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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50) - 流芳百世(유방백세), 流臭萬年(유취만년)
 
이응국

 
 
流芳百世(유방백세), 流臭萬年(유취만년)

  공자가 「詩經(시경)」을 읽다가 正月(정월) 六章(육장)에 이르자 두려운 빛을 띠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 事理(사리)에 밝지 못한 군자들이 어찌 위태롭지 않으랴! 윗사람의 명령만 따라서 세상에 의지하자니 도를 폐하게 되고, 위에서 시키는 명령을 어기자니 몸이 위태롭도다. 세상 사람들이 善을 행하지 않는데 자기 홀로 선을 행하려 하면 사람들은 요망하다 말할 것이다. 고로 어진 자는 세상을 잘못 만나게 되면 그 命(명)을 마치지 못할까 걱정되는 것이다. 桀(걸:하나라 마지막 왕)이 龍逢(용봉:걸의 신하)을 죽이고 紂(주:은나라 마지막 왕)는 比干(비간:주의 숙부)을 죽였으니 모두 이 같은 종류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하늘이 높다고 말하지만 감히 몸을 굽히지 않을 수 없고[謂天蓋高 不敢不局], 땅이 두텁다고 말하지만 감히 발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謂地蓋厚 不敢不蹐]’ 했으니 이것은 말하자면 위로나 아래로나 죄짓기를 두려워하고 스스로 몸 둘 곳이 없는 것을 조심한 말이라 하겠다”

  이는 「孔子家語(공자가어)」에 나오는 글이다. 글 중에 ‘事理(사리)에 밝지 못하다’는 것은 때를 밝게 보지 못하고 상황을 옳게 판단하지 못한다는 뜻이니, 공자는 글을 읽다가 문득 어진 사람들이 시대를 잘못 만나고 인군을 잘못 만나서 환난을 당함을 한탄한 것이다.

  대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름을 남기고 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자칫 잘못하면 辱(욕)을 당하기도 한다. 심한 자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 자신뿐만이 아니라 후손 대대로 어두운 그늘 속에서 살게 하게도 한다. 세상사가 이와 같으니 땅에 발을 내딛는 것조차 조심하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공자는 주역에서, ‘기미를 아는 것이 신과 같구나[知幾其神乎]’라고 찬탄하였다. 누구를 말함인가? 이는 윗사람과 사귀어도 아첨하지 아니하고, 아랫사람과 사귀어도 업신여기지 아니하는 자이니, 이러한 자가 바로 幾微(기미)를 아는 군자인 것이다. 기미라는 것은 일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조짐을 말한다. 윗사람에게 아첨한다는 것은 바르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윗사람은 이에 반드시 불만을 품을 것이고, 아랫사람을 업신여긴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대한다는 것이니 아랫사람은 반드시 한을 품을 것이다. 상하가 이같이 원만치를 못하니 이런 사람은 기미를 아는 군자가 아니요 또한 그의 末路(말로)는 뻔한 것이다. 기미를 아는 군자라면 장차 닥칠 일을 알고서 이 같은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神(신)과 같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세상일에는 숨겨진 일[微]이 있고 드러난 일[彰]이 있으며, 사람의 처세에는 부드러움[柔]과 강함[剛]이 있으니 이 네 가지를 능히 알 수 있는 자를 말한다.

  그러나 이 네 가지를 안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리고 사람이 세상을 사는 데에는 分數(분수)가 있으니 분수를 지킨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옛날 聖人(성인)의 말씀에 ‘知者不惑(지자불혹)’이라 했지만 용봉과 비간 같은 지혜로운 자도 죽음을 당한 것을 보면 지혜롭다 해서 반드시 형통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仁者無敵(인자무적)’이라 했지만 伯夷(백이) 叔齊(숙제)같은 어진 자도 首陽山(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것을 보면 어질다 해서 반드시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세상에는 아무리 군자로서 학식이 넓고 깊은 지혜가 있다 할지라도 때를 만나지 못한 자가 참으로 많다. 아무리 이름을 이루고 싶어도 때가 허락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의 邪類(사류)에 편입해서 變節(변절)을 하자니 이 또한 淸廉(청렴)한 군자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군자와 소인의 갈림길이 나온다. 군자는 비록 시대를 못 만났다 할지라도 오직 도를 닦고 덕을 세우기[修道立德]만 할 뿐이다. 마치 芝草(지초)와 蘭草(난초)가 깊은 산림 속에서 태어났지만 사람이 있건 없건 꽃향기를 내품는 것처럼 군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변절하지를 않는다. 이런 자는 大義名分(대의명분)을 중시한다. 아무리 편리한 길이 있다 할지라도 의롭지 않고 명분에 어긋나면 가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 할지라도 事理(사리)에 맞는다면 분연히 걸어갈 것이다.『주역』賁卦(비괘)에 ‘수레를 버리고 걸어서 간다[舍車而徒]’는 글이 있다. 수레를 타고 갈 수 있다면 참으로 편리하겠지만 正道(정도)가 아니라면 수레를 타지 않는 것이 의리요 이것이 바로 군자의 자세인 것이다.

