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열반,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점점 들러리가 되어 간다...

생연중학교 조완수 교사 | 기사입력 2008/04/18 [15:05]

[기고]우열반,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점점 들러리가 되어 간다...

생연중학교 조완수 교사 | 입력 : 2008/04/18 [15:05]
오늘 수업시간!
아이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우리도 야자(야간자율학습)하나요?” 아이들은 조금 불안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우열반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전교 1등부터 40등까지 1반, 41등부터 80등까지 2반,........아이들은 도대체 누가하는거냐고, 왜하냐고, 우리학교도 할거냐고 난리들이었다.

현재, 학교에서는 영어와 수학에 한해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 영어와 수학시간만 교실을 이동한다는 이야기이다. 혹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심화반과 보충반을 희망을 받아서 조정한다. 스스로 선택해서 위화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또한 반편성은 반별 평균점수를 고르게 분포하게 편성하여 성적에 의해 반이 구분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그런데 이젠 우열반편성이 가능하다. 이건 애초에 반편성 자체를 성적순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우반에 편성된 아이들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자괴감을 안고 살아한다. 또한, 우반에 들어가기 위해 더욱 더 경쟁하고, 더욱 더 많은 학원에 다녀할 것이다.

우열반 편성의 논리는 아이들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우반을 위한 논리일 뿐이다. 열반 아이들에 맞는 쉬운내용을 수업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아예 수업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십상이다. 패배의식에 젖은 아이들과 바른 수업태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분위기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절반은 무조건 잠을 자는 아이들과 절반은 떠들고 교사는 앞에서 조용히 시키기 바쁠것이다.
 
수준별 수업을 할 때 조차도 우반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열반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학부모총회를 하면, 우반학부모의 당당함에 열반학부모들은 주눅들것이다. 아마, 학교측에서도 우반 학부모를 더 대접해주고 열반 학부모들은 위화감을 느껴 다시는 학교행사에 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느끼는 스트레스를 학부모도 똑같이 받게 되지 않을까?

우리 동두천시에서도 학교를 평가할 때 입시성적을 생각한다. 중학교는 외고나 과학고를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고등학교는 서울대, 연고대를 얼마나 보냈는지, 이러한 현상들 때문에 학교에서도 소수만 잘 지도해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한다. 아마 조만간 동두천시관내 고등학교에서 서울대반, 연고대반 편성을 학교홍보에 사용하는 학교가 나올 것이다.
 
학교는 성적이 아주 우수한 아이 몇 명을 유치에서 결과를 내는데 올인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은 늘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학교전체가 그 소수아이 몇 명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전체등수에서 그 숫자를 늘리는 역할을 할 뿐이다. 좋은 학교란 다수의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학교가 아닐까? 왜 우리는 내 아이가 서울대갈 것도 아닌데 서울대 보낸 학교를 가려고 하는 것일까?

교육과학기술부 발표를 보며 mbc 신년교육특집 프로그램이 생각이 났다. oecd가입국 중 학업성취율 1위의 핀란드와 2위의 한국 아이들의 삶을 비교한 프로그램이다. 두 나라 모두 학업성취율이 우수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느낌은 서로 너무 달랐다. 무엇이든 경쟁을 통해서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 우리나라와 부족한 아이들을 도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보다 못하는 아이를 적게 만들려는 핀란드의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oecd교육국 책임관리자의 인터뷰가 교사인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국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아닙니다. 공부에 대한 의욕은 낮지만 성적은 좋죠. 왜일까요. 바로 경쟁때문이죠!”

왜 학교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점점 들러리가 되어 가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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