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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된 한 사형수 '눈물겨운 딸사랑'
<독점 증언>박삼중 스님, 잊을수 없는 사형수 이야기
 
김성애 논설위원

세상 부모들이 자식 사랑은 끝도 없고 한도 없다. 형무소 내에서도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심정들 역시 더욱 더 애절하다 못해 피를 토한다. 자식에게 사형수의 자식이라는 붉은 명찰을 옭아매고 떠나는 애비의 심정이란 어찌 말로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애비로서 못 다 한 사랑에 눈물짓는 사연은 자신의 죗값 한가운데 고스란히 녹아서 흘러내렸다.
 
삼중스님과 사형수들의 질긴 만남은 단순 무식하게 뛰어다닌 스님의 젊은 날의 행적이 인연의 계기였다고 한다. 마치 소가 뒷걸음치다가 사형수 한 명을 구명한 소문이 팔랑팔랑 날아서 늙어빠진 스님을 지금까지 떠돌게 한다면서 크게 웃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종교를 떠나 스님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또한 그 시절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집행장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맞았던 사형수가 있었다. 고금석과 삼중스님에 대한 아름다운 사연은 사형수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다. 고금석 사형수를 옆에서 지켜 본 동료 사형수들은 종교를 떠나서 스님의 장삼자락을 붙잡고 매달렸다. 
 

▲ 삼중 스님    ©브레이크뉴스
하루는 삼중스님이 있는 교화실로 불자인 사형수가 동료 사형수와 함께 들어왔다. 함께 나온 사형수 육근성은 삼중스님의 면회를 겨우 얻어 냈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불교나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다. 큰 키에 사슴과 같은 선한 눈망울을 가진 사람이었다. 전직인 밤업소의 무명가수로 용모는 아주 준수하였다. 교화실에서는 사형수에게 죄명에 대한 어떠한 변명이나 설명을 보태지 않는다. 그는 어떤 종교에도 관심이 없고 또한 믿고 싶지 않다는 말부터 꺼냈다. 다만 자신이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불교도 아니고 기독교도 아닌 자신의 딸이라고 밝혔다.
 
쪽방 골목에 앉아있는 딸
 
“나는 사형수들과의 만남에서 종교와는 되도록 관계치 않고 그들의 말을 들어줍니다. 불자인 나를 만나러 온 이유는 종교를 떠나서 자신의 딸내미 때문에 왔다고 했습니다. 딸아이의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하더군요.
 
5살짜리 어린 딸내미에 대한 비참한 환경이 애비로서 눈앞에 그려지는지라 눈물만을 한동안 흘리더군요. 어린 딸이 부모 없이 홀로 성장할 생각을 하면 어디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잔잔히 털어 놓았습니다.”
 
자신의 노부모와 어린 딸은 변두리 쪽방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몇 해 전부터 그의 아버지는 중풍으로 거동을 못하여 자리에 누워 있고, 늙은 노모가 손녀딸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어느 누구의 돌봄도 없는 딱한 처지였다. 비참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것도 불쌍한데 사형수의 자식이라는 올가미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온다고 했다.
 
감옥소의 쪽잠까지도 잠들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차라리 아들이었다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든 헤쳐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나 딸의 성향이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런 딸의 사춘기를 미리 예견하면서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쪽방에서 혼자 노는 딸내미가 눈에 밟혔겠죠. 할머니는 한 푼이라도 벌자고 생활근로일로 일하러 나간 데요. 그럴 때는 쪽방 골목에서 혼자 앉아 있는 딸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하네요. 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좁다란 쪽방 골목에서 딸아이는 늘 아빠를 기다린다고 해요. 첫 만남에서 딸의 사랑을 절절하게 내비치는 인간적인 모습에 그만 반했습니다.
 
자신의 딸을 한 번만이라도 만나달라는 선한 눈망울에는 망울망울 사랑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스님,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를 대신해서 제 어린 딸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오.’하는 애절한 소원은 나를 쪽방으로 내몰았습니다.”
 
운명이 사형수 올가미?
 
그는 스님의 눈빛에서 마음을 툭 열었다. 스님 역시 그의 애절한 부정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삼중스님은 그의 사연을 듣는 순간에 ‘사람마다 자신의 운명을 빗겨갈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싸였다. 한 번도 생각지도 않는 운명론에 푹 빠져 들었다. 자신의 운명 앞에서 사형수라는 올가미를 벗어 던질 수 없었던 그의 사연은 기막혔다.
 
