날에는 태산준령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국회상임위를 통과해야 된다. 우격다짐으로 상임위를 통과해도 본회의에서의 통과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치적 동반자”라던 박근혜와의 화해가 물건너 갔고, 야당과도 대화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이명박식의 리더십’으로는 국회 본회의 통과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상식있는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편법으로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느니 여론조사로 결론을 내자느니 하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지각없는 짓임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정부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 하지 않은 치졸한 발상이며, 매국적인 행위이다.

특히 이명박 진영은 박근혜와의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최시중 한국갤럽회장을 앞세운 여론조사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았기에, 여론조사 방식에 군침을 흘리며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다 알만큼 알고 있다. 여론조사만큼 조작하기 쉬운 것이 없다는 현실을! 

우의(牛意) · 마의(馬意)까지 동원한 '이명박 개정안' 지지운동

정운찬 총리는 1월 11일 세종시 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 지지를 얻기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여 개정안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공언대로 국정원까지 개정안 홍보에 나서고 있으며,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시민단체는 물론이요 종교단체까지 연일 신문에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우의 마의까지 끌어드려 이승만과 이기붕을 지지 · 찬양하던 자유당 정부의 망령을 50년 만에 다시 만나는 것 같아 황당한 심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더욱이 ‘이명박의 개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단체들은 노무현이 세종시 건설을 추진할 때는 아무소리 못하던 무리들이 아니던가! 

세종시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대한민국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세종시에 갇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지와 반대가 확연히 구분되었고, 적과 동지가 누구인지도 분명하게 드러난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대화나 타협이라는 것은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나야 한다느니, 대통령과 야당대표가 대화해야 한다느니 하는 논의는 현실감각이 결여된 진정성 없는 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따라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하루 속히 당론을 정하고, “4월에는 처리되어야 한다”는 정운찬 총리의 소망대로, 국회는 조속한 시일 안에 문을 열어 ‘이명박 개정안’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박근혜의 ‘원칙과 신뢰’가 승리하든지, 이명박의 언필칭(言必稱) ‘백년대계’가 득세하든지 간에, 양측은 모두 이에 승복하고 우리 앞에 닥친 산적한 중차대한 도전에 총력을 기울여 맞서야 한다. 지금은 갑론을박, 탁상공론일랑 제발 그만두고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 그리하여 하루 빨리 세종시라는 멍에에서 자유로워져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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