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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58) - 문왕(文王)의 가계(家系)
 
이응국


 
 

* 문왕(文王)의 가계(家系) 

  글이란 도(道)를 담은 그릇과 같다. 주역에 ‘형이상자(形而上者)를 도(道)라 말하고 형이하자(形而下者)를 기(器)라 말한다’ 했으니 글이라는 것은 일종의 그릇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글이란 어둠을 밝히는 횃불과 같다. 횃불을 통해서 사람들은 밝게 나갈 수 있으니 글이 바로 횃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현(聖賢)의 글을 보면 대부분 난세(亂世)에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춘추의 혼란한 시대에 공자는 육경(六經)을 정리해서 세상을 밝히려 하였으며, 공자 사후 세상이 다시 어지럽게 되자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대학』을 저술하여 도통의 맥을 이었다. 또한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중용』을 지어 이단(異端)의 미혹한 말을 바로 잡았다.

  주역 또한 예외일 수 없으니 은(殷)나라 말기 주(周)나라 초기의 혼란한 시기에 쓰여진 것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작역(作易)자가 우환(憂患) 속에서 이 글을 썼다고 하였다. 작역자는 누구인가? 문왕(文王)이다. 주역을 지은 곳은 어디인가? 유리(羑里)옥이라는 감옥 속이다. 당시는 주나라의 문왕이 제후로 있었고, 은나라의 주(紂)왕이 천자로 있을 때였다. 문왕은 유리옥 속에 갇힌 상태에서 천하에 도가 끊어질까 근심해서 주역을 지었으며, 이로 인해서 도(道)가 다시 흥하게 된 것이다.

  주역을 제대로 알려면 주역을 지은 저자의 출신내력도 알아야 하고, 주역이 나온 당시의 시대적 배경도 알아야 한다. 우선 문왕에 대해 알아보자. 문왕은 희성(姬姓)이고 이름은 창(昌)이다. 『사기』周本紀에 의하면, 주족(周族)의 성(姓)은 희성(姬姓)이고 시조는 후직(后稷)이라 하였다. 후직의 이름은 기(棄)니 이에 대한 탄생설화가 있다. 유태씨(有邰氏)의 딸인 강원(姜原:제곡의 왕비)은 들에서 거인의 발자국을 밟은 후 잉태하여 기를 낳았다 한다. 아비 없이 자식을 낳았으니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여긴 모양이다. 낳은 아이를 처음에 밖에 내버렸으므로 이름을 ‘버릴 기(棄)’자로 썼다는 것이다. 성인의 탄생설화 중에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노자 역시 아비 없이 태어나 오얏나무 가지를 꺾어 머리 위에 얹으며 성을 이씨(李氏)로 삼았다는 설을 비롯해서 예수의 독생자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도선, 무학 등 무수한 사람들이 아비 없이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의외의 일들이 많으니 굳이 부정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러한 이야기들이 상징하는 것을 읽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는 어려서부터 삼과 콩을 가꾸는 등 농삿일을 좋아하였다. 백성들이 그를 모두 본받자 요임금이 기를 발탁하여 농사(農師)로 임명하였다. 요․순․우 시대에 공을 세워 태(邰:섬서성 武功縣)에 피봉(被封)되어 희성을 받은 후에 호를 후직(后稷)이라 하였다. 주나라는 대략 하왕조 말년에 섬서․감숙 일대에서 활동했는데 후직의 3세손인 공유(公劉:不窟의 손자)에 이르러 하(夏)나라의 난리를 피하여 태(邰)에서 빈(豳:섬서성 豳縣)으로 이주하였다. 후직 이후 12대를 지나 고공단보(古公亶父:후에 太王으로 추존) 때에 훈육(獯鬻)족이 침략하였다. 훈육족은 갑골문에서는 귀방(鬼方)이라 불리며 태행산맥(太行山脈)으로부터 서쪽의 황토고원에 걸쳐 살고 있던 족속이다. 귀방을 하(夏)나라에서는 훈육(獯鬻), 은(殷)나라에서는 귀방, 한(漢)나라에서는 흉노(匈奴), 위(魏)나라에서는 돌궐(突厥)이라 불렀다. 훈육족이 침략하자 고공(古公)은 할수없이 빈땅을 버리고 기산(岐山) 아래 위수(渭水) 지역에 정착하였다. 그러자 빈 땅의 사람들이 “어진 사람이다. 잃을 수 없다((仁人也不可失也)” 하고, 노인은 부축하고 어린애는 잡고서(扶老携幼) 그를 따랐다고 한다.『시경』의 ‘면(綿)’장은 문왕의 흥(興)함이 본래 고공단보로부터 말미암았음을 읊은 시다. 고공단보가 서쪽의 섬서성 기산(岐山) 남쪽 기슭으로 이주하여 그 곳을 주원(周原)이라 이름 붙이고 토착의 강족(姜族)과 결합하여 세력을 점차 강화하였으니 때는 상왕(商王) 무정(武丁)시대였다. 주나라의 국호는 ‘주원(周原)’이라는 지명으로 인해서 붙여진 것이다.

  고공의 비(妃)는 태강(太姜)이니 아래로 삼남(三男)을 두었다. 장남이 태백(泰伯)이요 둘째가 우중(虞仲:혹 중옹(仲翁)이라고도 함)이요 셋째가 계력(季歷:혹 공계(公季)라고도 함)이다. 그런데 셋째인 계력이 태임(太任)씨와 결혼해서 창(昌)을 낳았다. 『史記注』에 의하면 계추(季秋) 갑자(甲子)에 붉은 새(赤爵)가 단서(丹書)를 입에 물고 창의 집에 머물렀다 한다. 창이 바로 훗날의 문왕(文王)이 되는 인물이다. 율곡의 어머니인 신씨(申氏)가 바로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씨를 스승으로 섬기겠다는 뜻으로 ‘사임당(師任堂)’이라 호를 삼았다는 데에서도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씨에 대한 존경심을 읽을 수 있다.

  창이 어려서부터 성인의 덕이 있음을 알고 고공이 셋째인 계력에게 자리를 물려주길 바랐다. 이에 태백과 우중이 부친의 뜻을 알고 형만(荊蠻:형은 초나라의 별호요 만은 남이(南夷)의 이름이다)으로 가서 인군이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아예 단발문신(斷髮文身)하고 계력에게 양위(讓位)하게 된다. 골육상쟁으로 이어졌을 법한 왕위 자리를 놓고 첫째와 둘째가 막내 동생에게 양보한 것이다. 단발문신한다는 의미는, 절대 왕위에 오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위로는 부왕의 뜻을 계승한 것이며 아래로는 계력의 왕업을 이루게 하려는 뜻이었다. 논어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태백은 지극한 덕이 있다 말할 만하구나.(泰伯 其可謂至德也已矣) 세 번 천하를 양보했으나(三以天下讓) 백성들이 그 덕을 칭송할 수 없게 하였도다(民無得而稱焉)”

천하를 양보한 것도 큰 덕이라 말할 수 있는데 그 덕을 숨겼으니, 이는 지극한 덕이라고 공자는 찬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예가 있으니 양녕과 효녕대군이 막내 동생인 충녕에게 왕위를 양보함으로써 세종대왕이라는 인물이 역사의 표면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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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3 [14:04]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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