“그의 선한 눈에는 ‘운명’이 사형수의 올가미를 덧씌운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젖게 합니다. 평범한 그를 마술을 부려 사형수로 만든 것처럼 선한 눈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암을 선고한 의사의 오진으로부터 운명은 시작되었습니다. 우연하게 만난 여자와 이어지는 운명은 평범한 인생을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인물도 좋고 전직이 밤무대 가수였으니 여자들이 꽤나 따랐을 겁니다. 그의 용모에서는 독한 데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고 사는 형편이 꽤나 힘들었나 봅니다. 좁은 쪽방에서 중풍으로 누워있는 노인과 할머니, 두 부부와 젖먹이 딸, 도합 5명이나 산다는 현실이 여자를 도망가게 만들었던 게죠. 여자가 없는 집안에는 언제나 문제들이 일어나는 게 살아있는 자의 고통입니다.”
 
사랑에 눈 먼 연인들은 현실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결혼하여 1~2년을 살다보면 현실에 대한 식별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사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가정은 휘청거리면서 흔들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흔들렸던 아내가 어린 젖먹이를 남겨 두고 떠나자 그의 비참한 현실은 똬리를 틀었다. 젖먹이를 보듬고 열 번 넘게 절벽에 올라갔다고 한다. 자신 혼자서 절벽 밑으로 뛰어 내려 죽는 것은 아무 미련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고 옹알거리는 어린 젖먹이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생각에 다시 절벽을 내려왔다고 한다. 자신이 죽으면 부모 없이 자라는 딸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겨우 살고 있는 그에게 운명은 그림자처럼 매달려 있었다.
 
‘암’이라는 의사의 오진
 

▲ 고 이서옹 조계종 전 종정 스님과 삼중  스님(오른쪽)    ©브레이크뉴스
“밤업소 가수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면서 사는데 의사로부터 암이라는 선고를 받았데요. 없는 사람들은 몸이 전 재산인데 청천벽력 같은 암은 집안을 거덜 나게 만든 거예요. 하나 있는 자식을 살리겠다면서 할머니가 제일 먼저 나선 거예요. 급전으로 300만원을 꾸었나 봐요. 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말에 암 덩어리는 제거되었으나, 이미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위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더군요.
 
살아도 5~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황당한 통보에 그만 분통을 터졌다고 하네요. 수술을 해도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는데 왜 300만원 생돈을 날리게 하냐는 원망은 대단했겠죠. 병원을 들락거렸으나 어디 한 푼이라도 보상해 주겠습니까?
 
자신은 죽어도 아무 미련이 없었으나, 어머니의 빚 300만원은 절망의 틀을 덧씌워지게 만들었습니다. 수술 후유증으로 노동일도 못하고, 밤업소에서 노래도 못하게 되었답니다. 자신의 이런 절망스런 처지를 친한 친구에서 털어 놓았답니다.”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비관적인 자신의 처지를 설사하듯이 다 토해냈다. 전과가 있던 친구는 어려운 그의 심정을 잘 이해해 주었다. ‘야! 우리 그냥 이대로 죽기는 억울하지 않느냐? 더러운 세상,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서로에게 하소연하다가 뜻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어머니의 빚을 갚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죽기 전에 한 탕을 해야만 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는 대화는 잘 통하였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지하철로 타고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다 보니, 내리는 정거장을 지나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정거장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에 운명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사건의 대상 인물을 만났으니 그리 말하는 것이죠. 예전에 육근성과 화투를 쳤던 돈 많은 여자를 우연히 지하철 정거장에서 만난 거예요.
 
화투판에서 여자가 유혹을 먼저 했었나 봐요. 그러나 그의 거절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이였다고 합니다. 지하철 정거장에서 여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전혀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관계라고 합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이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하철 정거장에서 지나쳐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반갑게 먼저 인사말을 건네 쪽도 여자였다고 합니다.”
 
친절이 사건종말, 죽음으로
 
우연히 만나서 인사를 나누던 여자를 친구는 사건의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리 말했는지 두 사람에게 자신의 집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 자신의 집에서 차 대접을 하고 싶다는 여자의 유혹은 다른 뜻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여자의 제안이 그리 탐탁하지 않아서 따라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가 계속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여자의 뒤를 따라갔다고 한다. 집에 도착한 여자는 두 사람에게 친절히 차 대접을 잘해 주었다고 한다. 여자의 친절이 사건을 일으키게 했다.
 
“친절이 죽음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육근성은 그 날은 친구의 집에서 잤다더군요. 다음 날 친구가 여자 집에 가자는 제안을 먼저 꺼냈다하더군요.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의 증언이 달라집니다. 집행을 당하기 전, 그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무기수로 형무소에 살고 있는 육근성의 친구는 증언을 달리 합니다. 신문기사에 육근성에 대한 사연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친구는 항의 비슷한 말을 제게 했습니다. ‘스님, 좀 알고 이야기를 하셔야죠?’ 그래도 절대로 여자를 해치러 여자의 집에 가지 않았다는 그의 진심을 믿습니다.”
 
