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55) - 미래의 축복받은 땅, 대전

이응국 | 기사입력 2008/01/14 [17:24]

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55) - 미래의 축복받은 땅, 대전

이응국 | 입력 : 2008/01/14 [17:24]
 *미래의 축복받은 땅, 대전

  하늘이 있고, 땅이 있음인가? 땅의 신령함은 천도(天道)의 운행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지리(地理)의 묘함이 이와 같은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땅으로 일컬어져 왔다. 태초의 밝음을 연 곳! 우리가 사는 이곳은 문명의 발상지였다. 중국인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을 ‘주신’족 혹은 ‘조선’족이라 불렀다. 주신이나 조선이나 비슷한 음이며 같은 뜻이니, 이는 ‘하늘이 내려주신 씨앗’이라는 의미이다. 적어도 그들은 이 자리를 만물을 생하는 씨앗 심은 자리로 본 것이다.

  또한 동쪽의 해 돋는 곳이라 해서 ‘부상국(扶桑國)’이라 불렀고, 대인(大人)이 사는 나라라 하여 ‘동이족(東夷族)’이라고 하였으며, 어진 군자들이 사는 나라라 하여 ‘군자국(君子國)’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들에게 항시 외경의 대상이 되어온 이 땅은 중국에서 보면 동북 간방에 위치한다. 간방의 중심 자리가 백두산이다. 옛날에 중국은 낙양(洛陽)을 천하의 중심지라 여겼다. 따라서 그곳에서 패철을 놓고 보면 백두산은 동북 간방에 닿는다.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을 중심으로 신령한 기운이 이 땅을 덮고 있는 것이다. 주역의 문왕 팔괘를 보면 간괘(艮卦)가 동북방에 위치하니 우리 민족을 ‘동북 간방’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물은 산에서 비롯되고 산에서 이룬다 했으니 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천하의 모든 산들이 중국에 있는 곤륜(崑崙)산을 조종(祖宗)으로 삼는다. 이 곤륜산에서 세 줄기(三幹)가 동쪽으로 뻗었으니 그 중 한 줄기가 백두영봉(白頭靈峰)을 만들었다. 산이 가는 곳에 물길도 따라 흐른다 했던가? 황하(黃河)와 장강(長江)이 모두 산을 따라 동쪽으로 흘러오니 중국의 거대한 기운이 모두 발해만과 황해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일찍이 근세에 역학자였던 야산(也山) 선생은 동북 간방인 우리나라가 후천에 다시 크게 발흥하리라고 예언하며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남긴 적이 있다.

  萬水東流歸處盡(만수동류귀처진)하니   온갖 물 동쪽 흘러 모인 곳 때가 다 됐으니

  太平洋上一龍江(태평양상일룡강)이라   태평양 위에 한 마리 용이로구나

  이는 무슨 뜻인가? ‘만수동류’는 중국의 江河가 동쪽으로 흐른다는 것이요 ‘귀처’는 황해를 가리키고 ‘진’은 선천이 다 됐다는 뜻이다. 다음 구절은, 용 한 마리가 태평양 위에서 승천하리라는 뜻이니 용은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장차 우리나라가 후천시대에 크게 비약(飛躍)할 것임을 예견한 시이다. 서해안이 기름유출사건으로 잠시 절망적이긴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 생각하자. 도도히 흘러 들어오는 저 대륙의 서기(瑞氣)는 이제 때가 되어 크게 발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성스러운 기운이 항시 감도는 것도 신나는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곳 대전(大田)은 어떤 곳인가? 곤륜산 정기가 결집(結集)된 백두산을 우리나라에서는 만산(萬山)의 조종(祖宗)으로 삼는다. 백두산으로부터 중심(中心) 출맥(出脈)해서 백두대간(白頭大幹)의 등줄기를 타고 강원도로 내려와 금강산을 만들었으니, 금강산 봉우리는 11,520 봉우리로 대략으로 말하자면 12,000 봉우리다. 11,520 봉우리라 함은 주역에서 말하는 ‘만물지책수(萬物之策數)’를 뜻한다. 즉 곤륜산의 정기가 이곳 금강산에 이르러 활짝 꽃피듯 만발했다는 것이다. 백두산 정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내려와서는 태백산(太白山)을 만들었고 이 맥은 계속하여 소백산(小白山), 속리산(俗離山), 덕유산(德裕山)까지 내려와 지리산(智異山) 72 봉우리를 맺었으니 선천의 기수(氣數)가 맺힌 곳이다.

