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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보는 세상 읽기(57) - 춘천과 한승수
 
이응국


 

*춘천과 한승수



  민족 정신이 스며 있는 맥국의 도읍지 춘천! 둥지를 튼 거대한 봉황새가 날려나 보다. 한승수 씨가 새 정부 국무총리로 지명되면서 세인들은 춘천을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총리를 배출한 곳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여기에는 그에 못지않게 춘천의 풍수지리학적 관심도 깃들여 있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는 옛 말이 있듯이 사람의 태어남은 반드시 산천의 정기에 연유한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오래 전부터 춘천의 지리적 답사를 희망했던 터에 마침 강원도민일보사의 배려로 춘천시 일대를 탐방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호기심을 가득 안고 춘천 땅을 밟았다. 먼저 훈훈한 정기가 감도는 것 같았고, 거리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축하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같았다. 아마 강원도 전체가 이러한 분위기일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한 사람에 대해 이러한 집중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지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춘천의 지세를 살펴보았다. 산천이 수려하고 양명한 땅! 시(市)가 봉의산(鳳儀山)을 주산(主山)으로 삼고 국사봉을 안산(案山)으로 삼아 터전을 이루었다. 봉(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체적인 지형은 봉황이 깃을 드리운 형국이다. 서면에서 바라보면 좀 더 쉽게 볼 수 있다. 대룡산(大龍山)의 거대한 몸이 봉황의 몸통과도 같이 모습을 드러내고 향로산(香爐山)과 지내산(枝內山)을 좌우 날개로 드리우고 있다. 그 사이로 목을 길게 드리운 봉의산이 솟구쳤으니 봉의산은 봉황 머리에 해당한다. 봉황이 깃든 날갯죽지 안에서 춘천시가 자리를 잡았으니 태평한 기운이 항시 감돌고 이곳에서 유덕(有德)군자가 배출됨은 당연하리라. 그러나 형상으로 보기 이전에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봉황을 숭배해 왔다. 『설문(說文)』을 보면, ‘봉은 신조(神鳥)이니 동방군자의 나라에서 나온다[出於東方君子之國]’ 했다. 동방군자지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그렇게 부른 것이다. 옛 맥국의 터전인 춘천이 봉황을 상징물로 삼아 산명(山名)으로 붙였을 가능성이 있다.

  『書經』에 ‘소소구성(簫韶九成) 봉황래의(鳳凰來儀)’라는 글이 있으니 아마도 이 구절에서 이름 삼았을 것이다. 봉황의 성품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했다. 태평 시대에 나타나는 새, 청렴결백한 덕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주자의 시 중에는 ‘봉황은 천길 높은 하늘을 나는데(鳳飛千仞) 굶주려도 조를 먹지 않으니(飢不啄粟) 장부(丈夫)의 염절(廉節)이라’는 구절이 있다. 장절공 신숭겸 장군, 의암 유인석 장군 등 역사적인 의인들이 이곳에서 태어남도 봉황의 덕에 감응한 때문이리라.

  이 땅이 크게 밝아서(爾土宇昄章) 덕이 심히 두텁다(亦孔之厚)는 뜻으로 공지(孔之)천이라 이름하니 백신(百神)들이 이 땅의 사람들을 주인으로 삼을 것이고, 효도하는 이 있고 덕 있는 이 있어 효자동이라 이름하니 사방에서 이를 본받을 것이다. 저 높은 곳에서 봉황이 우니 명봉(鳴鳳)산이 서 있고, 저 조양(朝陽) 땅 위에 오동(梧桐)나무 자라니 봉황의 울음소리 조화(調和)를 이룬다. 이 모두가 『시경(詩經)』의 글에서 나온다. 어떤 사람이 이 땅 위에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대나무를 심고 죽림(竹林)동이라 이름함도 봉황이 깃들게 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릇이 있으면 물은 자연히 채워지는 법, 이름이 있으면 기운은 반드시 응하는 법이다.