그는 차용증서를 써주고 돈 3백만 원을 빌려보고자 여자의 집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여자는 그에게 자신과 함께 살지 않겠느냐는 유혹으로 몸을 접근했다고 한다. 너무 지나치게 다가서는 여자에게 돈을 빌려 볼 요량을 궁리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옆방에서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근성과 여자의 이야기가 무르익는 순간에 사건이 터진 겁니다. 옆방에서는 여자의 딸이 혼자 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친구는 자고 있던 딸을 겁탈하려다가 반항하자 죽인 것입니다. 사실 범죄는 처음부터 살인을 하려고 진행하지 않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첫 단계에서 도덕성은 온데 간데 사라져 버립니다.
 
은행에 취업한지 일 개월도 안 된 앳된 처녀를 죽였다는 친구의 말에 사건은 연이어진 거죠. 육근성과 친구는 악을 써대는 여자를 죽였습니다. 그런데 옆방에 있는 딸은 아직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아 있었다고 하네요. 도덕성이 상실된 상황에서 살아있는 딸을 다시 살해한 게 사형수라는 올가미를 쓰게 된 셈이죠. 이미 벌어진 일을 피하려는 잘못된 욕심에 더 큰 범죄를 일으킵니다. 인간의 본능은 범죄를 일으키더라도 형무소에는 절대 가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극형인 사형수로까지 가는 사례를 종종 봐왔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우발적인 범죄로 일어났으나, 다시 살아있는 사람을 흉악하게 죽였다는 시각에서 사형이라는 구형을 받게 되었다. 육근성의 아는 여자였으니, 육근성은 주범으로 사형수, 친구는 무기수로 구형받았다. 이미 두 생명을 앗아갔으니 구명운동이라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건이었다. 단지 어린 딸만 도와주면 육근성 자신은 형장에서 눈을 감고 편안히 가고 싶다고 애원했다.
 
스님 할아버지 눈깔사탕
 
“간절한 아비의 부탁으로 어린 딸을 만났습니다. 딸아이의 이름을 밝힐 수 없습니다. 단지 5살짜리 딸을 22살까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5살짜리 어린애는 아주 영리했습니다. ‘스님 할아버지, 우리 아빠를 살려주세요.’하면서 늘 매달렸습니다. 약속할 길이 없는지라 노태우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면 답장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편지를 매일 쓰다시피 했습니다. 5살 꼬맹이가 글을 아주 잘 썼습니다. 그러면서 ‘스님 할아버지 내 예금통장에 돈이 있는데 내가 눈깔사탕 사드릴께요.’하면서 나에게도 부탁을 했습니다. 눈깔사탕을 사주면 아빠를 살릴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까지 했던 것이죠. 또 서유석의 ‘가는 세월’ 노래를 아주 잘 불렀어요. 아빠와 기타를 치면서 함께 불렀던 노래가사를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잘 불렀습니다.”
 
어린 딸은 노태우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매일 썼다. 물론 모아놓은 편지들은 스님 할아버지에게 모두 전달되었다. 육근성의 애끓는 딸내미의 사랑과 어린 딸이 아빠를 사랑하는 편지에 감동하여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삼중스님은 그의 딸을 양딸로 삼게 되었다. 이런 애타는 사정을 법무부에 진정서를 냈다. 그래서 그의 집행을 딸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미룰 수 있었다. 스님은 딸의 성장하는 모습을 아빠를 대신하여 옆에서 지켜보았다.
 
“몇 년 뒤에 알고 보니 육근성의 병은 암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5~6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충격으로 저지른 범죄는 이유 불문하고 흉악한 살인자이죠. 그 시절 급전을 갚기 위한 3백만 원과 5~6개월간 남은 생존일은 그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겠죠. 이런 비극적인 운명에 그저 안타까운 심정은 어찌 말로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진정서를 잘 써서 집행을 되도록 늦추었습니다. 딸아이는 철이 들면서부터 나를 보는 것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 동안 절에 잘 다녀갔던 딸아이는 사춘기시절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얼마 되지 않는 생활비를 집으로 붙여주었습니다. 육근성의 사형이 집행 당한 지 2~3년 후에는 아예 연락이 끊겼습니다. 집을 이사하면서 주소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 후 그의 딸은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좋은 소식을 다른 이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육근성 사형수 이외에도 교도소에서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의 자식 사랑은 끔찍했다. 사형수들의 대부분은 아들보다는 딸에 대한 장래를 걱정하는 아픔을 가득 담고 사형장에서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들의 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삼중스님은 항상 기원한다고 했다. sungae.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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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28 [17:39]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한자신무게제협조요망 현담 13/07/07 [10:51] 수정 삭제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부모사랑은 같은것이겠죠 저도 환갑나이지만 마음이 뭉클하네요.
제가 발행인인 한자 신문에 게제하고 싶습니다. 동의협조 부탁드립니다,
연락처 011-795-6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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