  소인은 이와 반대다. 음양이 번갈아 순환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지만, 소인은 자신의 뜻을 얻지 못하면 얻지 못할까 고심한다. 또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大義(대의)고 名分(명분)이고가 없는 것이다. 분수를 어기면서까지 뜻을 이루려 하기 때문에 세상의 耳目(이목)을 속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사람을 속이면서도 눈 한번 움찔하지도 않는다. 눈은 사람의 魂(혼)이 출입하는 자리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군자는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절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말이 거짓인데도 눈동자 한번 움직이지 않고 태연히 말할 수 있는 자라면 이는 참으로 무서운 자요 언제든지 세상을 해칠 수 있는 자다. 필연코 함께 하지 말아야 할 소인배인 것이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거짓말 하는 자만 나무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밝은 세상이라면 어찌 소인배의 거짓말이 활개를 칠 수 있겠는가!

  군자와 마찬가지로 소인도 시대를 따라서 榮辱(영욕)으로 오르내린다.『주역』賁卦(비괘)에 ‘그 수염을 꾸민다[賁其須]’는 글이 있다. 본래 한자의 쓰임에서 살펴보면, 입 주변에 나 있는 털을 ‘髭(자)’라 하고, 뺨에 있는 것을 ‘髥(염)’이라 하며, 턱 밑에 나는 것을 ‘鬚(수)’라 한다. 鬚(수)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턱이 움직이는 바에 따라서 오르내리니 신하가 인군을 따라 영욕을 함께하고 아내가 남편을 따라 영욕을 함께 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따라 영욕을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자는 스스로 꾸밀 수 있지만 소인은 스스로 꾸밀 수는 없고 남을 따라서 꾸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러하다보니 윗사람을 잘 만나면 영광의 길이 열리게 되고 잘못 만나면 恥辱(치욕)을 당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소인의 길인 것이다.

  韓信(한신)은 秦(진)나라 말기 어지러운 속에서 칼을 세우고 漢(한)나라를 세운 유방을 도와 마침내 南面(남면)하여 王(왕)의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마침내 결국 죽음을 당하였다. ‘兎死狗烹(토사구팽)’이 바로 한신과 관련한 고사성어인데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왕이 되지 않고 이름없이 생을 마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아니면 비록 죽음을 당할지라도 세상에 이름 한번 내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지금 시대에 와서 판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군자는 기미를 알고 분수를 지키려할 것이고, 소인은 분수를 어기면서까지 명을 받으려 할 것이다. 탐욕에 젖다보니 기미를 알 리 없다. 한 때를 이용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듯이 세상을 한번 속이고 잠시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끝까지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혼탁한 물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맑은 물은 위로 뜨고 찌꺼기는 가라앉는 법, 事必歸正(사필귀정)으로 흐르는 역사를 속일 수는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좌우도처에 神明(신명)이 깃들어 있는데 어찌 거짓말이 용납되겠는가? 컴컴한 방 안에서 이 마음을 속일지라도 神(신)의 눈은 번개와 같은 것이다.

  浮萍草(부평초)와 같은 삶이요 草露(초로)와 같은 인생이라지만 어떤 사람은 짧은 인생 동안에 큰 족적을 남기고 간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달라지는 것이다. 善(선)으로 자취를 남긴 자들의 행적을 사람들은 ‘流芳百世(유방백세)’라 하고, 惡(악)으로 자취를 남긴 자들의 행적을 일컬어 ‘流臭萬年(유취만년)’이라 표현함으로써, 아름다운 자의 행실을 꽃 향기에 비유하며 이를 길이길이 칭송했음을 알 수 있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매주 화요일 19:00~21:00 : 대학중용.(학회강의실)
※ 수강료 : 50,000원 / 월

☞ 연락처 : 대전동방문화진흥회 (042)82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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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10 [17:04]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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