  산이 있으면 물도 있다. 산은 사람을 주관하고(山管人丁) 물은 재록을 주관한다(水管財祿). 소양강 큰 물줄기가 봉의산 뒤로 감싸듯 흐르니 이를 지리서에서는 ‘공배수(拱背水)’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강이 조회(朝會)하듯 흘러와 소양강과 합하고 의암(衣岩) 호수를 이루니 역시 발복(發福)이 유구(悠久)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신령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 유효(有孝) 유덕(有德)한 이가 태어남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곳저곳에서 춘천시를 바라보며 찬탄하다 문득 도청 뒤편에서 서면을 바라보았다. 서면(西面)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면은 오래 전부터 '박사마을'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박사가 많이 배출된 곳이다. 100명이 넘는 박사가 배출된 곳이라 하니 범상한 곳은 아니리라. 그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곳이 조그만 삼각산이다. 산명을 물어보니 장군봉(將軍峰)이라 한다. 장군봉 일대가 바로 서면 금산(錦山)리인데 한총리 지명인이 태어난 곳이라 한다. 과연 소문대로 지리적 요건을 갖추었다.

  저 멀리 화악산의 웅장한 줄기가 뻗어서 가덕산을 만들고 구불구불 흘러내려서 장군봉에서 혈이 맺힌 것이다. 장군봉을 중심으로 북한강과 소양강이 합수해서 서면을 감싸 흐르고 있다. 자고로 물이 좌측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흐르게 되면 백호룡이 튼튼해야 기운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법. 마침 북배산, 계관산, 삼악산의 백호 줄기가 겹겹이 혈을 감싸고 있으니 이곳 서면의 산골짜기마다 수기(秀氣)가 깃드는 것이다. 다만 이 산을 장군봉으로 부르고 있으니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산은 목성(木星)으로 단정하게 솟은 귀인봉(貴人峰)으로 보아야 한다. 장군봉은 좀더 두툼한 금성(金星)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귀인대좌격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한총리 지명인의 출신 내력을 좀 더 알기 위해서 조상 묘소도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찾은 장소는 월송리에 있는 조고장(祖考丈) 묘소다.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 전체를 다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묘소에서 주변을 살피니 우선 청룡 백호사가 협(峽)을 보호함이 주밀(周密)하고 속기(束氣)가 청정(淸淨)하다. 용이 굴절하며 만두(巒頭)에 이르러서는 풍만하니 혈성(穴星)임은 틀림이 없다. 혈 뒤를 받혀주는 산(樂)이 견실하니 음덕을 받았을 것이고, 청룡도 좋지만 백호룡이 겹겹이 감싸며 혈 앞을 지나 안산(案山)을 이루니, 이 묘만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한씨 집안에 부귀(富貴)와 길상(吉祥)이 함께할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들으니 부모 묘소는 남면에 있다 한다. 남면 면장님 도움으로 묘소를 찾으니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우는 때였다. 안산을 좌방산으로 삼고 있는데 묘소 앞에 기이하고 빼어난 산이 높게 늘어서 마주 대하고 있었다. 안산(案山)이 높으면 안(案) 뒤에 숨어서 혈을 받드는 사(砂)를 살펴야 하는데 갈 수 없으니 아쉽기만 하다. 다만 1시 방향으로 거대한 문봉(文峰)이 하늘을 찌를 듯하니 장원필(壯元筆)이라 말할 수 있고 또한 정면의 좌방산 너머로 쌍귀봉(雙貴峰) 모양의 천궐(天闕)이 의연히 서 있으니 대귀한 상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이 있다면 어쩌면 저 귀봉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천산가지(天産佳地)는 반드시 유덕(有德)자를 기다려 발복하는 법이니 덕 있는 자만이 천복(天福)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춘천이 낳은 인물 한승수 씨가 저 천복을 온전히 받을 수 있기를 염원하며, 그 천복이 춘천 강원은 물론 온 세상에도 베풀어지기를 축수하면서 산을 내려왔다.

▶ 필자는 대전광역시 유성문화원과 학회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14:00~16:00 : 주역상경.(학회강의실)
매주 목요일 19:00~21:00 : 주역기초.(유성문화원)
매주 화요일 19:00~21:00 : 대학중용.(학회강의실)
※ 수강료 : 50,000원 / 월

☞ 연락처 : 대전동방문화진흥회 (042)823-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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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04 [16:02]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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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응국은 원광대학교 강사이며 대전 동방문화진흥회 수석학술위원이다. (연락처 : 011-9803-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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