  선천이 있으면 후천이 있다. 곤륜산의 정기는 지리산에서 끝나지 않고 회전해서 다시 북으로 역행(逆行)하니 마이산(馬耳山), 대둔산(大屯山), 천호산(天護山), 향적산(香積山) 국사봉을 거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솟구쳐 계룡산(鷄龍山)을 이루었으니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서는 이를 ‘지리산으로부터 역룡칠백리(自智異山 逆龍七百里)’라 하였다. 저 중국대륙으로부터 출발한 거대한 용이 수만 리를 거쳐 태극 모양을 그리면서 계룡산까지 흘러온 것이다. 이 계룡산을 중심으로 충남 공주시와 논산시 그리고 대전광역시가 자리 잡고 있다.

  산이 불끈 솟은 곳이 곧 물의 발원처가 되니 물은 또 어떠한가? 계룡산 남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신도(新都)안을 적시고 두계천(豆溪川)을 이루며 동남쪽으로 흐르다가 동북쪽으로 역류하여 갑천(甲川)을 거친다. 갑천이 대전의 넓은 밭을 적시면서 부강(芙江)에서 금강의 원줄기와 합류하니 부강은 대전(大田)의 한문(捍門)이 된다. 한문은 수구(水口)를 막은 곳이니 대전의 모든 물줄기가 이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부강을 통과해서 계룡산 물은 역시 한 바퀴 돌면서 공주를 거치고 부여를 감싸며 강경 군산 쪽으로 빠져 나간다. 계룡산 물이 역시 커다란 태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계룡산은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을 모두 간직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태극이란 만물을 생하는 근원적인 힘이요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말하자면 씨앗의 핵심이란 뜻이다. 중국인들이 경외하고 주역에서도 찬양했던 동북간방! 천하의 간방이 바로 우리나라요 우리나라의 중심지가 바로 계룡산이다. 계룡산의 힘이 넘쳐서인지 남은 기운은 다시 서쪽으로 흘러 부여(扶餘)까지 이어졌다. 부여라는 지명(地名)이 ‘붙들 부(扶)’ ‘남을 여(餘)’ 즉 ‘계룡산의 남은 여기(餘)를 붙들었다(扶)’는 뜻이니, 부여는 태극의 응어리진 기운이 뭉쳐있는 곳이다. 그 때문인지 과거 강점기 때 일본은 부여를 그토록 숭배했고,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라는 명분 아래 부여에 신궁(神宮)을 설립함으로써 동양인들을 황민화(皇民化) 시키려는 메카로 이용하려 하였다. 한편으로는 부여를 통해서 자신들의 명(命)을 이으려 했던 것이다.

  산과 물이 태극의 모양으로 이루어진 계룡산 명칭은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생겨났다. 닭과 용이라는 두 가지 동물로 이름 붙여진 것인데 옛날 무학대사가 신도(新都)를 정하기 위해 이태조와 함께 신도안의 좌우 산세를 둘러보고 “이 산은 한편으로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요 또 한편으로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이니 두 주체를 따서 계룡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한 데서 계룡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산 형상이 그러해서 계룡이라 이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계룡’이라는 단어는 좀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역에 풍뢰익괘(風雷益卦)가 있다. 익괘의 뜻은 세상을 유익(有益)하게 한다는 것이며, 후천이 언제 오는지를 암시한 괘다. 그리고 익괘 속에는 ‘나라를 옮긴다(遷國)’는 내용이 있다. 한정된 지면이라 상세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다만 풍뢰익괘는 상괘(上卦)가 바람(風)인 손괘(巽卦)이고 하괘(下卦)가 우레(雷)인 진괘(震卦)이며 이 두 괘가 합쳐서 이루어진 괘이다. 그런데 바람은 닭을 상징하고 우레는 용을 상징하니 계룡(鷄龍)의 뜻이 익괘(益卦)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닭은 세상에 때가 왔음을 알리는 동물이니 후천이 오는 때를 알린다는 뜻이다. 금계(金鷄)가 울고 후천시대가 되면 용은 승천할 것이다. 계룡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뜻이다.

