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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산 날아다니는 셰르파의 비밀은 세포대사?!
 
이홍빈 동아에스앤씨 기자

에베레스트산 날아다니는 셰르파의 비밀은 세포대사?!

“노르게이가 없었다면 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1953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가 남긴 말이다. 노르게이는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네팔인 셰르파다. 셰르파는 등반의 전반적인 준비부터 등정루트 선정에 이르기까지 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조언해주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활약은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해수면보다 수천 미터 높은 고산지대에서는 일반인이 살기 힘들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공기 중 산소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소가 부족하면 두통, 빈혈, 호흡곤란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각할 경우 폐에 물이 차오르는 폐부종이나 뇌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바로 고산병이다.
 
일반적으로 고산병 증상은 해발 3000m 이상 고지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살을 빼려고 갑자기 무리하게 활동을 한다거나 축구처럼 격한 운동을 한 뒤 온몸에 힘이 풀리고 세상이 핑핑 도는 것 같은 빈혈 증상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몸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일종의 고산병 증상이다.
 
그러나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에서 힘들어하는 일반인과 달리 셰르파는 산소 호흡기 없이도 이리저리 산을 뛰어다닐 수 있다. 그들은 슈퍼맨인 걸까?
 
과학자들은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떤 비밀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 비밀이 드디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앤드루 머레이 교수 연구진은 2017년 4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셰르파는 일반인과 달리 힘을 쓸 때 지방보다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해 산소를 덜 쓰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럽 출신 연구자 10명으로 이뤄진 팀과 네팔 카트만두 출신의 베테랑 셰르파 15명으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 각각 해발 5300m에 위치한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도록 했다. 등반 전후에 혈액을 분석해 일반인과 셰르파의 신진대사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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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고산지대에 사는 셰르파의 적혈구는 저지대에 사는 일반인의 적혈구에 비해 두께가 얇다. (출처: EXTREME EVEREST)
 
연구 결과 셰르파의 몸은 저지대에 사는 일반인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셰르파의 혈액을 분석해 보니 그들의 적혈구는 일반인들에 비해 두께가 얇았던 것이다. 셰르파의 얇은 적혈구는 혈관 속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효율은 일반인에 비해 떨어졌다.
 
우리 몸에 흐르는 피 속에는 수많은 적혈구가 있는데 이 적혈구들은 온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공급한다. 그래서 산소가 부족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산을 오른다. 몸속 적혈구 수가 조금씩 증가해 고산병 증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혈구의 산소 운반 효율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셰르파가 고산지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세포대사에 있었다. 셰르파는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지방보다 포도당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일반적으로 같은 양이면 지방이 포도당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을 연소할 때보다 포도당을 태울 때 산소가 더 적게 필요하기 때문에 체내 산소 활용 면에서는 셰르파의 세포대사가 유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연구에서는 셰르파의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일반인보다 최대 30% 더 에너지를 낸다는 결과도 있다. 즉 셰르파의 몸은 연비가 좋은 자동차처럼 적은 산소로도 신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머레이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고지대에 살아온 셰르파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도록 신체가 바뀌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산소 결핍으로 호흡곤란에 빠지는 증상인 저산소증 치료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셰르파는 인류의 진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인류가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해 온 흔적은 많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유전학과 사라 티쉬코프 교수 연구진은 셰르파처럼 인간의 유전자가 거주환경에 맞춰 변화한 사례를 모아 2016년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리뷰 논문을 실었다. 논문에 따르면 다른 민족보다 일찍부터 우유를 마시기 시작한 중동에서는 성인이 돼서도 젖당을 잘 분해하는 유전자가 확인됐고, 말라리아의 공포가 득실거리는 아프리카에서는 적혈구가 초승달 모양으로 변해 말라리아에 강한 내성을 가진다. 지금 이 순간 지구촌 어딘가 또 다른 인류의 진화가 일어나고 있어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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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산소가 적은 고산지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셰르파의 적혈구는 환경에 맞게 변했다. (출처: shutterstock)
 
글 : 이홍빈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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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03 [16:41]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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