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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블록체인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지만 그것을 물리학과 연결해 생각해 내지는 못한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탄생하고 알려지기 마련이다. 최근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기술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혹은 집단)이 2008년에 발행한 단 9쪽짜리 논문에서 시작됐지만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데이터를 블록 단위로 만들어 저장하는 기술,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비트코인’이 뒤따라온다. 태초에 빅뱅이 있었던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과 함께 탄생했기 때문이다. 사토시는 중앙은행 없이도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온라인 화폐를 고민했고, 이 화폐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생각해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이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도덕적 문제는 일단 미뤄두고 기술자로서의 호기심으로 사토시는 화폐가 가져야할 기본 조건을 고민한 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함부로 없애거나 만들 수 없고, 복사를 할 수도 없어야 했다. 온라인 화폐는 전자 신호로 만들어져 실제로 손에 잡히지 않는 만큼 지폐나 동전보다 더 신뢰도를 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했다.
 
사토시는 전자동전이 이동하는 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이 기록을 화폐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처음 만들어진 동전을 A가 받고, A는 전자동전을 B에게 주고, 이 동전이 C를 거쳐 D에게 갈 때까지 모든 과정을 전자 장부에 기록했다. 이 때 각 정보를 한 번에 기록하지 않고 블록 단위로 나눴다.
 
첫 번째 블록에는 ‘동전을 발행해 1월 1일 A에게 넘겼다’ 두 번째 블록에는 ‘1월 1일 A가 받은 동전은 2월 1일 B에게 이동했다’ 세 번째 블록에는 ‘2월 1일 B가 A에게서 받은 동전은 3월 1일 C가 받았다’ 네 번째 블록은 ‘3월 1일 C가 B에게서 받은 동전은 4월 1일 D가 받았다’로 기록한다.
 
각 블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정보가 겹쳐 긴 사슬(체인)처럼 연결된다. 일단 한 번 기록된 블록은 앞뒤로 다른 블록과 연결되기 때문에 정보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 블록 하나에 들어있는 기록을 바꾸기 위해서는 해당 체인에 있는 모든 블록의 정보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토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정보를 담고 있는 블록체인(=장부)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었다. 블록은 블록체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무작위로 추첨했다.
 
추첨에서 뽑힌 사람(=컴퓨터)가 블록을 만들면 해당 블록은 블록체인을 가진 모든 컴퓨터에 정보가 전송돼 블록체인에 연결된다. 정보를 조작하려면 해당 블록체인을 갖고 있는 모든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해, 블록체인을 조작해야 했다.
 사진.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의 통제 없이 개인과 개인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출처: shutterstock)
 
진정한 실시간 정보 공유 시대, 블록체인 기술이 연다
 
사토시의 기술에서는 전자동전(=비트코인)을 썼지만 동전은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전자정보로 바꿀 수 있는 수단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전자우편, 전자물류정보, 전자거래, 전자계약서, 전자유통….
 
지금까지 전자상거래는 서로 다른 수많은 개인과 기관, 기업이 제각기 다른 정보 저장 수단을 사용해 왔다. 인터넷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 직접 확인한 뒤 각자 저장 장치에 맞는 형식으로 입력했다. 타은행 수표를 입금했을 때 실제 통장에 입금되기 까지 2~3일이 걸리는 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은행에서 수표를 진짜 발행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각 은행은 블록체인을 형성하는 컴퓨터가 되고 블록체인을 보유한다. 수표를 발행하면 해당 정보가 블록에 기록되고 이 블록은 블록체인을 가진 모든 은행 컴퓨터에 공유된다. 다른 은행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모두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그동안 2~3일이 걸리던 거래를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자정보로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이든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벤처 기업인 ‘메디블록’에서는 의료 정보를 블록체인에 담으려 시도 중이다.
 
각 병원에 제각기 분리돼 있는 개인의 의료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의료 정보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SDS에서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로 물류유통과 거래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으로 잘 알려진 IBM은 다이아몬드 유통을 파악하는 블록체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다이아몬드 생산부터 최종 유통까지 과정을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해 테러 같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기술이다. 지금까지 세상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처음으로 제안한 전자‘동전’, 비트코인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전 대신 다른 정보를 담으려는 시도가 전세계 IT 개발자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10년 전 세상에 나온 9쪽 짜리 짧은 논문이 뉴턴의 사과처럼 세상을 바꿀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글: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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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2 [15:55]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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