  동북 간방은 태극의 정기를 간직한 곳이다. 이 땅에 태극의 기운이 태동하려는 조짐 때문인지 구한말에는 태극기가 국기로 제정되었다. 일제치하 속에서도 태극기는 마치 부적처럼 광복군들의 품에 숨겨져 민족혼으로 새겨졌고 3.1운동 때에는 물론 광복일에도 태극기는 전국을 뒤덮었다. 태극기의 출현으로 곧 계룡산의 운이 도래하는 것임을 예전 사람들은 직감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대전(大田)을 태전(太田)이라 불렀음도 아마도 계룡산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단지 ‘크다’는 뜻만으로 ‘대전’을 ‘태전’으로 불렀던 것이 아니라, 이곳 대전이라 하는 땅이 후천시대에 태극의 원리처럼 크게 발흥할 것임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본래 대(大)는 옛날 음(音)이 ‘태’였다. 예를 들면, 대학(大學)을 처음에는 ‘태학’으로 불렀으나 후대에 주자(朱子)가 대(大)는 대인(大人)의 뜻이라면서 ‘대학’으로 읽은 뒤로부터 ‘태학’을 ‘대학’으로 읽게 된 것이다. 주역에서도 ‘대화(大和)’를 ‘태화’로 읽는 것 등이 바로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굳이 대(大)를 태(太)로 쓰려는 이유는 태극의 뜻을 좀 더 드러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계룡산이 ‘산태극 수태극’을 간직하고 있으니 태극의 도가 펼쳐질 곳이 바로 대전임을 옛 사람들은 안 것이다. 태극에서 만물이 생하는 이치가 마치 콩의 발아하는 모습과 똑같으므로 태(太)를 ‘콩 태’라고도 부른다. 콩은 오곡(五穀)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왔으므로 예로부터 태극을 콩으로 곧잘 비유하였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콩 태’라 부르는 것도 동북간방의 우리나라가 문명의 시원을 이룬 곳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대전천 주변에 콩을 많이 심었었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대전을 바라보며 태극을 연상하는 일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계룡산에서 발원한 물이 두계(豆溪)에서 시작된다. 두(豆)는 ‘콩 두’자이니 시작의 뜻을 지니고 있다. 두계에서 갑천(甲川)을 이루니 갑(甲)은 또한 무슨 뜻인가? 밭(田)에 콩을 심어 뿌리를 내렸으나(甲)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모습이다. 주역에 ‘갑탁(甲坼)’이란 말이 있으니 갑을 쪼개서 좌우로 벌리면 문(門) 자가 된다. 이 문을 통해서 싹을 틔우는 것이다. 신(申)자가 바로 이 뜻이다. 선천의 갑(甲)이 후천에는 신(申)으로 싹을 틔운다는 뜻이다. 갑천의 물이 대전(大田)이라는 ‘한밭’으로 흘러들어 윤택하게 적시면서 관통하고 있으니 이 역시 신(申)자의 모습이 아닌가?

  오랜 옛날부터 복지(福祉)를 기약했던 땅 대전! 단순히 대전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이 지역의 주어진 운명이 그렇기 때문에 대전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어느 누가 이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대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전은 천혜의 복지(福地)다. 병풍처럼 두른 산들이 풍해도 막아주고 수해도 거의 없는 낙원과 같은 곳이다. 그릇이 깨끗하면 물도 깨끗해지는 법,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했으니 좋은 땅 위에서 서기(瑞氣)를 듬뿍 받고 살아가는 대전 시민의 미래는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올해 무자년 한 해에도 ‘행복도시’ 만들기를 지향하는 대전시정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매주 화요일 19:00~21:00 : 대학중용.(학회강의실)
※ 수강료 : 50,000원 / 월

☞ 연락처 : 대전동방문화진흥회 (042)82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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