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여행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다

이용근 공주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15/07/05 [15:21]

행복여행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다

이용근 공주대학교 교수 | 입력 : 2015/07/05 [15:21]
21세기는 정보통신의 혁명을 통해 모든 정보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서 공유화되면서 지식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러한 지식들이 서로 융․복합되면서 변화의 물결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물질적으로 급변하는 정보화 물결에 우리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미래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우리 사회가 점차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급기야는 우울증과 자살로 까지 이르게 되어, 자살률이 세계 제1위의 나라가 되었다.


우리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정신질환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철학적인 사고를 해야만 한다. 과학의 물질문명이 발달한 곳에서 나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1세기 변화 물결이 가속화될수록 우리는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 철학적 사고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사고를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서 찾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지혜를 찾지 못하는 마을의 사람들을 상대로 ‘행복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각각 질문과 대답을 거듭함으로써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했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지만 실천할 수 없는 무지함을 깨닫게 하여 ‘인간의 무지함’을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변한 사람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마 ‘네,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답법을 통해 자신의 지식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깨닫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산파술이라 불렸다.

자신의 무지함을 보는 지혜는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첫째는 명상의 지혜이다. 이것은 눈을 감고 나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흐르는 물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듯이, 눈을 뜨고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눈을 감음으로써 고요하고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여 마음에 떠오르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무지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타산지석의 지혜’이다. 이것은 타인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질에 따라 타인을 평가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부모님의 모습을 죽도록 싫어서 나는 어른이 되면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각오하지만, 부모가 되면 자신이 싫어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그대로 자신의 모습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셋째로 고통의 지혜이다. 이것은 고통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은 자신의 생각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을 때 나타난다. 결국 자신의 고통은 자신의 실천능력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무지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지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21세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재현시키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풀러는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라고 하였다. 일상에서 떠나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나의 무지함을 알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나의 모습은 나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여행은 나를 새로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타인이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나에게 질문함으로써 ‘생각의 산파’가 이루어진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은 생각의 산파술이다’라고 했다.

낯선 곳으로 여행할 때, 우리는 기대했던 것과 현실 간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여행을 하기 전에 생각은 잘 할 수 있다고 했던 것들이 여행을 하다보면 현실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 우리는 위기감을 맞게 되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믿지 않고 자신의 관념적인 생각을 믿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면, 더 이상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진다. 여행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곧바로 실천하게 함으로써,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처럼 자신의 무지를 깨닫도록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행은 21세기 소크라테스 산파술의 재현이라고 본다.

논어에 나오는 ‘思而不學則殆’와 같이 우리는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위태롭게 된다. 낯선 곳으로 나홀로 떠나 여행을 하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생각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 삶이 준비 없이 시작된 것처럼 여행도 준비없이 떠나서 이것 저것 실천해 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야 한다. 자기 스스로 시험해 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실험해 보는 또 다른 인생의 축소판이다. 결국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한 아이가 21세기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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